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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차의료 인력양성 신중해야

시론 일차의료 인력양성 신중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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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림(경희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보건의료비가 상승하고 의료가 계속 세분화· 전문화돼 가면서 일차의료에 종사하려는 의사가 줄어들자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보장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양질의 일차의료를 위한 가정의제도를 도입하고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9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설치하고 나서 무려 7년이란 세월동안 의료계와 정부, 학계에서 가정의학 전문의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토론회, 명칭, 전문의 자격 여부, 수련기간, 수련기관 등에 대한 연구위원회, 각종 공청회와 워크샵을 통하여 1985년에야 이 제도를 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가 상충되는 전문기관의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가정의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행정적·법적인 뒷받침을 해 준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재정적인 뒷받침 없이 전공의 정원과 의료전달체계에서만 가정의학과를 염두에 둔 정책을 폈다. 그러나 가정의학제도는 도입 후 26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110여개의 수련병원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많은 의사들의 지원으로 26개 전문과목 중에서 내과 다음으로 많은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의 몇 분들이 10여년부터 자신들이 주장해 온 전문과목의 개편을 통해 현재의 전문의보다 질 낮은 일차의료 인력을 양성할 것을 주장해 왔다. 복지부의 용역을 받은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반의와 가정의제도를 함께 도입하고 있는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많은 의과대학에서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고쳐서 통합교육, 문제지향식교육, 학생인턴제 도입 등 임상수련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바꾸었거나 바꾸고 있고, 의과대학교육이 기존의 6년제에서 의학대학원 제도를 받아들여 교육기간이 8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도 2007년도부터 의사면허시험에 임상수기를 평가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또 의학계에서도 의학교육평가원을 만들어 의학교육이 더욱 내실화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존에 배출된 의사들보다 의과대학 교육을 통하여 임상수련을 훨씬 잘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러한 때에 복지부에서 일차의료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 온 가정의학회를 배제한 채 또다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한 용역을 주어 의료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에 나온 연구 결과는 그동안 앞서 지적한 몇 분들이 기존에 자신들이 주장해 온 2년제 과정의 일차의료 인력 양성을 의사면허시험제도와 결부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켰을 뿐이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제도로서,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기간을 2년 더 연장하게 하고,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인턴 수련과정을 2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은 대부분이 또 다른 전문의 과정을 택하게 되어 전문의가 되는 기간을 더 늘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의료계 내에서 가정의를 비롯한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인력과의 많은 갈등을 빚어 낼 것이다.


또한 이 제도는 매년 3천300명 이상 배출되는 의과대학 졸업생을 수련 목표에 맞게 수련시킬 병원도 태부족하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누가 이들을 교육시킬 것인지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이 제도에 대한 이해관계에 있는 여러 전문기관들의 합의가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제로 하고 있고, 정부가 행정수도의 이전, 국방예산의 증강 등으로 이들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재정적 투자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어 그야말로 연구용역의 결과를 제출하기 위한 제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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