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전공의 수련제도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전공의 수련제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11.15 15:4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세브란스병원 내과 R4년·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변할 수 없는 명제 '최우선 목표는 교육' 

 

 

전공의 수련제도와 처우개선에 대한 글을 쓰기에 앞서, 미국에 있는 졸업동기로부터 받은 편지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 전공의가 한달씩 휴가를 가고 수련(Teaching)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우선 병원이 레지던트를 착취하여 일을 시킨다는 개념 대신, 나라에서 위탁받아 On the Job Training을 시킨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네. 왜냐하면, 수련병원들은 레지던트 한 명마다 매년 10만불 가량의 돈을 메디케어 예산에서 지원 받고 있다네.

사실 모든 것이 돈으로 돌아가는 미국은 돈을 조금 밖에 못 받는 환자는 아무도 원치 않으므로 수련병원(Teaching Hospital)에 돈을 대주고 전공의를 훈련시키면서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도록 하는 시스템인 셈이지. 무서운 나라이기는 하지만,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으면서 과거에 돈 좀 벌었다고 국민감정까지 부추겨 가며 의사와 병원의 목을 조이는 우리나라보다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드네.

또 Night Float System이란 것은 야간 당직을 서는 레지던트가 따로 있는 거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내가 9월에 Night Float이었는데 우리 병원의 경우 우선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 레지던트가 있어서 환자를 돌보는데 일과가 6시경에 끝난다네.

그러면 그 중에서 3일에 한번씩 돌아가며 당직을 오후 8시까지만 서고, 그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는 Night Float Team이 환자를 담당하는 거지. 그리고는 야간팀은 그날 오후 8시까지 비번이네. 또 주말에는 쉬고 말야. 주말은 낮팀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일하고 그 다음날은 쉬는 그런 형태이지.〉

미국에 있는 졸업동기로부터 온 편지에서 미국의 전공의는 철저하게 교육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980년 미국의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협의회인 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는 전공의과정을 졸업후 의학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기성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구조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시함으로써 숙달된 임상의사로 준비하는 기간이며 지속적인 직업적 발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공의 과정의 최우선의 목표가 교육(education)이라는 인식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공의 교육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전공의 교육은 교육을 통해 인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높이고, 건강과 병에 관련된 의학지식과 진료기술을 배움으로써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정이며, 의료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와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목표제시가 필요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첫째 다양한 환자를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둘째 적절한 강의(teaching), 지도(supervision), 평가(evaluation)를 통해 전공의 스스로 책임 있는 주체로 성장해야 하며, 셋째 전공의의 임상교육과 의료서비스 제공 사이의 균형을 통해 비교육적, 비의학적 잡무로부터 해방되고 교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

전공의 제도의 개혁은 전공의 교육과 관련한 모든 단위의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 수련병원(병협)과 의사단체(의협·의학회) 뿐만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국회·교육부·보건복지부 모두 상호 유기적인 협조와 이해의 조정이 필요하며, 전공의 교육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양질의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 수련병원은 전공의에게 양질의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시설, 복지시설, 근무환경(근무시간을 포함하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수련병원은 더 이상 전공의를 병원내 진료를 제공하는 보조의사인력 정도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그 동안 병원협회가 병원신임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공의를 병원내 부족한 의사인력 수급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고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한 교육시설과 교수에 대한 투자나 전공의들의 교육·복지환경 개선에 소홀히 해왔음을(특히 중소병원이 심함) 시인해야 한다. 이제는 전공의 정원책정이나 수련병원 지정 및 평가에 관한 업무는 의협이나 제3의 기구(가칭 전공의교육신임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둘째, 의학회 및 분과학회는 먼저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있는가 부터 평가해야 한다. 과거의 형식적인 전공의 평가가 아닌,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내용 있는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분과별 전문의와 일차 진료의사의 인력추계가 필요하며 더 이상 병원과 교실의 요구에 의해 전공의가 과잉 양산되는 체계를 탈피해야 한다.

21세기 변화된 의료환경에 걸맞은 교육목표를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을 재구성해야 한다. 교수(지도전문의)들은 전공의들이 스스로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양심적으로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 및 가족을 교육하며, 수련을 마친 후 독립적인 능력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 및 모범이 돼야 한다.

셋째, 정부(사회)는 전공의교육이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책임임을 인식하고 전공의교육과 관련한 교육비를 수련병원에 지원해 의사인력 양성과 관리가 더 이상 정치적, 정략적인 목적에 의해 이용당해서는 안 되고 전문의제도를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국가 관리가 아닌 의학회 중심으로 의사내부에서 자율관리하도록 이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은 과거 수련기간만 적당히 채우고 나가겠다는 안이한 생각이나 저년차와 고년차 간의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적인 관행, 제약회사와 관련된 리베이트, 환자로부터 받아왔던 촌지문화 등을 버리고 스스로 순수한 전공의로서 교육과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정 선언과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공의 수련제도의 개선이나 전공의 처우개선 문제가 지금처럼 의사 내부와 대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본 적은 없으며, 이제 전공의 관련제도의 개선방안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남았다고 본다.

▲전공의는 다음의 권리를 갖는다.(미국 전공의의 권리와 의무)
①전공의는 수준 높은 수련계획을 가진 수련병원 및 수련기관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②전공의는 자신의 수련교육에 직접 참여할 권리가 있다.
③전공의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수련교육을 끝까지 마칠 권리가 있다.

④전공의는 수련교육과 관련하여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구나 단체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⑤전공의는 인도적인 근무시간과 근무환경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⑥전공의는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수련내용과 급여, 의무, 혜택 등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고 계약할 권리가 있다.

⑦전공의는 자신 및 자녀 또는 가족과 관련된 휴가를 적정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⑧전공의는 건강이나 신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치료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⑨전공의는 개인적인 또는 구조적인 불만사항에 대해 건의할 수 있는 공정한 위원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⑩전공의는 자신의 행위나 수련교육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공정한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전공의는 다음의 의무를 갖는다.
①전공의는 자신이 담당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양심적으로 진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②전공의는 독립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③전공의는 자신이 담당한 환자와 그의 가족을 교육할 의무가 있다.
④전공의는 전문성과 윤리성에 바탕을 두고 행동할 의무가 있다.
⑤전공의는 계약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⑥전공의는 수련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을 경우 즉각 알려야 하며, 문제의 해결과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⑦전공의는 교육목표와 환자진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떠한 조건에 대해서도 정신적, 신체적 지원을 추구할 의무가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