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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사인력 조정

[2000창립]의료개혁 원년 선포/의사인력 조정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11.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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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전남의대 교수· 예방의학)

'엎지러진 물'…과학적 접근 아쉽다

 

들어가는 말

우리 나라의 의사인력의 과잉과 의과대학 신증설 문제들은 최근 몇년 동안 의료계, 학계 및 정부의 매우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 신증설 문제를 포함한 의대정원 문제들이 그동안 정부의 계획성 없이 일반적인 판단(정치적 논리나 사회적 압력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의사의 과잉배출 및 의사의 양성과 관련된 의대 교육문제를 포함하여 많은 논란과 토론이 있어왔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정부에서는 의대 신증설은 더 이상 없으며, 의대정원도 2002년까지 현재 수준의 10%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의사수의 감축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과연 의사인력만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 다시 의약분업사태로 인하여 의사와 약사 인력의 적정수준에 대한 의견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연 우리나라 의사 또는 약사인력의 공급은 의료서비스의 요구에 맞게 균형있고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보건의료인력은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자원으로 그 수 및 질은 의료공급의 결정적 요인이 되므로 수급간 균형을 통한 적정규모 유지의 필요성이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서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강조되어 왔다. 보건의료서비스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장래의 보건의료수요의 양적, 질적 예측과 그에 대한 공급 예측을 기초로 하여 이에 부합되는 적정 인력을 양성, 확보·배치하고 새로운 전문직종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인력계획이 매우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인력이 필요한데 특히 보건의료인력 가운데 활동의 주축이 되는 의사인력 정책은 우리나라 의료정책 방향 및 다른 보건의료인력의 양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의사인력에 대해 적정의사수를 일정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제시한다든지 장단기 수급계획을 추계하는 일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의사인력의 양성 현황

우리나라에서 의사인력 양성은 전적으로 의과대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의사수의 급격한 증가는 최근에 와서 의과대학의 신설과 더불어 졸업생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대는 70년 12개, 80년 19개, 90년 31개였다가 95년과 98년 사이에 무려 9개가 신설됐고 2000년 현재 41개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의대(의예과)의 입학 정원수 변화도 70년대 1,110명에서 80년 2,090명, 90년 2,880명, 현재는 3,280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의사인력이 양성돼 배출되는데에는 10여년이라는 교육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현재의 의사인력 공급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 10년 이후 의사인력 공급조절에 대한 정책방향을 시사하게 된다. 의사인력의 공급주체인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3,280명으로 매년 인구 10만명당 7.1명의 의사가 양성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인구 10만명당 입학정원이 미국 6.5명, 일본 6.2명, 캐나다 6.3명으로 선진국보다 많은 인력이 양성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급증하여 현재 의사공급능력은 선진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대 재학생들이 의사인력으로 활동하게 되는 2010년대에는 선진국과의 의사공급 수준차이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의대정원과 관련하여 96년도에 대학 입학정책이 변화했는데, 입학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학사편입학 및 농어촌 학생 특례입학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정원의 20%정도가 보이지 않게 늘어난 셈이어서 의사인력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의사인력수급 수준과 문제점

현재의 의사인력양성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 의사인력대 인구대비법으로 의사수급을 보면 우리나라 의사수의 증가(99년 현재 68,322명)로 의사 1인당 인구수는 686명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됐지만, 일본(92년) 565명, 미국(92년) 424명, 캐나다(91년) 448명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의사수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2010년에는 의사 1인당 인구수가 493명(한의사 포함한 경우 413명)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함은 물론 공급과잉이 예상되므로 의예과 입학정원의 감원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미국·일본·스웨덴·네델란드 등의 국가는 의사인력의 장기예측을 통해 일정수준에 이른 8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를 국제간 비교해 보면 우리 나라는 97년 인구 10만명당 136명이었다. OECD에서 의사인력 양성제도를 국가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제시한 인구 10만명당 적정 의사수 150명과 비교해 보면 우리 나라는 아직 미달된 상태이나 2010년(GNP 21,800$)에는 171명으로 추계된다.
 
또한 의료인력 1인당 인구수를 비교해 보면 의사 1인당 인구수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많으나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수 대 약사수의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92년 1:1.22, 97년 1:1.36인데 비해 일본은 1.63, 미국 3.66, 독일은 5.51 등으로 선진국은 평균적으로 의사에 비해 약사의 수가 약 3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이상적인 의사대 약사의 비율을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수에 비해 약사의 수가 많으며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의사수의 조정과 더불어 약사수의 조정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미래의 의사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외국의 여러 나라도 의사인력 수급계획이 차질을 빚어 최근에는 의사인력의 과잉으로 인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의사인력 감축에 노력하고 있으며, 제48차 세계의사회 총회에서도 의사의 과잉공급을 주제로 삼았고, 미국에서는 2000년까지 의사의 20∼25%를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선진국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의사인력은 일반적으로 과잉배출은 금기되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인력의 공급확대는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창출한다는 로머의 법칙(Roemer's Law)이다. 그 이외에도 의료인력은 질적인 측면이 매우 강조(자격, 면허)되며, 교육훈련 기간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고, 교육과 훈련 시설·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소요되며, 공급과잉으로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면 개인 또는 국가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인력의 수급계획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되어 전반적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방향과 목적에 부합되도록, 그리고 다른 보건의료인력과의 총체적 계획의 일환으로 다뤄져야 한다.
 
맺는말
현재 입학정원별 의과대학 분포를 보면 전체 41개 의과대학에서 입학정원이 40∼50명 수준인 소규모 의대가 10여개 이다<&28898> 이들 대학은 90년 이후 신설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최근의 의사인력 공급 확충은 소규모 입학정원의 의대 신설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소규모 의대의 신설을 통한 의사인력 공급 확대정책은 의사인력 공급의 양적 규모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교육재정 측면에서 임상실습 등 적정 수준의 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점 때문에 의학교육의 질관리 측면에서 하나의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입학정원이 평균 80∼120명(미국 약 130명, 일본 약 100명 등)이며 이는 교육재정과 임상실습 등의 측면에서 적정 수준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규모로 간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대정원이나 의사인력 적정수준은 의료의 질과도 무관하지는 않다. 즉 적정 수준의 의사인력은 국민건강권 확보에 대한 필수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으므로, 머지않아 예측되는 우리나라의 의사인력의 과잉문제 등에 대하여 국가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아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또한 최근의 의료환경의 급격한 변화들로 인해 의사 수급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요인들 즉, 의료일원화·의약분업·의과대학의 학사편입제도·의학교육학제의 개편·외국의사면허제의 유입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10% 감축하겠다고 하였는데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 반드시 실천되도록, 그리고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이뤄지도록 지켜보고, 반드시 약사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인력과 균형있는 조정이 되도록 주시하고 건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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