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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협 정총 이석 대의원의 변
시론 의협 정총 이석 대의원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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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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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구(부산 고병구내과의원)
1년전 처음으로 중앙대의원이 되어 52차 정기총회에 다녀온 뒤 회장 선출 후 수많은 안건들을 뒤로 한 채 회의장을 떠나는 많은 대의원들을 보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번 53차 정기총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인 회장 직선제 정관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자리를 떠난 '이석대의원'으로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회원들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원으로서 정당한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잘못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미화될 수 없으며 많은 선배, 동료, 후배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드리면서 구차스런 내용이나마 알려 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다시 한번 글을 쓴다.

그 날 중도 퇴장한 이유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불공정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심판(의장)은 편파적인 판정을 내리고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왜 그와 같은 반칙이 일어나야 했던가? 심판은 왜 그와 같은 판정을 내려야 했던가?

그 이유는 어느 개인의 영달이나 권력유지를 위해서도 아니고 무슨 반대급부를 노려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5월말로 예정된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와 6월 약사법 개정을 앞두고 개정된 직선제 정관에 의해 회장 선거가 치루어질 경우 효과적인 대정부 투쟁은 고사하고 이전투구의 양상이 벌어져 의협이 혼란의 와중으로 빠질까 염려하는 충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날 대의원들은 거의가 그와 같은 염려를 가슴에 안고 참석하였으며 대부분의 일반회원들 또한 같은 심정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든지 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흥미도 그 의미도 사라져 버리고 만다. 우리의 직선제 정관개정도 여하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게임을 치루어야 했으며, 심판은 운영의 묘는 살릴지언정 이 룰이 깨뜨려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본다.

인사말을 통해서 "새로운 정관이 통과되면 강력한 의협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 하며 그 때까지 자신은 대정부 투쟁에 전념하겠으며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김재정회장의 약속을 믿고 대의원들은 각자 회원들의 뜻이라고 믿는 대로 단순한 생각으로 투표에 임하였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혹 새로운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였을지라도 게임의 룰은 지켜졌으며, 대의원회의 역할과 위상만은 지켜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석대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와 뜻이 같지 않았던 많은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또 나와 뜻이 같은 회원이라 할지라도 상대편에게 손가락질하는 짓은 하지 말자.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당당히 지적하고 주장하되 각자 소신에 따라서 회원의 권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내린 판단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다. 뒤에서 비난하는 것은 앞에서 수고하는 회원들에 대한 모독이며 무능한 자들의 어리석음이 될 수 있다.

지나간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는 의사들이 되자. 먹구름 같은 우리의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의사로서 각자의 사명감을 자각하고 함께 참여하는 회원이 되자. 의사 사회도 이제 민주화를 향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작은 지역의사회부터 시작하여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하자.

그 것이 하나의 물결을 이루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변해 버리고 만다. 선배님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나보다 어린 5만여 후배 의사들이여, 많은 선배님들은 지금 그 자리를 여러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능력껏 여러분이 설자리를 스스로 쟁취하라. 비록 지금 다 이루지 못한 것일지라도 실망하지 말며 다시 잠들지 말기를 바란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의협을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지 깨뜨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 개원의의 수가 2만을 넘어 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줄줄이 문닫는다는 소식이 줄을 이을까 하는 염려는 나만의 기우이기를

마구 짓밟히다가 억눌린 심정들이여! 우리 다시 한번 한마음으로 외쳐보자.

보라매 언덕에서, 여의도 광장에서
2001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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