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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백두산 천지 속에 몸을 담그다
백두산 천지 속에 몸을 담그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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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다이빙 마스터 조윤애 교수

  "그때가 1998년쯤이었을 거예요. 백두산을 짚차로 올라갔다가 다시 걸어서 천지로 내려갔죠. 길이 없어서 자갈이 구르는 데다 굉장히 가파른 길을 1시간 반인가 2시간 내려갔어요. 사람들이 경사가 40~50° 될거라며 맞추는 내기를 했죠."
  조윤애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안과)는 일행들과 함께 천지로 뛰어들었다. "천지 물은 매우 깨끗했어요. 바닥에 사람들이 던진 동전과 쓰레기도 꽤 있었지만요." 조 교수 일행이 백두산 천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된 것은 근처의 장백폭포에서 의료봉사를 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쿠버 숍인 '산호수중'의 일원인데, 여기에 속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들은 뜻있는 일도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의료봉사와 스쿠버 다이빙을 함께 하고 있다. 또 '산호수중'의 대표가 천지에서 가장 먼저 스쿠버 다이빙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천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한 기분을 묻자 조윤애 교수는 "물론 다른 곳에서 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죠. 뭐랄까. 백두산에 가려면 중국 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니까 우리나라 맨 꼭대기 머리 뇌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한라산 백록담에는 못 들어가잖아요." 

"수영 못해도 3일만 배우면 할 수 있어요"

물에서 하는 스쿠버 다이빙은 스킨 스쿠버나 스노쿨링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스킨 스쿠버는 쉽게 얘기하면 해녀들이 하는 것처럼 산소통을 매지 않고 바닷속으로 10여미터 들어가서 소라나 전복을 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스쿠버(SCUBA: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약자) 다이빙은 산소통을 매고 20~30m까지 들어간다. 스노쿨링은 바닷물에 떠서 한다.

조윤애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평양 태생이지만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어렸을 때 부산 영도에서 살았는데 바다가 옆에 있으니까 자연스레 수영을 배웠어요. 언니는 진짜 수영선수였죠." 조 교수는 어디를 가도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수영을 좋아했다. "1990년대 초부터 일부 사람들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더군요. 텔레비전에 나오길래 배워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대한수중협회로 전화를 걸었죠." 그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운 후 '산호수중'이 큰 모임이라고 해서 가입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대한수중협회 산하에 여러 곳이 있다.

"땅은 살면서 보게 되고 하늘은 비행기를 타면 보고 땅밑은 죽고 나면 볼테지만, 바닷속은 노력을 안 하면 못보니까 이것을 배워서 바다로 들어가서 물고기들하고 놀아야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호호호"

처음 배울 때 올림픽 수영장에 깊이 5m 짜리 수영장이 있는데 3일동안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스쿠버 다이빙 기구를 산 후 처음 바다로 가게 된다. 이것을 하고 나면 '오픈 워터' 자격증(open water certificate)을 준다. 해외여행 가서 1~2시간 배우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자격은 능숙한 정도에 따라 이후 'open water→advanced diver→master' 순서로 발전하게 된다. 산소 탱크 없이 숨 안 쉬고 일정 거리를 갈 수 있을 만큼 고난도 기술을 익혀야 마스터가 될 수 있다. 1994년께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해 경력 10년이 된 조윤애 교수도 마스터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제가 오픈 워터할 땐 속초 부근 연금정에서 했어요. 멍게밭이라 불리는 곳이라 빨간 멍게가 바위에 붙어 있더군요. 멍게를 따서 밖으로 나왔는데 멍게 속을 빼면 소주잔이 되거든요. 거기에 술을 한 잔 먹는 게 스쿠버 다이빙계의 불문율이죠." 대학 신입생 때 하는 일종의 사발식 같은 의식이다.

"저희 선생님(남편)하고 같이 하면 좋은데, 대구 사람이라 바다를 별로 안 좋아하고 골프를 해요. 같이 다니려다가는 나도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혼자 다닙니다"며 미소를 짓는 조윤애 교수의 남편은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을 지낸 이성태 교수(정형외과)다.

■ 한달에 1~2번 투어…1박3일도

"해외투어 가면 요즘같은 땐 따뜻해서 좋아요. 한번은 말레이시아의 조그만 섬 시파단에 갔어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인데 45~50분이면 한바퀴를 돌아요. 그곳에는 거북이가 정말 많았어요. 그 섬에서는 거북이가 땅으로 와서 산란을 하면 어느 정도 키워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더군요. 그냥 두면 거북이들이 바다에 들어갔을 때 다 잡아먹혀 버리기 때문이죠. 정말 '물반 거북이반'이었어요."

스쿠버 다이빙계에선 혼자 다니는 사람을 '독립군'이라고 한다. 조 교수에게 독립군이냐고 물었다. "어휴, 저는 혼자 못다녀요. 산호수중에서 20~30명씩 5월부터 다니기 시작해 11월까지 합니다. 추우면 들어가기가 어렵죠. 한달에 한두번 투어를 갑니다." 투어는 1년에 한번 정도는 금요일 저녁 8시께 출발해서 일요일에 오는 장거리로 버스에서 하룻밤을 자는 1박 3일 코스다. 보통 땐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당일치기로 간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몇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다 깊숙히 들어갔다가 올라올 때 감압을 하는 것이다. "1989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수할 당시 낚시를 하러 갔는데, 도미가 세마리 걸려서 올라오더라구요. 낚싯대 줄을 빨리 잡아당겼더니 도미 눈이 '팍팍' 뛰어 나와버리더군요. 천천히 당기면 괜찮구요." 대기는 1기압이지만 물속 10m는 2기압, 20m는 3기압 식으로 바뀐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작은 물방울이 물위로 올라오면 점점 부풀게 된다. 따라서 30m까지 들어갔다가 20m로 올라오면 좀 머물러 있다가 올라와야 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체내에 질소가 축적되는데 스쿠버 다이빙을 한 직후 비행기를 타면 질소가 점점 커져서 매우 위험하다고. "제주도나 해외에 투어를 갈 때 스쿠버 다이빙을 한 후 8~12시간 정도 지나서 비행기를 타야 해요."

스쿠버 다이빙을 새로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조 교수는 망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수영을 못해서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스쿠버 다이빙 하는 사람 중 수영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어요. 스쿠버 다이빙 옷은 천 사이에 공기가 있어 몸이 그냥 뜨죠. 또 3일쯤 훈련 받고 나면 충분히 합니다. 스쿠버 다이빙 하다가 나중에 역으로 수영을 배우기도 해요.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 할 땐 다른 사람(버디)과 짝을 이뤄 들어갑니다.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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