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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病)

병 (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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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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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병(病)은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사람과 함께 있었다고 믿어지고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어느 것 하나 피할 수 있는 것이 없듯이,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우리는 일생동안 병을 의식하고 살고 또 많은 사람이 병으로 사망한다. 병이란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정상에서 벗어나는 상태로, 그것으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며, 그 종류와 심한 정도는 참으로 다양하다.

병에는 학문적으로 분명히 그 정체가 인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그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병도 있으며,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병이 있는가 하면, 주관적으로만 느끼는 병도 있다.

병은 우리 선조들이 예전부터 써오던 용어이다. 우리 일상생활과 너무도 관계가 깊어서 병이란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가장 간단히 대답하는 말은 “아픈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의 아픔은 반드시 통증(동통, pain)을 타나내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아픔은 통증과 관계가 있다. 이때의 아픔을 영어로는 괴로움을 나타내는 “ailment”에 해당한다. 전통적 질병관에 따른 병리학적 개념의 병을 우리는 질병(疾病)이라 하는데 이것에 해당하는 영어는 “disease”이다. 한편 치료자(의사)의 입장에서의 병이 “질병”이라면, 병을 앓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병을 “병”이라 하며, 영어로는 “illness”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뭔가 내가 아픈 것 같다” 혹은 “뭔가 병에 걸린 것 같다” 등의 이른바 병감(病感)이 있는 경우이다. 영어로는 이때 “ill” 혹은 “sick”을 모두 쓸 수 있다. 따라서 “illness”나 “sickness”도 우리말로 “병”에 해당하지만 “질병”이란 의미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배멀미를 영어로 “sea sickness”라고 하듯이 객관적인 것보다는 주관적이거나 현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적으로 “sickness”를 “disease”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질환(疾患)이란 용어를 흔히 쓰고 있는데 이것은 “질병”과 거의 정확히 같은 의미이다. 즉 객관적?병리학적 개념의 병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단위질병을 그대로 “병”이라고 부르는 대신 “질환”은 어떤 계통에 속하는 질병의 무리 즉 질병군(疾病群)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즉 소화기질환내에 위궤양, 크론병 등 개개의 병이 있고 신경성질환내에 알츠하이머병 등이 있는 것 같이 하나 하나의 단위질병을 그대로 “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질환은 영어로는 “diseases”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병증(病症)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병 자체라기보다는 병리학적으로 개념정립이 되지 않은 것이거나, 여러 가지 병적상태를 묶어서 나타날 때 쓴다. 영어로는 “pathy”가 여기에 해당한다. 예컨대 “lymphadenopathy”는 림프절병증으로 림프절이 커져 있는 상태이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조직검사결과 악성림프종으로 판명되면 비로소 림프절의 호지킨병이라고 부르게 된다. 한편 같은 병이라도 어른의 병을 “병환”이라는 존칭을 부치고 있으나 학문적 의미는 없다. 그 외에도 영어로는 “disorder”란 용어를 “disease”와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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