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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학교육 수준 향상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학교육 수준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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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1.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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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상(연세의대 교수·비뇨기과학/의학교육학)

사회·문화적 권위 외면…인식전환 시급

 

 

수준향상은 현 수준이 낮다는 의미이다. 곧 대통령 기구가 된다는 현재의 유명무실한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에도 이 과제 명이 있으나 설명이 없다. 다만, 국난 차원의 현 의료사태의 근원에는 의과대학의 난립에 의한 교육의 부실에도 일단의 원인도 있다는 의료계의 그 동안의 주장이 옳았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되었기에, 의학교육을 현 교육체제 하에서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에서 학부교육으로 되어있는 의학전 교육(PME)과 의학교육 기본과정(UME)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즉, 의료계는 선인가·후시설에 의한 의대 신설과 입학정원의 증원을 반대하여 왔고, 또한 일부 신설 의대의 부실함과 그 폐해를 지적하며 의대 통·폐합을 주장하여 왔었기에 학부에서의 의학교육 과정을 의미한다고 추정한다.

원론적으로, 의학교육이란 국민의료의 핵심인 의사의 양성을 위한 학교 교육과 그 직업적 전문성을 유지·향상시키는 모든 졸업후 다단계 의학교육과정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와 이해가 필요하다. 즉, 우리나라는 적은 국가투자와 막강한 국가 통제권만으로 의사인력양성과 의료공급을 민간에 의존하였기에 상업주의(commercialism)의 대두는 필연이었다.

그러나 상업주의 하에서 교육 양성된 인력이더라도 의학과 의료를 이해하게 되면 윤리에 근간을 둔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를 내세우게 되며, 이들 양자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갈등 구조에 대한 성숙한 이해 아래에서 의학교육 수준 향상이란 과제에 접근해야 현실감이 있을 것이다.

표면적 논리로는 의약분업은 국민의료비 절감을 유도한다. 단, 그것도 제대로 된 경우에 한한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의사양성교육은 국민의료의 편익증대와 국민의료비 절감을 유도한다. 현대는 자본주의가 보편적 경제논리이다. 그러나 천민 자본주의는 국민경제를 교란시키며 국가경제를 퇴보시킨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의학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의사 수의 단순 증대는 국민의료에 천민적인 해악과 더불어 국민의료비 증가를 유발한다. 의대를 졸업한 전문적인 의료관리 연구자들조차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임상의료의 전문적 다양성과 속성은 오직 임상의료계만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인색함이 있다. 그래서 의료계가 국민의료에 관한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의대 난립 반대와 의학교육 수준향상을 줄곧 주장해 왔지만 오직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어 왔다.

즉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한 시장경제 지상론은 국민의료 편익증대와 국민의료비에 관한 가장 근원적인 절감은 의학교육을 통하여 달성된다는 전문가주의적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간의존의 의학교육과 의료공급·의료전달체계와 세제의 미비는 국민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성과 사회성은 취약해지고, 상업주의가 강화되어 자연스럽게 상업적 의과대학(commercial medical school)의 설립욕구를 유발하였다.

결과적으로 전체 의과대학의 44%에 달하는 소규모 의과대학이 난립되어 국가 전체로는 의사 1인 양성 교육비용이 국민소득에 비하면 선진국보다 비쌀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낮추고자 교육의 질과 수준은 고려하지 않게 되었고, 이는 그대로 국민의료에 반영되어 왔다. 한마디로, 의학교육비용-국민의료 효율이 매우 낮은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은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기관간에 직역과 직능의 구분이 없이 오직 치열한 경쟁만을 유발함으로써 외형적으로는 국민의료의 편익은 증대되었으나 내적으로는 의료에 대한 신뢰 저하, 의사쇼핑, 의사인력 낭비, 의료비 상승, 보험료 상승, 국민의료에 부익부·빈익빈현상 출현, 국민의료에 대한 신뢰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지적을 단순히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을 단순히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물론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주의를 주창하는 의료계도 그에 걸맞는 사회문화적 권위(cultural authority)를 위한 노력을 등한히 하여 왔다.

즉, 이번 의료사태를 계기로 의학교육에 국한하여 자성할 점은 지금까지의 의사양성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제1기 의학교육인 학교교육 수준에 대한 건의와 주장 외에도, 기득권자인 의사 자신의 발전을 위한 제2기(수련교육) 및 3기(평생교육) 과정에 대한 수준향상에 대하여서도 스스로 규제하고 비판하며 발전시키자는 주장도 해 왔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다.

즉 기득권자를 위한 교육수준 향상으로 양화가 악화를 스스로 구축하였으면 국민의료의 건전성 확보와 신뢰성 제고로 오늘날 같은 어려움이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전문적 직업에서의 자율적 도야와 규제는 그 직업의 문화적 권위와 전문가주의가 국가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가면허에 기대한 단순한 동료의식과 각종 자격과 학위에 대한 거품적 권위적 인식으로는 진정한 의학교육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자율규제에 의한 평가·인정·신임이 발전한 나라는 선진국이고, 후진국은 법과 권력에 모든 것을 의존한다. 교육사적으로 고등교육에서의 자성적 활동은 의학교육에서 출발하였고,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자율 규제활동이 이미 100년이 넘었으나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다. 제1기 의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준향상 방안은 민간 자율적인 의과대학 인정평가제도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권위적이고 모순된 인식은 여기에서도 표출된다.

즉, 지금 의료계는 정부가 우리 스스로 시작한 의과대학 인정평가를 정부가 수용하고 지원하라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의식이다. 정부가 인가한 의과대학에 대한 의료계 스스로 시작한 민간인에 의한 평가와 신임에 대하여 사시적 시각으로 정작 대부분의 의대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우리의 자율규제 의지 부족을 절감하며, 이런 경우는 제1기 교육과정에 대한 우리 의식에서도 나타난다. 의대의 기본목표와 사명은 국민의료를 위한 의사양성이다.

그러나 전세계는 의학교육과정을 다양화·특성화·개성화하면서 그 운영은 연구의 목표와 분야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21세기를 대비한 기초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의과대학으로 뚜렷하게 2원화하여 특성화한다. 모든 분야에서 민간의존 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각 개체의 장점과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최대한 이용한 목적 추구와 방법이 적용되어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만사 평준화는 사회주의는 물론이고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의학교육 수준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인식 전환이며, 또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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