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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0:33 (금)
[인터뷰] '허준이 죽어야...'저자 유용상 원장
[인터뷰] '허준이 죽어야...'저자 유용상 원장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3.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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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는 전근대와의 역사적인 싸움"

유용상 원장(광주시 미래아동병원)이 최근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출간해 화제다. 그는 현재 의료계에 일고 있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움직임을 미개한 상태로 남아있는 한국사회의 전근대화된 부분을 근대화시키려는 역사적인 흐름으로 진단하고 이런 의료계의 움직임이 결국 한의학을 살리는 진정한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의사가 된 후 의료현장에서 한약 뿐 아니라 각종 사이비의료로 경제적 손실은 물론 건강을 헤친 사례를 많이 접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과학자로서 이런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 국민을 계몽시키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근거없는 사이비의료에 대해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욱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행위로 책을 쓰게 됐다.

또한 의대스승인 손 철 박사(전 전남의대 교수)의 '의사는 철학자이며 지식인으로서 늘 사회문제에 고민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큰 힘이 됐다. 다시 한번 손 철 박사님께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 의료이원화체계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우리나라의 근대화의 과정은 서구유럽처럼 시민들 스스로가 이뤄낸 것이 아니라 외세에 의해 강제돼 왜곡된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런면에서 15~18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시도됐던 실학운동의 좌절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이런 강제된 근대화는 사회 전반적인 근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몇몇 부분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부분으로 남겨두게 됐는데 나는 그것이 의료라고 생각한다.

우리 의료문화는 근대화시기에 근대화되지 못한 채 전근대적 또는 중세적인 상태로 '지체'돼 버렸다.

의료는 한 시대의 인식론과 패러다임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의 이중적인 의료체계가 우리나라가 겪은 근대의 상실과 역사적인 단절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의료일원화에 대한 담론을 활발히 벌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책을 집필하는데만 3년이 걸렸다. 한의학의 근간이 됐던 동양의학은 너무 관념적이어서 사람들을 현혹하기 참 좋은 방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동양철학과 한의학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발전과정을 철저한 근거를 바탕으로 계통적이며 인식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각론보다는 큰 줄기를 짚어가는 책이 됐고 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한의학에 대한 사실적인 논증에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책 제목에 허 준을 내세운 것은 자연인 허 준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당시 시대적 배경속에서 만들어진 허 준이란 관념을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민중구제 사상은 훌륭한 것이지만 그런 사상보다 그를 신화적인 영웅으로 형상화해 현대의학에 접목시키려는 무리한 짓은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일원화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항상 각론적으로 여기저기서 일원화 방안들이 나오지만 일관성없는 시도가 되기 싶다.

의협은 의료계 각계에서 파편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전술들을 모아 하나의 전략으로 묶고 이를 통해 일원화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때 일원화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책도 그런 점에서 좋은 전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한다.

여러 사람들이 내 책을 읽고 논쟁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흐름이 자리 잡혔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공중보건의사협회가 내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오면 늘 양비론의 입장에 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 치밀하고 폭넓은 관계지식을 쌓은 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의료일원화를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책 출간이후 여기저기서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나의 생각을 밝힐 것이다. 나는 의료일원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싸움이 무섭지 않다.

의료일원화는 의료제도에 대한 좁은 싸움이 아니라 근대와 전근대, 문명과 미개의 역사적인 싸움이다. 의료일원화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가 합리적인 사회, 선진적인 사회로 가기 힘들다고 본다.

나의 이런 활동은 결국 현재 고민에 빠져있는 한의학을 배우는 젊은 인재들에게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일단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을 펴고 그 활동에 뛰어들 것이다.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고 즐기면서 헤쳐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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