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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1:19 (목)
시론 건강보험 지불제도 새 틀 짜야

시론 건강보험 지불제도 새 틀 짜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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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교수(덕성여대 경제학)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건강에 대한 수요로부터 파생된다. 우리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은 건강증진 혹은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에 있지 의료서비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기 때문은 아니다. 국민개보험이 달성된지 어언 12년째, 의료보험제도는 과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비록 평균수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영아사망률이 감소되는 등 지표상의 진전(물론 이 모든 성취가 의학 및 의료기술의 진보나 의료서비스의 이용증대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식품 및 영양상태의 개선, 규칙적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의 실천 등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지만)은 있었으나 평균적으로 한국국민들이 종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질병구조를 보면 암, 고혈압, 뇌졸증 등 만성성인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교통사고 등 각종사고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들 가운데서도 성인병증후군이 나타나고 있으며 비만아도 증가하고 있다. 성인들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습관화된 과다음주와 흡연, 운동부족 등으로 건강을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이용에 있어서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비용 효과적인 예방이나 건강교육에 인센티브를 주어 평소에 건강에 유의하거나 사전적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병이 발생한 다음(통상 상당히 악화된 후)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의료비용과 시간비용을 쓰고 있지만 별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사회보험이 주는(즉 제3자 지불제도가 초래하는) 도덕적 해이에다 주로 행위별수가제에 따른 폐해가 부가되어 방만한 의료이용이 유도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비용 의식적인 의료이용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최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좋은 현상이라고 하겠으나 이로 인하여 각가지 건강식품이나 만병통치류의 의약품이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모두 당국의 공인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일부 부유층들은 국내 의료이용환경에 실망하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추구하고자 미국, 일본, 또는 중국으로까지 건너가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진료비할인제도라는 별명이 붙는다. 보험외급여 항목이 많아 실효본인부담률이 무려 5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3차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할 경우에는 엄청난 금액을 본인이 지출하도록 강요받고 있어 위험분산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호적이지도 않고 특별히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지도 못하고 있어 소득재분배기능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시간에 비하여 진료시간은 엄청 짧다. 이러한 환경에서 수요자중심의 친절한 의료이용이 가능하겠는가. 요컨데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효율과 형평 측면에서 수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그 중에서도 보험재정의 적자문제가 심각하다. 의보제도에 대하여 의료이용자와 서비스제공자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거듭 수가를 올리고 보험료를 인상한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 보험자인 국민건강관리공단은 진정 가입자인 국민의 편에 서서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는가.

보건의료정책당국은 싱가폴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으며 국민들을 위한 의료보험정책을 펴나가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정책수립자들은 단기적인 현안과제 수습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재임 중에 실적을 올리거나 적어도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 안목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정책을 개선하는 일에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보여 주고 있다.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20여년 전에 설계된 것이다. 그간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여건이 크게 변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질병구조도 크게 변모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의료비와 간호 및 개호관련지출이 의료이용 강도의 증가 및 의료의 질개선, 만성성인병의 증가, 고령인구의 증대와 장기진료의 증가, 의료기술의 발전, 여성의 사회진출확대 등에 힘입어 빠르게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일본의 최근 경험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보험만으로 국민들의 의료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으며 도덕적 해이문제도 심각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향후 의료이용의 질과 양이 늘어나는 것이 필연적인 추세라면 국민이면 누구나 종전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겠다. 문제는 늘어나는 의료비를 어떻게 비용 효과적으로 조달하는가에 있다.

새 여건에 맞는 의보제도의 설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보충적 재원조달기구를 도입하여 보험재정의 기반을 확충하고,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같은 선불제로 진료비지불제도를 전환해야 하며, 공공의료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선진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의료는 사회보험, 추가적인 의료는 민간의보를 통하여 충당하는 2원구조의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장기진료비와 노인진료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싱가폴류의 MSA를 도입하여 비용 효과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급여체계를 개선하여 비용 효과적인 예방의료의 확대보급, 비급여항목의 축소, 본인부담률의 인하 등을 기해나가야 한다. 또한 1차의료의 강화, 주치의 제도의 도입, 의료기관의 경영투명성 제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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