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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자 지불제 보험재정 위기 초래
시론 3자 지불제 보험재정 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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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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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교수(경산대/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1998년 9월 국민의 정부는 의약품 납품비리를 근절하고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하는 한편 의료보험통합, 의약분업 등 보건의료개혁 조치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해 의약품 유통개혁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제약사와 도매상이 공동 출자하여 의약품 보관 및 배송 업무를 전담하는 의약품 물류조합을 설립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는 의약품유통체계를 현대화하고 의약품의 제조, 보관, 운송, 판매에 이르는 모든 유통과정을 전산화한다고 했다.

또 보험의약품 대금지급방법을 물류조합을 통하여 의약품 공급주체인 도매상과 제약회사에 직접 지급토록 함으로써 의약품 납품과 관련된 불법 뒷거래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즉 의료기관은 약을 구입한 도매상이나 제약회사에 약품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의약품을 물류조합으로부터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는다. 의료기관은 사용한 의약품에 대하여 가격을 기재하여 보험공단에 청구하면 공단은 의료기관에는 진료비와 약품관리비만 지급하고 의약품 대금은 물류조합을 통하여 의약품 공급자인 제약회사나 도매상에 직접 지급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약품 대금지불방법을 개선함으로써 공급자의 의약품 판매대금 회수기일을 251일에서 60일 이내로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제약회사나 도매상과 의료기관 간에 의료보험 의약품거래와 관련하여 금전거래를 불필요케 함으로써 기부금(장학금), 할증 등 불법 뒷거래행위가 근원적으로 차단될 것이라고 했다. 또 보험재정도 연간 3~4천억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의약품 대금지불 방법을 제도화하기 위해 1999년 2월 제정된 통합의료보험법인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 제6, 7, 8, 9항에서 이와 같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약품 유통체계 현대화 및 전산화는 보험의약품 대금지불 방법을 제도화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가 규정하는 보험공단, 즉 제3자에 의한 의약품 대금지불제도가 의약품 유통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전근대적인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체계를 개선하여 의약품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납품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의약품 유통개혁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약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기관의 보고에 의하면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는 도매거래와 직거래 방식이 혼재할 뿐만아니라 다품종 소량거래와 중복 배송 등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물류비용이 총매출의 9.92%로서 타산업에 비하여 3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도매거래의 비중도 선진국은 90% 이상이나 우리나라는 3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제약회사 상호간, 제약회사와 도매상 간 무질서한 판매경쟁으로 의료기관의 의약품 거래관련 부조리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약품채택비, 처방사례비, 임상연구비, 기부금, 장학금, 할인 등으로서 매출액의 10~15%(3~4천억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의약품 물류센타 건립과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의약품 유통체계를 합리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며 의약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은 절실하다.

의약품 유통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의약품을 공급, 사용하는 의료기관, 약국, 제약회사, 도매상 등 모든 보건의료기관과 국민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개혁이 그러하듯 특히 의약품 유통개혁은 정확한 실태분석을 토대로 과학적이고 현실적이지 못 할 때는 실패할 수 밖에 없어 국민의 고통과 부담만 가중시키리라는 것은 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의 선례에서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

개혁은 탁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일상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개혁이며 부당하게 선동되고 오도된 여론으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가 현재 의약품유통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대금 제3자지불제도와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한다.
 
첫째, 요양기관으로부터 외상매입 채무기간의 이점을 박탈하는 것은 현실성과 사회통념에 배치될 뿐아니라 형평성을 결하고 있어 의약사의 심각한 저항을 초래할 뿐아니라 의료보험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외상매출 채권기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산업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시장 현실이다. 요양기관의 입장에서는 제3자 지불제도(직불제도)는 외상매출기간의 단축이 아니라 그 기간을 완전히 박탈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사회통념상 향유할 수 있는 외상매입채 무기간의 이점을 요양기관에 대해서만 박탈하는 것으로서 형평성을 상실한 조치가 된다.

사회보험제도의 특성으로 인해 의약품대금의 수령지불에 있어서 타산업에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외상매출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면 현실 가능하고 사회통념에도 부합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의약품 납품비리 근절은 너무나 당연하나 약품채택비, 처방사례비, 임상연구비, 기부금, 할인 등 거래 관련 부조리 문제는 의약품대금 지불제도와는 관계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의약품대금 제3자 지불제도가 납품비리의 근원적 대책이라는 주장은 우스꽝스러운 얘기일 뿐이다.

셋째, 이 제도는 약의 선택자(요양기관)와 대금의 지불자(보험자)가 달라짐에 따라 약을 싸게 구입할 이유가 없어진 요양기관은 공급자와 높은 가격으로 담합하는 새로운 비리요인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시장메커니즘이 무너지고 보험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넷째, 요양기관은 환자에 대한 의약품 대금부담이 전혀 없게 되므로 고가, 오리지날 의약품의 처방이 급격히 증가하여 의료보험재정 파탄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아울러 외국 다국적제약사의 국내시장 독점화, 국내 중소제약사의 도산, 신생제약사의 진입 장벽이 심화될 것이다.

다섯째, 공급자와 요양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의료보험 이외 산재, 자보, 비보험 의약품은 별도로 현행과 같은 대금지급 절차를 이행하게 됨으로써 이중관리의 불편을 초래한다.

여섯째, 제3자 지불제도는 상거래 당사자 간에 제3자가 개입하여 일방에 불리한 행위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행할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즉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 나아가 영업자유의 제한,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위헌소지가 다분하며 논쟁의 대상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정책의 추진이 담보될 수 있겠는가.

끝으로 이용당사자의 합의 없는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의 추진으로 정부정책의 신뢰는 완전히 추락했다. 의약품 물류정보화의 기반조성, 유통EDI시스템 구축, 정보DB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위 의약품유통 종합정보 시스템의 추진이야말로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이용자에게 정보서비스의 편의를 제공하고 당사자가 동의하는 사업이야 별문제가 없으나 이용자에게 강제로 시스템을 이용하고 부담을 지우는 문제는 합리성과 형평성이 있어야할 뿐아니라 이용당사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민간전담사업자를 지정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입,의약품 유통정보 종합시스템을 개발케 한 후 요양기관이나 공급자로 하여금 보험의약품 대금수불을 이 시스템을 통해 강제로 이용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더구나 공급자로부터 이용수수료(매출액의 0.5%)를 징수하여 시스템개발 사업자의 개발비와 시스템운영비를 조달하는 것은 이용당사자인 공급자의 동의를 얻을 수도 없을 뿐아니라 요양기관, 보험공단 등 이용자 간의 형평성도 잃은 조치이다.

따라서 요양기관(의사, 약사)이나 공급자(제약회사, 도매상)에게는 제3자 지불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 이용을 강제하여 개발비를 회수하고 운영비를 징수하는 수단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또 특정 업체에게 10년이나 정보화사업의 독점권을 주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다.

이러한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사업은 먼저 이용자인 요양기관이나 공급자, 보험공단의 합의하에 공동투자하여 물류조합과 연계하여 개발하고 설치운영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순리를 거르친 업무추진으로 인해 의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은 물론 의약품대금 제3자 지불제도는 더 더욱 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약품대금 제3자 지불제도는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보다는 의보재정부담 가중, 또 다른 비리유발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요양기관이나 공급자의 거부와 저항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의약품대금 제3자 지불이나 유통종합정보시스템 이용 강제와 같은 사항은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하여 이용 당사자나 국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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