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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4:25 (목)
의학발전1

의학발전1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02.17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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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 천년에 누리고 싶은 과학기술 가운데 가장 많이 손꼽힌 것이 '난치병 퇴치'다.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21세기 초반의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로 '보건의료에 관한 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분야 중 의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중요성에 비해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국립의과대학 학장회 주관하에 내놓은 '21세기 의학발전을 위한 기획연구보고서'는 한국 의학이 현재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연구개발비, 연구인력, 연구실적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 5개국과 국내 자료를 바탕으로 면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의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곡되고 통제된 정책과 원칙없는 제도에 의해 유린당한 채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의료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의학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21세기 의학발전을 위한 기획연구보고서'는 국민적 여망에 의해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한국 의학을 본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I. 서론
1. 연구배경 및 필요성

전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 능력이 다가오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쟁적으로 과학기술관련예산을 증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마다 평균 10% 이상 연구개발 투자액이 증가하여, 10년 전에 비해서는 약 4배 정도로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주로 산업발전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부문, 즉 반도체, 기계, 토목, 전자 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져 왔고, 연구개발의 성과는 다시 산업발전에 활용되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시기에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복지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경시되었다.

그러나 현재 경제발전과 함께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강, 환경, 안전, 사회간접자본 등의 공공복지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특히 OECD에 가입하면서 공공복지부문에 대한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까지 그 수준은 매우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여러 지표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무병장수(無病長壽)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점차 노령화되는 21세기에는 이러한 건강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실지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뉴밀레니엄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새 천년에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000명의 조사대상자 중 25.8%가 '건강'을, 23.0%가 '화목한 가정'을 꼽아 '내 몸과 내 가족'에 관련된 부분이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관심사임을 알 수 있다.

또, "새 천년에 누리고 싶은 미래기술"로 응답자의 26.0%가 '불치병 퇴치'를 1위로 꼽아 새 천년의 첫 번째 소망은 '건강'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우리나라 각계 전문가 456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삶의 질'과 관련되어 연상되는 단어로 '건강'이 1위를 차지하였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관심도 중 의학연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매년 최우선이었으며, 이러한 관심이 의학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21세기 벽두인 현 시점의 의학은 인간 유전자 지도의 완성, 인공장기의 개발과 장기 이식술의 발전, 유전자 요법의 발달, 암, AIDS, 알츠하이머병 등의 난치병 정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Time지는 21세기의 미래 예측에 대한 특집기사 'Visions 21'을 연재하면서 'Health & Environment'를 첫 번째 특집기사로 다뤄 '건강'이 우리 인류의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의학연구는 '국민건강의 증진'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임상의학,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첨단 생명과학 및 공학, 물리학, 화학 등의 다양한 기술분야의 학문들이 융화되어 연구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응용연구학문이다. 구체적인 의학연구의 목적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병인기전 탐구, 예방, 진단, 치료법 개발과 건강한 국민들을 더욱 더 건강하게 만드는 건강복지기술의 개발 등이다.

따라서 의학연구는 '건강'이라는 삶의 질의 지표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며, 의학연구의 성과는 직접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적용된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가 연구개발투자 중 상당 부분을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의학연구에 할애하여 왔다.

이러한 결과로 선진국 국민들은 평균수명, 각종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건강지표상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건강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OECD 회원국 중 24위에 머물러 있고, 영아사망률은 25위에 머무르고 있다.

21세기에는 과학기술능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며, 과학기술의 핵심은 보건의료분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경우 전문가 및 비전문가의 과학기술 중요도 순에 대한 조사에서, 한국의 경우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에서 발표한 '제2회 과학기술예측: 한국의 미래기술'에서 명시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초반 중요성이 가장 큰 기술분야는 '보건의료분야'이며, 21세기 초반 과학기술 중요도 상위 20대 과제 중 의학분야가 암, 인체유전자, 진단 및 치료법 개발, 노화기전, 간염 등 12개 과제를 차지하고 있고, 최상위 5개 과제 중 4개가 의학분야의 과제이다.

보건의료분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요도는 가장 높으나 연구개발수준은 낮은 상태에 있다. 보건의료분야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공공성이 짙은 분야이며 향후 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므로 보건의료분야를 좌상단에서 우상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21세기 한국 미래기술의 전략적 과제이다.

이러한 사실은 의학연구가 단순히 공공복지의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학연구의 성과로 인한 각종 난치병의 예방, 진단, 치료기술과 의약품의 개발은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연구에 대한 투자는 경제발전과 결코 상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적인 시장을 개척하는 매우 효율적인 투자이다. 이미 선진국의 앞선 의학연구를 통하여 개발된 많은 기술 및 치료약물들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될 것이 분명한 21세기에는 선진국의 난치병 치료기술의 개발을 위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개발된 기술은 지적재산권의 형태로 전 세계에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1세기는 '국방의 자주', '경제의 자주' 뿐만이 아니라 '건강의 자주'도 확보해야만 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 중 '건강의 자주'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다.

아쉽게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학연구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하였다. 무엇보다도 의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잘못되어 있다. 일례로 한국과학기술평가원 (KISTEP)의 국가과학기술 10대 분류를 보면, 공학이 정보/전자/통신, 건설/토목, 기계기술, 수송기술 등의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의학은 생명과학이라는 분류안의 한 부분으로만 속해 있다.

또한 과학기술부의 14가지 국가 산업분류를 보면 의료는 정밀, 광학기기 및 시계제조업 등과 함께 묶여 하나의 산업분류로 취급되고 있다. 의학연구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의학연구에 대한 국가적 연구비 지원은 매우 취약하여, 우리나라의 의학연구에 투자되는 연구비는 아예 통계자료조차 없는 현실이고, 심지어는 OECD에서 사용하는 연구사업의 경제사회목적별 연구비 투자 항목인 건강관련 연구비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불분명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 분석 평가 자료에 따르면 보건 및 사회복지를 합친 연구비가 4.2%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건강관련 연구비는 4%도 안될 것으로 추정되고, 이 중 의학연구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학문분야별 과학 연구개발 지출 중 의학(Medical science)분야의 연구비 지출이 가장 많아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본 연구진은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의학연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연구자들은 각자 자신이 전공하고 있는 분야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따라서 본 연구진의 논리도 단순한 특정 학문집단의 이기주의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들의 의학연구발전을 위한 투자현황 및 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자료를 보면, 의학연구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함이 결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닌 국가발전 및 국민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필수요소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선진국의 의학연구지원에 대해서 단편적인 자료만이 소개되었을 뿐,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외국의 의학연구지원 현황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국내 현황에 대한 비교 고찰을 통하여 우리나라 의학연구지원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우리나라 의학연구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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