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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저축제도 검토 필요하다

시론 의료저축제도 검토 필요하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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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교수(덕성여대 경제학)

보건복지부는 금년도 업무보고에서 의료저축제도(Medical Savings Accounts, 줄여서 MSA)와 소액진료비 전액 본인부담제 실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향임을 밝혔다. 복지부는 누적되고 있는 보험재정의 적자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종래의 발상을 전환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복지부 안을 제대로 평가하자면 '2001년도 주요업무계획'을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MSA를 "보험료일부를 개인별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하고, 별도로 정하는 진료비를 이 계좌에서 지급하는 제도로서 적립액이 일정액을 넘을 경우 개인이 타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제도"라고 정의했다. 또한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와 관련하여 "소액진료비를 일정한도까지 전액 본인이 부담케 하는 Deductible제도"라고 풀이했다.

복지부의 설명은 문외한들에게는 매우 독창적이라는 인상을 줄지 모르지만 용어선택이나 정의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복지부가 말하는 MSA와 보통예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면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액진료비에 국한할 경우, 양자의 기능은 비슷하나 복지부MSA는 진료비를 변제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저축하도록 만드는 제도이기 때문에 의료비 명목으로 저축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만큼 다른 용도로 지출하거나 저축하는 금액을 줄이도록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같은 금액을 보통예금으로 저축했을 경우, 용도를 지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의료목적이건 다른 용도이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더 높은 만족을 얻게 된다고 풀이된다. 더욱이 본인의 저축이 소액진료비보다 불어나 타용도로 지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인센티브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또한 Deductible은 본인일부부담과 더불어 진료비분담(cost-sharing)제도의 하나이다. 이는 전체진료비(입원이나 외래의 구분 없이)중 정해진 한도까지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로써 보험자로부터 제공받는 급여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진료비는 Deductible을 공제한 후 정해진 비율에 의해 보험자와 본인이 분담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러한 '일정액 공제제도'의 취지를 각색하여 소액외래진료비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복지부 안은 MSA를 도입하여 소액진료비와 연계시킨다는 방침으로 일반에 알려지고 있다. 이미 보험재정이 위기국면에 놓여 있음을 감안할 때, 보험료 일부를 MSA에 예치하도록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하여 MSA에 넣도록 한 다음 이를 소액진료비 전액본인지불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MSA를 빌어 보험료는 올리고 소액진료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케 조치하여 보험재정의 불안정성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엉성하게 짜 맞춘 제도의 조합만으로 결코 보험재정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수는 없다. 더욱이 MSA는 이용빈도가 높은 외래보다는 빈도는 낮으나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되는 중증진료 혹은 장기진료에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만약 MSA와 일정액 공제제도를 별개로 도입할 방침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MSA를 도입할 것인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공적으로 MSA를 실시하고 있는 싱가폴의 경험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은행에서도 비록 한국은 사회보험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지니고 있지만 보충적 재원조달기구로서 기본적 의료의 범위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대상으로 싱가폴류의 MSA도입을 권유한 바 있다.

싱가폴 정부는 1984년 노인인구의 급증, 복지비용지출의 증가경향, 세출증대를 위한 세원 확보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고 도덕적 해이의 방지, 노인의료비조달, 국민의료비의 안정을 목표로 MSA를 도입했다. 싱가폴 정부는 이후 멀리 내다보면서 일관성있게 정책을 집행하여 꾸준히 제도를 개선시킴으로써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신뢰하고 호응하는 제도로 발전시켰다.

싱가폴은 주로 일반입원비를 조달할 목적으로 Medisave제도를 먼저 도입한 다음, 중증의료보험제도로서 Medishield와 저소득층 의료지원기구인 Medifund를 차례로 추가하였다. 통상 외래서비스는 공공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제공되는데 정부의 보조금 비율이 높아 수가가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로써 싱가폴국민들은 누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싱가폴은 정부의 보조금, 스스로의 저축,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보험 등 3자를 적절히 묶어 MSA를 실시함으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전생애에 걸쳐 필요한 의료를 비용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회보험은 기본적 의료를 커버하고, MSA 혹은 민간의료보험제도 같은 보충적 재원조달기구로 추가적인 의료를 커버하는 2원구조의 정립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MSA는 일단 중증의료 또는 장기입원비용을 조달할 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급여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본인부담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악명을 씻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비의 비용 효과성제고를 위해서 진료비지불제도를 DRG, 총액계약제, 인두제 같은 선불제(Prepayment system)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권순원 교수: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림대학교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은행 자문관, 한보경제연구원장, 초대 보건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보건경제, 사회정책, 빈곤과 소득분배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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