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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앞서가는 의협을 위한 개혁방안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앞서가는 의협을 위한 개혁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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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3.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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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창(경기·이운창가정의학과)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이보다 더 나을 수 있나

지금 우리 의료계는 왜곡과 파행을 거듭하며 누적되어 온 모순으로 인해 더 이상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전문직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가오는 밀레니엄의 새로운 세기에서 희망의 싹은 보여지지 않는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반복지의 흐름은 이미 선진국에서 국민복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도 경제성장의 과실을 채 맛보지 못한 채 세계화의 조류에 휩쓸려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리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통신혁명은 소수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것이고 의사와 같은 재래식 전문직종의 위상이 삭감될 것이다.

즉 혁명적인 유전학의 업적은 신약과 신기술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지만 이미 완성되어있는 신약과 신기술이 우리 본연의 전문성을 제고하는데 유익할 것이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의 대중화 추세는 우리가 앞장서지 않는 한 확실히 우리의 (개별적)전문성 유지에 불리하다.

그러나 우리 의료계의 형편을 볼 때 정부의 의료관련정책이 졸속하였고 우리의 대응 또한 미숙하였기에 노력 여하에 따라 짧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여건은 오늘의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만만치 않은 장애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보건의료의 실상이란 것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이상적 모델로 접근하는 중간단계라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과제에 대응해온 노력들이 모아진 역사적 산물이라고 하는 견해에 따른다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격변하는 의료계 민생문제에 대해 의협을 중심으로 힘있고 지혜롭게 대응해나가야 할 필요는 자명해진다.

의사는 좁은 진료실에서 강자일지 모르나 사회적 약자이다. 우리사회는 오랜기간 분배정의 조세정의 복지정의 등 마땅히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통하여 해결되고 성취되어야 할 사회적 통합(사회정의 실현)의 필요성을 편향되게 의료보험제도에 미루어왔다. 즉 경제제도와 조세제도를 통한 공정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와 교육은 국민들에게 평등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와 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유사한 모순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는 교육부문에 비해 `투자없는 규제'를 받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은 한층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진료행위와 민간 의료기관운영이 법적 행정적 통제를 받고 있는 `사회화된 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에 대해 `지원과 규제'라는 양날의 칼을 사용해온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규제' 또다른 한쪽으로는 `비난'의 채찍을 휘둘러왔다. 전문분야에 대한 비효율적인 타율규제는 이른바 탈법을 초래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해 시의적절한(?) `사회적 비난'을 통해 의료계를 통제해왔던 것이다. 또한 재정환상(적은 돈을 내고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환상.

주로 정부가 조장함)에 사로잡힌 국민정서와 이에 더하는 사회적 비난은 의료계에 대한 깊은 불신을 만들어 왔다. 이는 사회일각 시민단체 등에서 바라보듯 의료정보에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하여 의사는 결코 사회적 강자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불합리한 제도의 피해자이며 제대로 자기 주장을 통해 자기입장을 항변하고 있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당장 사회적 거래비용(의료분쟁, 방어진료. 환자-의사의 신뢰가 없을 때 증가한다)이 점증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전문직종에 대한 자율규제와 적절한 지원이 사회경제적으로도 효율적임을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의료계에 찾아온 민주화의 봄, 새로운 규제의 시작인가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이 아니였다 하더라도 더 이상 기존의 법과 행정제도에 의해 의료계를 타율규제하는 경향은 점차 변하고 있다.20여년간 수차례 개악되어온 의료보험(악)법과 관련 하위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을 뿐더러 스스로 의료보험제도를 지탱하기 어려울만큼 비효율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수가계약제는 보험자와 의료공급자와의 일정정도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나 계약범위, 계약주체에 대한 이견이 원만하게 해소되지 못할 경우 기존 제도로 회귀하기 위한 요식적 절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취지로 보아 진일보한 제도이니 만큼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계약당사자간의 신뢰를 쌓아가며 꾸준한 대응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맞이하는 시기는 일종의 개량적 국면이다. 정부의 완고한 `투자 없는 규제'에 맞서 대립하던 국면에서 다소 협상의 틈새가 벌어지는 유화적 국면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의협은 정책적 대응능력과 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해졌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 우리가 연수강좌(때아닌 절박한 관심갖는) 등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과 술기는 의사와 환자 1:1의 문제이지만 앞으로 시행될 의료정책의 향방은 수많은 의사와 수많은 환자들의 문제이다. 정책관련 전문가들의 현실적 토대에 대한 검증없는 추상론 보다는 진료일선에 서 있는 우리들의 정책적 관심이 훨씬 위력적일 수 있다.

각 지역의사회마다 관련 소모임이 활성화되고(의사중에 전 의협 의무이사 만큼 의약분업에 대해 잘아는 분이 없다고 하는데, 전 보험이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험으로 뭉쳐진 분이라고 하는데) 중앙 의협에는 수백명의 의무이사, 보험이사가 들끓는 정책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거대행정과 자본, 권력에 대항하는 의협


우리가 겪고있는 IMF구제금융의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소수독점자본이 구획하는 시장질서에 편입될 것을 강요받는 과정이였다. 앞으로도 이런 세계적 시장질서에 적응이 미진할 경우 IMF위기는 또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의 결과 보건복지에 대한 국가적 융통성은 더욱 제한될 것이고, 빈부격차는 늘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계에 대해 `투자없는(교묘한)규제'란 정책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게다가 우리는 전인구를 피보험자로 관리하는 거대한 보험자를 상대해야 하며 의료질서를 왜곡하는 거대자본(독점적 병원자본, 제약자본, 암&생명보험회사 등)을 견제해야 한다. 이러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가능한 것은 우리는 누가 뭐라해도 진료일선의 실무자들이고 우리가 굳건하게 단결한다면 커다란 힘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의료개혁은 국가전체를 대상(국민의 참여)으로 하는 고위정책이다. 고위정책의 결정과정은 몇사람의 전문가나 관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국민과 대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대화의 통로인 `언론'과 `시민단체'와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서가는 의협을 위한 개혁방안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크게 `정책적 인프라 구축'과 `대국민 친화노선 견지'라고 대답하겠다. 이런 과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방안이 있겠다.

첫째, 회원들의 창조적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의상달, 상명하달의 의사전달체계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사회의 반모임을 활성화 하는 방안과 보완적으로 컴퓨터통신 등 전자민주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둘째, 대국민 대화창구의 중심이 되는 의협대변인제를 운영한다. 국민들의 주요 건강문제에 대해 입장표명 및 중재적 정보전달을 한다. 셋째, 빈발하는 주요 의료현안에 대해 공청회, 토론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여 대 국민 대회원 공감대형성의 넓은 접점을 만들어 간다.

넷째, 대 회원 자체징계를 엄중히하고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의협 및 지역의 사회내에 `고충처리센터' 또는 `의료소비자보호원'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다섯째, 의료 및 관련분야의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한다(전자챠트개발, EDI청구 개발 및 운영관리 등). 회원각자의 편익을 도모하고 확보된 수익으로 정책적 전문인력 및 유능한 상근임원을 늘려가는 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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