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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올바른 전공의 수련교육 방안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올바른 전공의 수련교육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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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3.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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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전공의협의회장)

최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이 병원의 이익에 배치되는 돈만 드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내실있는 수련교육의 고취'와 `우리의 미래는 전공의'라는 목표를 내걸고 전공의 교육프로그램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병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사가 전공의이며, 입원환자를 일차적으로 대하는 의사 또한 전공의들이다. 따라서 first contact doctor를 잘 교육하여 실전에 임하게 하는 것은 병원의 이미지 개선 및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는데도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의 상당부분은 99년 4월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전공의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공동으로 수행한 `전공의 수련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발표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전공의 수련규정 문제점

전체적으로 현재의 `연차별 교과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고 과거의 기준을 계속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규정이 지시하는 바가 너무 모호하고 현실적이지 못해서 전공의 수련의 지침이 되지 못하고 수련의 실질적인 질을 평가하는데 역부족이다.

연차별 교과과정이 현실적이 못한 부분이 많으며, 교과과정의 기준은 환자 몇 명, 검사와 판독 몇 건, 논문 몇 편 등 수치화된 결과만을 평가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수련의 구체적인 내용, 즉 질을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수련내용이 병원 규모에 따라 표준화되어 있지 못하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다양한 환자를 접할 기회가 없고 지원하는 전공의의 수도 적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기 쉽다.

지도전문의의 수도 적어 과 독립적으로 내부학술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반면 다양하고 독특한 사례를 접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질환이나 수술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고 상시적으로 staff을 접하면서 많은 내용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반면 큰 병원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교과서에 실린 지식을 실질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다.

세부 분과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첨단지식과 술기에 접할 기회가 많다.
정기적인 conference도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일차질환에 해당하는 일반 환자들을 접하기 어려워 자신의 진료능력에 자신감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모자병원체계(training hospital network system) 및 병원군별 총정원제의 활성화를 통해 수련기관의 격차를 줄이자는 방안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모병원은 교육과 연구중심의 병원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자병원은 임상중심의 병원으로 수련을 관장한다. 병원군별 총정원제를 도입하여 전공의의 수를 정하고 rotation training하면 된다. 또한 병원에 전공의 교육을 위한 수련책임자 (교육수련부, 교육담당 지도전문의)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인턴수련교육의 문제점=단적으로 인턴제도에 대한 위상의 재고가 필요하다.
인턴업무가 도저히 의사의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잡무에서부터 다른 의료종사자들에 의해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 일까지 떠맡겨져 있어 일차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의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병원의 인턴의 경우 응급실이나 야간당직을 위한 역할이 대부분이며, 체계적인 수련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10명 미만의 인턴을 수련하고 있는 병원이 99년 현재 235개중 124개 병원에 달하는데 이중 대학병원과 모자병원 관계가 아닌 병원이 40여 개에 이른다. 이런 병원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인턴수련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맡는 기구가 필요하다. 레지던트 수련교육을 각 학회에서 맡는다면 인턴수련위원회는 병원협회에 둘 수 있다고 본다.

전공의의 수련기간

전공의들의 진로를 볼 때 펠로우가 31.1%, 개원이 20.6%, 중소병원 봉직의가 38.2%로 나타났다. fellow나 봉직의 조차도 수년후 개원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의사의 95% 이상이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게다가 3분의 1이 또다시 분과전문의(subspeciality)를 지향하는 상황은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의료에 있어 최고지향주의문화와 상통한다고 하겠으며, 의료경제학적인 낭비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일차진료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T/O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면서 단과전문의의 수를 매년 5%씩 감축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 방법의 치명적인 오류는 왜 가정의학과의 정원확보율이 50%선에 그치고 있는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수련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단과전문의 과정을 줄이는 것은 재수생만 늘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단과전문의를 지향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단과전문의 과정을 일차진료의사 양성과정으로 재편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현 4년의 전공의 과정을, 특히 내과, 소아과 등은 교육과정을 3년으로 단축하고 일차진료의사 양성과정으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 그 이후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fellowship 과정을 통해 분과전문의 과정을 밟으면 된다.

전문의 시험제도 개선

유독 우리나라의 시험제도는 단 하루에 모든 것이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전문의 시험제도도 마찬가지이다.
4년간의 레지던트과정을 평가하는데 단 하루에 필기, 슬라이드 시험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수련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각 병원의 4년차가 일은 안하고 시험공부만 하고 있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해결의 답은 제시된 바 있다. 자격시험이 아닌 인정제도로 바꿔야 하며, in-training exam을 강화해야 한다. 수련기간동안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4년을 마치고 보는 시험은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각 분과학회에서 얼마든지 개발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전공의 수련교육협의체 구성

병원신임위원회의 업무중 병원표준화 심사가 병원의 조직과 운영, 기구 및 시설기자재 등 hardware적 신임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문제이다.
교육프로그램, 지도전문의의 자질과 수, 교육경험, 임상경력, 세부전문분야 등을 광범위하게 고려한 포괄적인 신임이 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전공의의 수련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고 전공의 정원책정 및 수련기관 지정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광범위한 전공의 수련실태조사를 벌여야 하며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프로그램과 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병원은 과감히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공의 수련실태조사 및 수련병원의 지정, 전공의 정원책정 등 병원신임업무가 더 이상 병원협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병원신임위원회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독립적인 기구로 `전공의 수련교육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의학의 발전에 따른 수련교육과정의 프로그램을 검토, 전공의 정원책정 및 수련병원지정 등 졸업후 수련교육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 기구를 제안해야 한다. 물론 피교육자인 전공의대표도 운영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영역별 협의체계의 운영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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