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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료대란과 공공의료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료대란과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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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1.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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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웅(국립의료원장·대한공공의학회장)

"확고한 정책의지·재정부담 관건"

 

 

새 천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파장으로 의료대란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의료대란은 의약분업에 있어서 대체조제·임의조제· 약화사고의 책임소재 등 몇 가지의 상충된 쟁점이 기폭제가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수 십 년 동안 누적된 원인들이 잠재되어 있다.


첫째, 의료제도의 모순과 비 선진화, 둘째, 의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셋째, 의료공급체계의 불균형, 넷째,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등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보건의료계를 사회와 국가의 건강안전망인 공공재로서 보호하고 육성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관리하여 온 책임도 있다.

특히 이번 의료대란시 국민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정부가 적절하고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비상응급체계의 미비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적인 열세, 진료능력의 한계였다는 것이 공통적인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1977년 국민소득 1000불 시대에서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여 국민전체 보험으로 확대하면서 민간의료체계 중심의 의료공급 체계를 선택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의료비 상승과 지속적인 의·정 마찰이 생길 것에 대한 완충기구로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설립과 육성에 더욱 중점을 두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무관심으로 일관하여 왔다.

의료보험은 사회보장의 하나로서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직접 보장하겠다는 정책의지였지만 제도만 만들었지 그 내용의 개발과 개선은 소홀히 다루어온 점이 많다. 그동안 민간의료기관은 정부의 많은 규제와 간섭에도 불구하고 수적으로 6배이상 (공공병원 89개소(약11%), 민간병원 682개소(약89%), 1998년 전국병원명부) 증가하여 질적으로도 괄목할 정도로 발전한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국립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빈약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갖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중 10%이하로 아주 미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선진OECD국가들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적어도 30%이상 유지하면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30%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확보하면서 육성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민간 주도형의 의료체계에 따른 의료수가인상을 억제하고 저소득층의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하며 국가와 사회의 비상 위난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저렴한 진료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의료개혁 이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운영체계와 운영실태 그리고 그 기능의 혼란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 각 부처에 따라서 운영주체와 운영형태 그리고 그 기능이 제각각이므로 보건의료 정책의 일관성과 연관성이 없을 뿐더러 그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더구나 운영형태를 보면 국립·공립·공사·특수법인으로 공공성보다 수익성이 더 강조되고 있고 국립대학병원도 공사와 특수법인으로 변화시켜 수익성을 강조함으로써 공공의료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빈약한 몇몇의 국립과 공립만이 공공의료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과 공립,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마저 책임운영 기관화 하고 있거나 시행 예정이라 하여 수익성이 강조됨으로써 공익성은 더욱 희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화에 따른 보건의료시장의 개방화와 자율화 과정에서 보건의료의 문제는 국내적인 문제에서 국제적인 문제로 더욱 복잡하게 증폭될 것이며, 남북협력 또는 통일시 현재와 같이 빈약한 공공보건의료체계로는 많은 어려움과 혼란이 예상되므로 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이 위협받았고, 국가 및 사회의 비상시 응급진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로인해 보건의료를 우리사회의 가장 뜨거운 토론주제로 부각시켰다. 국민과 보건의료계 그리고 정부는 건강체계의 주체로서 상호협력하여 이들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의료대란을 통하여 보건의료가 단지 경제의 소비재요 장애물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주체인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자원인 동시에 사회 안전망으로써 공공의료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여야 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보장재 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의약분업의 조기정착도 중요하나 정부는 의료대란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세워 보건의료계와 함께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와 과감한 재정적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지난해말 국회에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특별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제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우리 보건의료계는 보건과 의료,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그리고 공공보건의료기관간의 관계와 역할에서 균형과 조화 그리고 보완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상호발전하여 국민모두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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