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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창간]인터넷과 의료/의료시장 개방

[2001창간]인터넷과 의료/의료시장 개방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1.03.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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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변호사·한꿈통상법연구회 회장)

의료시장 개방과 의협의 대응 방안

 

 

금발에 파란 눈의 미국 의사들이 한국병원에 와서 진료를 하기 시작하였다. 강남에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 병원이 생겼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시장의 개방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95년 출범한 세계 자유무역질서체제인 WTO 체제하에서의 의료서비스 시장개방이 지니는 의미는 좀 더 다양하다.


WTO상의 서비스 무역에 관한 협정을 GATS(General Agreement on Services)라고 하는데 이는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를 그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GATS는 서비스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서비스 시장 개방의 정도를 정한 WTO 회원국들 사이의 약속(법)으로 가입회원국은 이러한 약속의 준수 의무가 있다. 다만 그 개방의 정도는 각국이 자국사정을 고려하여 개방을 약속한 정도까지 만이다.

이러한 GATS 협정상의 서비스의 개념에 의료 및 법률서비스가 포함되므로 미국이나 영국 등 세계적으로 의료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가들은 GATS 협정에 의해 자국의 의료 서비스부분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가. 외국의 경우
미국 및 일본은 병원 서비스와 건강 보험 서비스 분야에 대해 개방 약속을 하였다. 유럽연합은 전문직 서비스와 병원 서비스, 그리고 건강보험 모두를 개방하였다. 유럽연합 외에 잠비아·헝가리·폴란드·파키스탄 등의 나라도 역시 모든 의료서비스 분야에 대하여 개방하였고 특히 잠비아는 모든 의료서비스 분야 및 모든 공급 형태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개방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모든 서비스 공급 형태에 대해 개방을 약속한 것은 아니며, 그 개방의 정도는 각국이 개방 약속표에서 약속을 하고 있는 것에 국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각국의 개방 정도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서비스의 공급 형태에 따라 아주 다양하며, 각각의 분야와 형태에 대해 각국은 다시 일정한 규제를 조건으로 하여 개방할 수 있다.

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분야에 대해서만 개방약속을 한 상태로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도의 의료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의료인력 유입과 관련해서는 병원경영관리 자문진의 이동은 사실상 허용된 셈이고, 전문인력인 의사의 이동에 관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의사면허의 인정 및 입국문제로 인하여 다자간 합의도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서비스협상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자본유입과 관련해서는 국내의료시설에 대한 외국인의 자본참여를 제한하고 있던 외자도입법(제 4519호) 및 외국인 투자인가 지침이 개정됨에 따라서 1995년 1월부터 의료기관시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의료관계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수익을 전제로 하지 않아 외국자본이 들어올 실익이 없다는 모순점이 있다.

그러나 회원국은 자국의 국내법규를 WTO 협정상의 규정에 합치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나라도 소주세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WTO의 판정하에 주세법을 개정한 전력이 있으므로 외국의 의료시장개방의 압력이 거세질 경우 외국인에 불리한 국내 의료관련법이 더 이상 국내 의료계의 방패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시장개방이 된다는 것은 물론 당장 한국의 의료가 선진 외국의 거대자본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의미도 물론 가지고 있다. 즉 한국의 선진의료기술 및 자본, 의료인이 외국 특히 제3세계에 아무런 장벽 없이 진출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앞으로 의료산업도 하나의 벤처기업화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질 경우 의료시장 개방을 단지 수동적인 피해의식만 갖고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해 볼 수도 있다.

즉, 의료시장개방을 수동적인 피해의식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라는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한국의 개인 의료기관들에게 의료시장개방이 미칠 파장은 여러모로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장은 향후의 WTO의 서비스협상의 진척에 따라 경우에 따라 완전개방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장개방의 정도는 아주 미약하고 이는 달리 말하면 다른나라에 비해 향후 개방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환경에 가장 도움이 되는 형태의 의료시장개방은 어떤 형태이며 어느 정도의 개방을 할 것인가? 이것은 마치 우리 나라의 농산물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 것인가와 마찬가지의 문제로 향후 서비스협정의 협상과정에서의 협상력에 의해 좌우될 문제이다.

의료시장이 농산물 시장이나 자동차 시장과 같은 소극적인 길을 걷게 될지, 금융시장이나 통신시장과 같은 적극적인 길을 걷게 될 지에 대하여는 아직 정하여진 바가 없다. 그것은 의료정책 담당자와 국민의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업계가 앞으로 풀어나가고 대응해 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현재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서비스 개방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여 법무시장서비스 개방대책에 관한 책자를 발간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률시장개방에 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GATS협정의 적용을 받는 의료계는 이에 대한 대응이 소홀한 점이 없지 않다. 한국 의료계가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을 경우에는 외국의 거대자본에 의해 한국의 의료시장이 잠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처럼 의료계가 WTO 서비스협정의 중요성과 그 규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시장개방의 불가성만 주장할 경우에는 결국에는 WTO 회원국이라는 한국의 입장상 의료시장개방은 불가피한데도 세계의 규범과 조화되지 않는 주장을 하는 나라라는 비난을 세계로부터 받을 수 있다. 이는 조선말기의 쇄국정책을 취한 우리나라와 재빨리 서구의 문명을 받아 들인 일본의 그 후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지금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요컨대, 우리에게 필요한 의료시장의 개방의 정도가 어떤지에 대해서 의료계 전반에 걸친 공감과 토론하에 WTO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의료시장개방에의 합의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해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즉 우리에게는 준비된 개방이 필요하고 지금은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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