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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전국의사축구대회 지켜보세요"

"9월 5일 전국의사축구대회 지켜보세요"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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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팀닥터 임영진 교수

 FIFA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A매치 경기에 팀 닥터를 벤치에 배치하도록 의무화했다. 1996년부터 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히딩크 감독에서 본프레레 감독에 이르기까지 외국에서 열리는 A매치에 팀 닥터로 동행해온 임영진 교수(경희의대 신경외과·감마나이프실장)를 만났다.
  임 교수는 의사들의 축구팀인 FC Medicals의 단장으로서 얼마 전 최수종이 이끄는 연예인 축구팀과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 히딩크 감독에게 따지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을 하다가 골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누가 옮길까? 선수들? 아니다. 선수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이럴 땐 홍보 담당자 등 스태프들이 옮긴다. 지난 2001년 히딩크 감독 시절. 골대를 옮기는데 낯선 얼굴이 함께 했다. 연습경기가 끝나면 막내 선수가 공을 모아 옮기는데 이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공 20개를 들고 따라오고 있었다. 궁금증을 참다 못한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 선수에게 물었다. "지성, 저 사람 누구지?" 박지성은 모른다고 했다. 홍명보와 유상철도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최주영 물리치료사에게 물어보니 그는 팀 닥터인 임 교수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첫 A매치가 아랍에미레이트에선가 열렸던 4개국 대회였는데, 저도 그때 처음으로 팀 닥터로 나갔어요. 그때 히딩크와 많이 친해졌죠. 히딩크는 처음 본 나에게 별명을 짓더군요. '아이스 닥(ice doc)'이라구요. 그때 제가 입은 셔츠가 노랑 바탕에 가는 검정 줄이 있는 옷이었는데, 그게 아이스하키 심판이 입는 옷과 비슷하다고 그렇게 닉네임을 붙이더군요."

히딩크는 영어를 잘 했다. 당시 대표팀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통역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축구에 정통한 코치는 영어를 잘 못했고, 축구협회에서 보낸 통역 담당자는 축구를 잘 몰랐다. 그러니 문제가 생겼다. 한번은 히딩크가 연습 도중 지시를 내렸는데 통역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 때였다. "마크를 5m 간격으로 놓고, 20분간 두 팀으로 나눠 공 빼앗기를 하라는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팀 닥터인 임 교수였다. 히딩크는 이 별난 의사가 자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딩크는 축구 강국 네덜란드에서 온 영웅이었다. 처음 한국 감독으로 왔을 때 그는 아마 한국을 네덜란드보다 한 단계 낮은 나라로 생각했을 것이다. 임영진 교수도 그런 느낌이 들었던지라 히딩크에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난 네덜란드와 가까운 스웨덴에서 1년 반동안 공부했고, 그때 네덜란드도 2번 가본 적이 있다. 너희 나라는 축구 선진국이지만 감마나이프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한국에는 1991년에 이미 감마나이프가 들어왔고, 현재는 5대나 있다. 네덜란드엔 한 대도 없고, 유럽에는 스웨덴과 독일 등에 각각 1대씩만 있을 뿐이다."

임 교수는 한국의 높은 의료수준을 보여줌으로써 이 오만해 보이는 외국 감독이 한국의 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랬다. 첫 인상이 다소 깐깐해 보였던 히딩크가 월드컵 8강전에서 우승해 4강 신화를 이룩한 후 관객들에게 고개 숙이며 다소곳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던 건 어쩌면 임 교수와 같은 이들의 노력 덕분이 아니었을까.

■ 본프레레 사단과 아시안컵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7일까지 중국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은 온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TV를 통해 유심히 경기를 봤다면 경기 도중 우리 선수들이 쓰러졌을 때 벤치에 대기하고 있다가 달려나가던 임 교수의 얼굴을 발견했을 것이다.

"축구협회에서 올림픽과 아시안컵 둘 중 어디에 팀 닥터로 갈 것이냐고 묻더군요. 아시안컵을 택했죠. 올림픽은 A매치가 아니어서 벤치에 앉을 수도 없고,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를 커버하는 의무팀의 일원으로 참석해야 하니깐요."

다부진 체격의 임 교수는 현지에서 치료 이외에도 각종 연습을 함께 했다. 선수 및 축구협회 임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내리는 훈련에도 참여하는 바람에 몸무게가 2kg나 빠졌다.

"김태영 선수가 요르단과의 첫 게임에서 다쳐 더 이상 못 뛰고, 이을용 선수마저 부상을 입었던 게 이란전에서 3:4로 분패한 큰 이유에요. 특히 김태영 선수가 빠져 수비 공백이 컸는데, 무릎 부상이 심해 계속 출전했더라면 아시안컵 이후 국내 소속팀에서 다시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말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김태영 선수가 한 게임 정도는 더 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란전에서 고비를 맞았을 때 경험이 없던 김진규 선수를 빼고 그를 투입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며 아쉬움을 쏟아냈다.

■ FC Medicals vs 연예인 축구단 

임 교수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잘 했고, 가는 곳마다 축구팀을 만들었다. 경희의대 축구부와 신경외과학회 축구단도 그 일부다. 현재 FC(Football Club) Medicals(대한의사축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임 교수는 2001년 의사포탈사이트인 메디게이트에 'Doctor K League'를 개설해 FC Medicals를 만들었다. 요즘에도 2주에 한번씩 40여명의 회원들이 전국에서 정기적으로 모인다. 전체 회원수는 170명 정도.

FC Medicals는 얼마 전 서울시의사회 대회 때 최수종이 이끄는 연예인 축구단과 시합을 했다. 연예인 축구단의 막강한 실력은 잘 알려져 있다. "시합 전에 연습게임을 하는데, 박상면이 라이트윙에서 드리블해서 센터링 올리니까 허준호가 헤딩슛으로 넣더군요."

"정식 게임이 시작되고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어요. 연예인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더니 무섭게 달려들더군요." 30분씩 전후반 경기가 끝날 무렵 스코어는 2:2. 시간이 지났는데 좀처럼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심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최수종이 심판에게 골든 골 나올 때까지 계속 하자고 했다고. 뚱딴지 같은 얘기라 시간대로 끝내자고 했다.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감됐다. 그러나 연예인팀은 자존심이 상했던지 연장전을 하자고 했다. 친선 경기에 무슨 연장전이냐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나와 결국 옆 경기장으로 옮겨 연장전까지 펼쳤다고.

"팀 닥터는 보수 없이 일하는 발런티어(volunteer)지만 참 재밌어요"라고 말하는 임 교수을 보며 정말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9월 5일에 제1회 전국의사축구대회(가칭)가 열린다"며 "FC Medicals와 신경외과학회축구단, 성남시의사회축구팀, 대구시의사회축구팀 등 4개팀이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독약품 축구장에서 시합한다"라고 소개하고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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