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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고 있는 미국 존엄사 2

도전받고 있는 미국 존엄사 2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4.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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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농락된 샤이보 케이스 Ⅱ

존엄사 지지하는  대다수 미국 국민
"부시·의회 경거망동 한편의 드라마"

미국의 모든 주는 생전유언(Living Will)에 의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만일 생전유언이 없을 경우는 플로리다와 대다수 주에서는 배우자에게 결정권이 있다<참조 표1>.  

 <표 1> 생전유언이 없을 경우 연명치료 여부 결정권자

샤이보의 존엄사(튜브제거)를 허용한 '연방대법원판결'을 두고 하원의장(공화당)은 '의학적 테러행위'라고 혹평했으나, 전문가의견을 존중하며 이성적으로 당에 반대했던 일부 공화당의원은 "공화당이 중세기 종교정당이 되어간다"고 비꼬았다.

그런데 샤이보 논란에 대해서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존엄사를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은 부시와 의회의 경거망동을 드라마라고 비난하며 법원판결에 찬성하고 있다.  

주간타임지(2005년 4월 4일자)에 게재된 여론투표에 의하면 샤이보문제의 연방의회개입에 대해 공화당원 68%를 포함한 75%의 대다수 국민은 '잘못'이라 했고, 70%는 부시의 연출(Drama)도 '잘못'이며, 그들의 동기가 '원칙보다 정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참조 표2>. 법원판결에 대해선 찬성 59%와 반대 35%로 나타났고<참조 표3>, 만일 자신이 샤이보처럼 15년간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연명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이 많았다. 이렇듯 조용한 다수국민은 이성에 따른다. 또한 공부하고 연구해서 이를 알리는 미국언론을 국민은 자랑으로 여긴다.

 <표 2>  샤이보에 대한 의회·대통령의 개입 국민 여론

 

 <표 3> 샤이보의 튜브제거에 대한 국민 여론

그런데 샤이보사건을 보도하는 일부 한국방송은 안락사와 존엄사를 혼동하여 독자를 오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 일본 요코하마의 안락사 재판 판결(2005년 3월 25일)은 말기환자에게 의사가 치사약물을 투여해서(연명치료의 중단이 아님) 안락사(살인)시킨 사건에 관한 것인데도, 한국 D신문은 미국의 샤이보 케이스와 비교하고 있다.

일본사회는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안락사에 대해서도 일본법원은 1995년도 요코하마법원의 판례에 따라 4대 요건(의협신문 2001년 5월 칼럼 참조)이 충족되면 관례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번 일본 재판은 안락사의 4대 요건을 충족치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살인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한다. 오래전 필자는 '안락사와 언론오보'라는 글(의협신문 2001년 6월 칼럼 참조)을 쓴바 있으며, 독자를 혼동시키는 보도가 없기를 바란다.

■ 미국 오리건 안락사(PAS) 현황

종말환자에 대한 안락사(Euthanasia)의 하나인PAS(Physicians-assisted suicide)는 여러 주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PAS가 허용된 주는 오리건주 하나뿐이다.

1994년 오리건 주민 투표에서 근소한 표차(찬성 51.3%, 반대 48.7%)로 안락사법안(Death with Dignity Act)이 통과되고 1997년에 입법화하여 시행되고 있다.

2001년 11월 공화당의 보수파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애쉬크로프트 당시 법무장관은 오리건주에서 치사량의 약품을 처방한 의사들에게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통제약품 처방면허'를 취소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림으로써 오리건주의 안락사 시행을 막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연방지방법원과 순회재판소는 법무장관의 '월권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애쉬크로프트는 2004년 11월 미국 대법원에 상소하여 2005년 회기(10월)에 이에 대한 최종심의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법원판결도 다를 바 없으리라는 관측이다.

최근 애리조나와 하와이에서도 오리건과 동일한 PAS법안이 상정됐으나 주의회에서 부결되었고, 캘리포니아와 버몬트에서도 PAS가 논의되고 있지만 통과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오리건주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안락사를 허용하는 주로 남을 전망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반대하는 PAS를 AMA(미국의사회)도 오래전부터 반대해 왔으며, 그 근거는 1994년 작성된 'AMA 의사윤리지침'에서 비롯된다.

"환자에게 PAS를 허용하는 일은 도움보다 해를 주게 된다. PAS는 근본적으로 '치유인'으로서의 의사역할에 배치되는 행위이다. 종말의료에서 의사는 PAS 대신, 환자의 필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04년도 오리건주의 PAS 사망자는 37명으로 2003년도의 46명에 비해 약간 줄어들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

<표 4>에서 보듯 사망자수보다 치사약 처방이 많은 이유는, 죽음에 대비해서 약을 갖고만 있는 환자, 또는 변심한 환자 아니면 약사용 전에 사망한 자 등 때문이다.

 <표 4> 연도별 오리건주의 PAS에 대한 처방과 사망자 수

약을 처방한 의사는 모두가 고참이고 평균 22년간 개원한 경력이 있으며, 전문분야별 참여의사는 가정의 57%, 암 전문 22%, 내과 8%의 순이다.

처방약종류는 통제약품인 Phenobarbital(68%)와 Seconal(32%)이다. 사망환자의 평균연령은 64세이며, 대개가 암 환자(78%)이고 고학력이 많아 학사학위소지자가 51%나 된다(2004년도 통계).

PAS를 원하는 이유는 '자율성 상실'과 '평소 좋아하는 활동력 상실'이 각각 84%이고, 다음이 신체기능 상실(47%), 부담스러움(34%), 고통(22%) 등의 순으로 되어있어, 개인의 독립성 상실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가 많았다.  

오리건 주민이 PAS를 지지했던 주된 이유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제거'를 위해서인데, 실제 고통 때문에 PAS를 요구한 종말환자는 22%에 불과하므로 찬성투표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하겠다.

오리건주의 2004년도 전체사망자수가 3만1000명이므로 PAS 사망자는 1만 명당 12명에 불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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