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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국의사대표자 연수회를 다녀와서
시론 전국의사대표자 연수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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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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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부산 최성호비뇨기과의원)
전국의사대표자 연수회가 있으니 각 구에서 2명씩 참석하라는 부산시의사회의 연락을 받았다. 버스를 대절해 9월 8일 낮 12시에 출발하겠다는 전갈이었다. 그러나 출발 3일전 버스는 취소되고 기차표를 샀다고 했다. 8일 천안행 무궁화 열차에는 서구, 중구, 사상구, 동래구, 해운대구에서 각 1명씩 5명이 올랐다.

도착과 함께 숙소 배정 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의료현안 분석 및 활로찾기 워크샵' 주제하에 6개의 문제점에 대한 연자들의 발표를 경청했다. 제 1강의는 정효성 개원의협의회 법제이사의 '2001년 의료분쟁조정법 시안 검토'였다. 이 문제는 1988년부터 논의되어 왔으나 입법화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무과실 국가보상제도와 의사의 형사처벌 면제조항이 걸림돌이었다.

다른 긴급 현안 때문에 후순위로 밀린감이 있으나 의사의 진료환경을 위해선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왜 이런 문제도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변호사나 시민단체의 정서가 우리와는 너무 다른 때문이 아닐까.

제 2강의는 전 의협 법제이사이고, 현 의민추 공동대표 윤철수 회원의 '의료관련법의 문제점'이었다. 의약분업의 태생학적 문제점,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에서 의사의 조제권, 약사법의 모순점, 의료일원화의 필요성과 그 후에 의약분업의 시행, 건보 공단 인건비 낭비, 국민건강보험 제정 건전화 특별법의 운영, 요양급여 비용의 계약, 부당 삭감 문제, 요양급여의 기준 적용, 공공 및 민간 보건의료기관의 역할분담 문제 등을 심도있게 언급했다.

전철수 의협 보험이사의 복지부 고시와 건보재정 특별법의 대책에 대한 강의는 많은 준비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복지부 대책이 약국은 그냥 둔 채 의료기관만 지나치게 규제를 하다보니 형평성을 잃었고, 가다나군으로 구분한 것은 가군 수준으로 통일을 해야 하고, 수가차등제는 100인 이상으로 조정해야 하며, 그외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 및 심사평가원의 전문기능 확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정건전화특별법에 대한 대책도 세목마다 열심히 준비했으며, 상대가치수가 체계에 대해서는 혼선이 있어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수가계약 대책도 중요 현안문제로 깊은 관심이 필요하며, 요양급여 기준도 강력히 대처해 평가도 기본원칙에 따라 시행하고 그 결과도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안양수 비대위 실무위원의 의약분업과 재정 파탄, 박한성 정책소위 위원장의 현실적 대안으로서 국민 선택분업 강의도 유용했으며, 남은우 교수(고신대)는 시간에 좇기면서도 대학교수답게 단시간에 일본의 의약분업에 대해 잘 요약해 줬다.

일본의 경우 1874년부터 의약분업을 추진해 왔으며, 2000년 현재 분업률은 약 42% 정도이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였고 이 결과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국가이다. 일각에서 일본은 의약분업이 실패한 국가이다라는 지적이 있으나 일본은 실패한 국가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국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다.

주최측의 준비에 따라 한밤 중 자정이 되어 캠프파이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삼삼오오 주위에 모여 소주나 맥주를 나누었는데 늦은 시간에 끼리끼리 마시다보니 취기가 빨리 왔다.

이튿날 아침 무거운 머리를 끌고 조별 분임토의에 들어갔다. 20명씩 12개 조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인원이 적어 7~12개조가 한 곳에 모여 의료계 전체적인 문제점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를 했다.

21명이 모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분임토의가 없었다면 나는 이번 행사 참석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분임토의에서는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솔직한 가슴을 드러냈다.

"힘을 만들기 위한 기금을 모으고 정치적 힘도 기르자, 정보를 전 회원이 통신을 통해 공유하면서 힘을 모으자, 선택분업도 더 연구를 해야 한다, 이런 때 일수록 병원협, 전공의, 개원의 등 전 의료계가 단합하자,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지도부의 투쟁 방법과 목표에 문제가 있다, 신뢰를 잃었다, 전 회원을 단결시킬 수 있는 지도부가 결성되어야 한다, 투쟁의 타이밍을 잃은 것은 아닌지, 법적 대응할 것은 소송도 불사하고 추진해 나가자" 이런 이야기를 나눈 후 시간에 좇겨 참석자 전원이 대강당에 모여 분임 토의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조에서 직선제에 관한 의견을 내놓았고, 13조인 경기도 대표들은 선택분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안된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그나마. 우리가 내실있는 토의를 한 셈이다.

곧 의협 비대위원장에 우종원 경기도 의사회장이 선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결의문 준비가 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마루겠다고 한다. 이상으로 회의 종결 후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2시 26분 부산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2001년 9월 13일자 3547호 의협신보 기사를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부끄럽다. 워크샵 사진을 자세히 보면 넓은 방에 참석자를 모으고 사진을 찍었지만 회원이 너무 적었다. 책자에 나온 회원이 299명인데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100명도 안되었다. 부산은 사하구 권영채 회장님과 이사 한 분이 참석하여 구에서 7명, 부산시 임원 5명,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몸은 피곤했으나 좋은 주말을 보냈다고 생각하며, 문제점 및 해결책을 같이 생각해 본다.

작년과 같은 단결된 모습이 없었다. 즉 참가인원이 너무 적어 강의준비를 열심히 한 연자들에게 미안할 정도였고, 12시 넘어 캠프파이어가 점화되었지만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참가인원이 왜 적었는지 향후 의료계 활동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의료일원화와 의대 정원감축 대책도 세워야 한다. 2월부터 6월까지 의료계와 정부간에 대화의 창구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쟁도 전략도 전술도 없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직선제를 위해 귀중한 1년을 허송하고 과연 선거 후 어떤 의료계 모습을 볼지 기대보다는 염려가 앞서고 각 시도의사회의 직선제에 대한 행보도 통일이 되어 있지 않고 서로 달라서 의협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도 한 두 번의 모임 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작년 투쟁 후 노출된 연령별, 직역별, 개원의와 종합병원, 대학병원, 진료 과목별 모순과 이해 관계의 대립이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차등수가제에 대한 시각이다.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이것은 대만과는 여건이나 목표가 다른데 의료계 일부에서 주장한 것은 자승자박이 아닌가 묻고 싶다.

이런 때일수록 전문가의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법적 투쟁도 병행하고, 전 의료계가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택분업도 정책소위위원장은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분임토의 경기도 조에서는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정리안된 의료계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여러가지로 공부를 많이 한 연자와 질문시간에 던지는 내용을 들으면서 한편으로 마음 든든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또 한편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또 50분 지연된 행사를 시작하면서 사회자가 던진 한마디 "시도 회장단이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식사하러 나가 교통난으로 돌아오지 않아 이제는 회장단 없이 개회합니다" 귀에 쟁쟁한 이 한마디에 나는 또 자문해 본다. 우리는 왜 이런 모습인가 폐회 직전에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결의문도 준비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룬다니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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