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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약분업 이후 의사단체
시론 의약분업 이후 의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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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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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
의사파업의 결과는 심각한 정도이다. 국민들은 의사파업과 관련하여 의사와 의사단체에 대단히 높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의사들의 이미지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의협의 사회적 위상 악화의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추출할 수 있다.

▲이익단체로서의 사회적 이미지: 그 동안 의협의 사회적 활동과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변호사협회와 같이 뚜렷한 이미지를 갖지 못하였다. 의사파업 이전 의협의 사회적 이미지는 거의 제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정치에서의 부재: 의협은 한국의 개혁정치에서 무명의 존재였다. 민주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으며,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지도 못했다. 의협은 개혁정치의 외부에 존재했다. 그런 상태에서 개혁정치적 관점으로 이해된 의약분업에 저항하는 선봉대로 등장하자 국민들의 인식은 곧 바로 부정적인 것으로 변했다.

▲사회적 접촉의 부재: 의사와 의사단체는 사회운동에의 참여는 물론이거니와 시민과의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을 소홀히 했다. 의사와 의협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전초기지가 시민사회 내부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대민관계 결여: 의사가 시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어떤 캠페인을 벌였다거나 어떤 행사를 개최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민관계를 등한히 하였다.

▲전문가적 이미지: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의사는 엘리트로 간주되지만 그들이 이 사회의 공익을 위하여 과연 무엇을 했는가를 자주 반문한다. 의사들은 말없이 국민건강을 수호해왔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그것이 소득최대화를 위한 이기주의적 행위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 의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낀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것을 소득과 결부시켜 '잘 살기 위한 개인주의적 신념' 정도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 만큼,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국민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었다는 뜻이다.
 
◇개개인의 대응
▲의사집단의 친밀성 제고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친밀성' 영역이었다. 친밀감은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할 때 강화된다.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환자의 입장에서 가진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상담이나 질의응답 코너를 활성화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일이다.

유명 한의사나 도올 김용옥이 매스컴에 나와 어렵고 난해한 한의학 전문지식이나 유교경전을 쉽고 재미있게 일반 대중에게 설파하면서 대중적인 친근감을 만들어내듯이, 다양한 전문의학분야들을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유능한 강사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에 방영되고 있는 다양한 병원이나 의사관련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에 대한 자문과 자료제공 등을 통해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의사들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려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협회차원의 노력도 생각해봄직 하다.
 
▲의사들의 친절 생활화
의사들이 환자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에게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다른 전문서비스직 종사자들을 벤치마킹하여, 이들이 가진 서비스와 친절의 노하우를 의사들에게, 그리고 병원의 구성원인 직원과 간호사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친절도 배가운동'이 한가지 예가 될 것이다. 의사들의 친절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매우 많은 숫자의 환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개별 환자들이 가진 의문이나 불안감에 대해 모두 친절히 응답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진단내용을 소개하고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이 고객으로서의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환자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의식 제고
의사의 직업윤리는 전문성과 더불어 전문가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비난에 대해 스스로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도덕적인 원천이 된다. 의사집단의 윤리성이 와해될 때, 이는 결정적으로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개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의사들의 직업윤리가 실종되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의료시장에서의 경쟁격화로 인해 시장의 논리가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압도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선 의사들 내부에서 기존의 관행적인 부조리나 무리한 경영 등의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인정, 사과하고 향후 새롭게 출발한다는 자정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향후 의사협회 내부에서 모든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위반사례가 발견될 시에는 의협 내부에서 위반자를 처벌하고 감독할 수 있는 자체 정화능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많은 개업의들이 작은 병원을 운영할 때 경험하는 세무, 회계, 보험처리, 환자관리 등의 경영상 문제들을 상담하면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여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돕는 산하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수입과 생활수준에 대한 인식전환
의사들은 직역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소득을 얻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과도한 소득을 얻는 집단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저학력, 고연령의 생산직 종사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데, 그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의사들과의 소득 및 생활수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형태의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체계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집단의 신뢰도 제고방안
이번 연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행정관료나 정치인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반면, 상대적으로 시민운동가들에 대한 신뢰가 가장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시민운동단체들은 그 존재 목적상 구체적인 자기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보편적인 공공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므로, 그들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에 따른 갈등과정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역력히 드러났다. 행정부와 시민운동이 함께 연합을 하고, 의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형국으로 갈등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행정부에서는 부족한 신뢰도를 시민운동단체와 언론을 끌어들여 보완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최대한 홍보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의사들은 주요 시민단체들과 대립적 위치에 서게 됨으로써 공공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자신을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이기적인 이익집단이라는 특성을 과도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시민단체와의 불필요한 대립이나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의협 내부에서 합리적으로 토론 가능한 공공성을 가진 이슈들을 개발하여 시민단체들과 정례적인 모임을 가지고, 또 향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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