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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척 강제 시도 실패…의사 잘못 아니다"

"위세척 강제 시도 실패…의사 잘못 아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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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법원감정촉탁에 학회의뢰 답변-- 재판부 불인정

▲ 의료분쟁 감정의뢰 절차

'농약을 마신 환자를 결박해서라도 위세척을 했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법원의 감정 촉탁(부탁)에 대해 관련 학회에 의뢰한 후 일선 의료기관의 현실을 반영한 답변을 제출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 대한 심의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지난 2002년 4월 17일,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에 보낸 '감정촉탁서'에서 20개의 질의를 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련 학회인 응급의학회에 의뢰한 후 회신 내용을 같은 해 6월 17일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질문 중엔 "환자가 '부인과 다투고 나서 죽으려고 농약을 먹었으니 죽게 내버려 두라'고 고함을 지르며 완강하게 거부해 위세척 시도가 실패한 경우에 의사에게 어떤 잘못이 있다고 비난할 수 있는지요"라는 내용이 있었으며, 응급의학회는 이에 대해 "위세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가 안 되어 물리력을 동원해 시도한 뒤에도 실패한 경우 의사의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자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감정 내용은 의료현장의 실태를 잘 아는 응급의학과 교수가 실제 의료실정을 감안해 답변한 내용으로 결과적으로 병원 측에 유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수용하는 대신 '의사의 생명보호의무가 환자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한다'는 법리적 해석을 통해 판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법원과 학회 사이에서 가교 역할=대한의사협회 학술진흥팀 김용주 팀원은 이러한 '의료사안 심의업무'의 절차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의협에 진료기록 감정 등 촉탁이 오면 사안별로 감정학회를 지정해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에선 다시 감정인을 지정해서 의뢰하며 그 결과는 학회 내 진료심의위원회에서 논의 후 의협으로 회신한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의협이 법원에 회신하지만, 의협은 중간에서 전달업무만을 하는 것이며 모든 감정은 전문 학회에서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법원이 의협을 경유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직접 의사에게 일대일로 부탁할 경우 감정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분야의 대표단체를 경유하는 것이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예를 들어 법조계의 경우 지방법원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을 하는 경우 직접 하지 않고 대법원을 거치도록 돼 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4년 간 이 업무를 담당했던 신현애 의협 정보운영팀 대리는 "이 문제는 의료분쟁조정법과 연계되는 문제"라며 "의학자문을 담당하는 국가 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 의협이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리는 "의협 공제회에서 다루는 의료사고의 경우 회원들의 신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의협 집행부에서 관여하고 있지만, 법원의 감정촉탁 등은 학회에 위임하기 때문에 의협 집행부에서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원의 촉탁 건수는 2000년 한해 1500건에서 현재 1800여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의협에선 이에 관한 실무를 학술진흥팀 직원 2명이 다른 일과 함께 처리하고 있다.

◆법원에서 촉탁하는 내용=법원이나 검찰·보건소 등은 진료기록 감정과 사실조회 등을 의뢰한다. 진료기록 감정은 환자가 최초 내원하면서부터 문제발생 시점까지 진료기록부를 토대로 진료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부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이에 비해 사실조회는 의료사고와 무관한 것으로, 가령 간염의 진행경과 등 일반적인 의학지식을 묻는 행위다. 감정인은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있는 의료사안 감정·심의규정에 따라 비밀로 한다.

김용주 팀원은 "감정의로 선정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1·2차 진료기관의 실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감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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