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시론 생명공학시대 대비하자

시론 생명공학시대 대비하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8 12:3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선 교수(서울의대 생화학)

20세기 후반에 보여준 분자생물학의 놀라운 성과는 21세기초 인간게놈계획의 완성으로 귀결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이 1897년 전자의 발견에 따른 물리, 화학의 산업화시대였다면 1953년 밝혀진 DNA의 구조는 약 50년이라는 비슷한 시간이 지난 후에 생명공학세기를 열어가고 있다.

생명을 환경에 대한 전략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모든 전략이 담겨져 있는 DNA서열의 암호해독작업(decode)은 인류 역사상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 노, 병, 사의 인간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명의 물질적 근거를 알아내는 것은 필수적이다.


10만개의 유전자의 기능별 분류작업이 뒤따르게 된다. 단지 사람뿐 아니라 박테리아, 효모, 선충, 초파리, 생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생명정보의 탐색으로 인류는 이제 생명의 신비를 벗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와 질병유전자의 탐색과 개인별 유전자 변이 검색으로 미래의학은 예측의학이 된다. 셀레라 제노믹 회사의 인간게놈 전 서열분석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고 게놈연구결과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급기야 클린턴과 블레어의 '게놈연구결과의 공개'에 대한 공동 선언으로 나타났다.

프랜시스 콜린스박사가 이끄는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팀은 2000년 3월 15일 20억개의 서열분석을 완료하였으나 벤터박사의 셀레라 연구진의 2/3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뒤쳐진 상태이다. 두 연구진의 경쟁은 이제 서열분석의 정확성의 시비로 연결되어 감정적 대립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인간게놈분석의 완성은 두 가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제약산업으로서 신약개발에 획기적인 방법을 제공하게 된다. 유전자정보로부터 질병관련 유전자의 탐색이 끝난 다음 생쥐 등을 통해 기능이 확인되면 (질병모델이 만들어지면) 신약개발 경비는 약 1/30로 절감된다.

한마디로 기존의 무작위적으로 심지어는 운에 맡기듯 검색하던 방법과는 달리 찾아낸 질병 유전자의 기능변화를 유도하는 화합물만 찾아내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기존에 약 12.5년 걸리던 공정이 5년이하로 줄어들게 되어 신약개발에서는 가히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의 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인프라가 없는 제약회사가 이제부터라도 질병유전자 탐색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유전자특허작업과 신약공동개발(joint development)에 나서야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별 예측의학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유전자들의 변이 등 모든 데이터가 포함된 DB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게놈의 인종적, 민족적 차이와 호발질환과의 관계를 찾아내는 길이 지름길이며 대단위 서열분석작업을 통한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연구가 중요하다.

방대한 자료를 의사가 다룰 수 있도록 의사를 도울 수 있도록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유전체 관련 연구기관에서부터 민간업체까지 포함하는 한국인유전체 정보 컨소시엄을 만들어 복지부주도의 질병관련 DB의 보관을 위한 생명정보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

진단면에서 인간게놈연구가 미래의학에 큰 영향을 준다면 치료면에서는 생명복제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체세포 핵이식의 배아복제기술이 개개인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21세기 의학의 충격은 대단할 것이다.

수정후 14일 이내의 배아복제가 허용되면 대부분의 성인병의 경우 줄기세포의 이식으로 새로운 차원의 치료가 펼쳐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이식에서도 동물장기이식으로 2010년까지 45만명이 이종장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60억달러의 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의학이 변화하면서 의사들의 역할도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끌려갈 것인가. 우리의 선택이 이를 결정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