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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7:24 (목)
의약분업 현장

의약분업 현장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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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자가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과 다르게 임의 변경 조제한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쇼크를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했다."〈3일자 조선일보〉
 "대전에서도 쌍둥이 아기가 대체조제로 부작용을 일으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3일자 한국일보〉
 
1일부터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곳 저곳에서 약사의 오투약으로 인한 약화사고와 임의조제,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 한약 및 건강보조식품 끼워팔기 등 불법 진료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했던 의약분업 후유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대체조제를 받은 환아가 부작용을 일으켜 한양대 구리병원에 입원하는 약화사고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본지와 의협 홈페이지를 비롯 불법 진료를 고발하는 의료계 사이트에는 이같은 부작용 사례가 속속 제보되고 있다.

편두통 치료를 위한 약을 처방 받은 20대 여자는 주로 자궁수축제로 사용되는 약을 받아먹고 약물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을 투약한 충남 아산시 J약국 A약사는 "비슷한 성분의 약인줄 알고 투약했다"고 말했다. A약사는 의사와 상의하거나 환자에게 동의도 얻지않고 마음대로 대체조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조제로 부작용을 일으킨 생후 8개월된 쌍둥이 아기는 기관지 확장제인 아미노필린을 처방받았으나 B약국은 성분이 같은 데오필린을 조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아를 진료한 A 소아과 의사는 "아미노필린은 알약으로 갈아 먹이지만 데오필린은 갭슐안에 작은 구슬 모양으로 갈지 않고 먹이기 때문에 아기들의 소화, 배설 기능에 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조제 약화사고 잇따라
"어떤 ×××가 이따위 제도를 만들었나"
처방전을 잘못 해석한 약사의 엉터리 조제로 피해를 당한 한 환자는 조제를 잘못한 약사와 철저한 준비 없이 의약분업을 강행한 정부당국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나타냈다.

의약분업 시행 일주일째를 맞는 의료계와 환자들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계의 충고를 외면한 채 강행한 의약분업은 여기 저기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내며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일 SBS 8시 뉴스는 AAP(아세트아미노펜) 처방을 받아든 약사가 "세상에 들어본 적도 없는 희귀한 처방"이라는 인터뷰와 함께 의사가 희귀 약품을 처방해 골탕을 먹이고 있다는 식의 내용을 보도, 물의를 빚었다.

AAP가 타이레놀이라는 것을 모르는 약사의 의심스런 수준과 희귀 약품 처방으로 환자를 골탕먹이고 있다는 시나리오아래 엉터리 인터뷰를 하고도 이를 검증 없이 보도한 취재기자의 무지함이 빚어낸 합작품에 의사들은 아연실색해야 했다. 3일 SBS 8시 뉴스는 정정보도라는 말 한마디 없이 어제 인터뷰 내용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명백한 오보를 어물청 마무리하는 재치마저 발휘했다.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잘못 읽어 엉뚱한 약을 조제해 준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대구 MBC는 1일 여성형 유방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 환자에게 처방된 에스트로겐기능억제제 Tamoxifen을 약사가 발음이 비슷한 항생제 Pamoxin으로 엉뚱하게 조제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약사는 기자가 Pamoxin이 무슨 약이냐고 묻자 "진통제 겸 소염진통제"라고 대답, 약에 관한한 전문가라고 큰소리쳤던 약사들의 전문가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동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상당수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쓰이는 처방약을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처방전 해석에서부터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사회 내부에서는 일선 개국 약사들을 대상으로 처방전 해석을 위한 교육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처방전은 생전 처음 본다"는 한 동네 약사의 푸념은 준비없이 강행된 한국의 의약분업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일주일을 맞으면서 약사의 불법 조제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처방전이 몰려 처방전을 소화하는데도 힘이 벅찬 종합병원 인근약국이나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찾아다니는 대형약국 밀집지역과는 달리 환자가 격감한 동네약국은 살아남기 위해 임의조제와 불법조제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약국들은 처방전이 없이도 전문의약품을 조제해 주거나 암암리에 항생제를 투약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100대 처방에 한해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약국에서는 처방전이 없이도 조제가 가능한 한약의 예외조항을 적절히 활용, 아예 한약조제로 경영위기를 모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제약회사들도 일반의약품을 이용, 증상별로 세분화한 감기약 등을 개발하여 약국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K약국은 다래끼가 났다며 항생제를 요구하자 "원래는 안되지만 동네약국이라 단골손님을 상대하다 보니 와서 달라고 하면 안줄 수 없다"면서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조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밀양의 한 신경외과의원은 두통으로 장기간 투약중인 환자에게 마이드린을 1회 2알씩 3회 복용하라고 처방을 냈으나 인근 D약국은 의사와 한마디 상의 없이 1회 한 알씩 투약하라며 즉석에서 처방전을 고쳐 조제했다며 약사의 처방 변경 사례를 지적했다. D약국의 약사는 "인근 의원의 환자수는 400명 정도인데 약국은 2군데 뿐이기 때문에 수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빼짱 조제를 하고 있다고 이 원장은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약사들의 불법조제와 이로 인한 약물 부작용 문제에 대해 6하 원칙에 의거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전화, 팩스, 환자 증언 등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후 관할 보건소나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계당국에 고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약화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허술하고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부작용 정도가 경미한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법적 대응에 소극적이어서 문제해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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