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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종교 등 그 벽을 넘어서 '온 인류 사랑' 소중한 실천

인종 종교 등 그 벽을 넘어서 '온 인류 사랑' 소중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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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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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보령의료봉사상 수상자 박용준 글로벌케어 대표

· 1980년 연세의대 졸업

  인종이나 종교 등 모든 벽을 넘어서 인류를 위한 사랑을 베풀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박 대표. 그에게 있어 네팔은 의료봉사의 사명감을 확인시켜준 곳이라면 94년 인종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르완다는 보다 구체적인 의료봉사의 상을 제시한 곳이다. 당시 의료봉사를 위해 그곳에 방문한 박 대표는 국제적 의료봉사기구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만나게 된다. 의료봉사를 향한 열정만 가지고는 한계점이 많음을 깨닫던 차에 의료봉사를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구를 구성,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날로 발전해 가는 국경없는 의사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 글로벌케어 박용준 대표

  몇 해 전부터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의 하계 봉사활동 상황을 학생생활기록부에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 학기마다 정해진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느라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는다. 물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이야 더없이 값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순수한 의미의 봉사라기보다는 확인 도장을 받기에 급급한 보여주기 식이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진정한 의미의 봉사가 많이 퇴색해버린 요즈음, 클로벌케어의 박용준 대표는 봉사의 참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봉사란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주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는 기쁨과 삶의 소중한 체험을 맛보게 됩니다. 주는 것 이상의 배움을 받는 것이지요.”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지구촌 어느 오지라도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는 박용준 대표.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계기는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 의사들의 모임인 한국 누가회에서 네팔에 의료팀을 보낼 때 단장으로 참석하게 된 것이 그 시작. 히말라야의 험난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네팔은 의료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누구보다 간절히 의료팀을 기다렸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며칠씩 걸어오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뜨거운 성원 속에서 진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무렵이었습니다. 미니 버스를 타고 험한 산을 달리고 있는데 저쪽에 며칠 전 치료를 받고 돌아간 부자가 걸어가고 있는 겁니다. 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환한 웃음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면서 제 힘이 닿는 한 이 일을 끝까지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인종이나 종교 등 모든 벽을 넘어서 인류를 위한 사랑을 베풀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박 대표. 그에게 있어 네팔은 의료봉사의 사명감을 확인시켜준 곳이라면 94년 인종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르완다는 보다 구체적인 의료봉사의 상을 제시한 곳이다. 당시 의료봉사를 위해 그곳에 방문한 박 대표는 국제적 의료봉사기구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만나게 된다. 의료봉사를 향한 열정만 가지고는 한계점이 많음을 깨닫던 차에 의료봉사를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구를 구성,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날로 발전해 가는 국경 없는 의사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그 후 96년 국경 없는 의사회가 서울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또 한 번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박 대표와 뜻을 같이 하는 의사들은 의료봉사 기구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다.

  결국 97년, 3년여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친 글로벌케어는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런데 조금의 쉴 틈도 없이 바로 IMF가 터지면서 글로벌케어의 할 일은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노숙자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소년소녀 가장이나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손길은 뜸해져만 갔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집중호우가 내려 수해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왔다. 문산, 철원 등 수해현장 곳곳에서도 박 대표의 의료봉사활동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가능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말로는 아무리 설명해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한번 경험하고 나야 비로소 마음속에 새길 수 있습니다.”

  항상 재난이나 전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다보니 위험을 느낄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채 총격이 가시지 않은 지역에서 치료를 하다보면 주위를 경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고 총칼로 위협하는 군인들을 만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래도 박 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어 당황하지 않는다.

  “사실 해외 의료봉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병원 문을 닫고 꼼짝없이 매달려야 하는데다가 의약품을 구입하고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다 해결되기 마련이더군요. 그러니 아무리 위험한 대라도 믿음이 생기는 것이죠.”

  글로벌케어는 지난 해 지진으로 참혹한 피해를 입은 터키에서 세계 의료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인 공황과 공포감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파견한 것. 각국의 수많은 단체들이 참가했지만 현지인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세심하게 고민하고 준비한 단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글로 벌케어는 베트남과 몽골의 선천성 기형어린이들의 수술은 물론이고 의료, 교육, 보건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여러기업의 후원을 받아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 이동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고아원, 양로원, 비인가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가 치료활동을 하는 한편 가사, 간병 등의 종합적인 복지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글로벌케어는 의료와 복지를 함께하는 기관입니다. 이웃의 건강을 지켜주면서 교육이나 생계 면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성직자, 사회복지사, 컴퓨터 전문가 등 약 700여명의 회원이 맡은바 역할을 다하며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많은 이들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말도 덧붙인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너무 많은데 일일이 다 챙겨줄 수 없어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레지던트 1년차, 신앙에 눈을 뜨면서 의료봉사에 더욱 발벗고 나서게 되었다는 박 대표. ‘주라, 그리하면 넘치게 갚아주리라’는 성경구절은 힘들 때마다 그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다. 그는 지금 조금 힘들어도 우선 해야할 일은 미루지 않는다. 그의 곁에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루 끼니를 잇기에도 몹시 힘든 가난한 사람들, 손발이 잘려도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이념이나 종교 분쟁으로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 중 아픔이 있는 곳에 박 대표는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은 그가 평생 풀어나가야 할 어렵지만 보람찬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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