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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시스턴트에게 말걸기

퍼스트 어시스턴트에게 말걸기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4.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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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의대를 마치고 한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끝낸 C회원은 아직도 한국에서 처음 수술실에 받았던 문화적 충격을 잊지 못한다.

독일에서 경험했던 '퍼스트 어시스턴트(First Asistant)'의 역할과 한국의 퍼스트 어시스턴트의 역할이 천지차이였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경우 수술실에서 의사가 혼자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늘 퍼스트 어시스턴트의 조언을 구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퍼스트 어시스턴트를 마치 심부름꾼처럼 대하는 한국의 수술실 문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독일 오퍼레이터(Operater)들이 조언을 구하는 것은 수련의에 대한 교육적인 측면과 함께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그래서 독일의 수술실은 늘 얘기소리가 끊이질 않고 퍼스트이든 세컨드이든 어시스턴트들은 의사로서 언제나 자신의 견해를 밝힐 준비와 자세를 갖추고 수술실에 들어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목격한 것은 늘 오퍼레이터의 질문에 혼만 나는 피수련생들. 때때로 오퍼레이터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발로 차이거나 심지어 수술실에서 쫓겨나는 어시스턴트들을 보며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C회원은 이런 상황을 "독일은 제자를 동료로 대접하고 존중해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의사로 키워내는데 비해 한국은 제자를 늘 수련생이나 어린아이로 취급해 의사로서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독일은 의대를 갓 졸업한 수련의들에게 의사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성장하도록 돕는 반면, 한국은 수련의들을 미숙한 학생으로 취급하거나 함부로 대해 주눅들거나 심부름꾼 역할에 만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C회원의 지적에 동감하지 않는 의사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수련교육 체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교육자의 교육태도가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큰 틀의 비판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는 수련교육의 개선을, 수술실에서 퍼스트 어시스턴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부터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퍼스트 어시스턴트를 정말 '첫번째 조력자'로 인정하자는 얘기다.

아직도 수련병원에서 과장에게 맞아 고막이 터지거나 제대로 된 수련프로그램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응급실 당직이나 서는 전공의들이 듣고 우리나라에서 요원한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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