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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의사인력 적정 수급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의사인력 적정 수급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03.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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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경북醫大 교수·예방의학)

`의료'는 다양한 인력이 참여하여 이루어지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의사를 주축으로 하기 때문에 의사인력의 수급문제는 결국 의료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인력의 수급문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인력 수급문제는 의사인력에 국한 한다. 수급문제로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양적·질적인 측면과 관련된 문제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수급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의사인력 수급 문제점

무엇보다도 정책의 부재로 인한 구조적인 모순을 들 수 있다. 의사인력 수급정책의 기초가 되는 총소요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져 있지 못할 만큼 무정책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의사수는 급격하게 증가해 왔는데, 이는 의학과 졸업생의 수가 크게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즉, 1970년 12개의 의예과에 입학정원이 1,100명이었으나 현재는 41개 의예과에서 3,300여명을 모집함으로써 의사수의 증가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인구수는 665명 정도로 일본(565명)과 미국(424명) 등 선진국에 비하면 의사수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소득, 한의사와 약사 등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으며 공급추계방식에 의하여 추계하면 2005년 이후에는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수 만으로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의 의사인력수급을 추계한 연구들에 의하면 2005년에는 어느정도 공급과잉일 것이고, 2010년에는 확실한 공급과잉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의예과 입학정원 감원조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부족한 시점에서는 입학정원을 늘리다가 장기예측을 통해 일정수준에 이르면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정책을 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의사인력 양적 규모확대는 의대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 인구당 의과대학수와 의사양성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의과대학당 학생수는 적은데, 1983년 이후에 신설된 18개 의대는 모두 입학정원이 50명 이하로 매우 비효율적이다.

의사인력의 적정규모에 대해 확정적으로 결정짓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는 의사인력정책은 새로운 환경에 쉽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규모 의대 신설정책은 인력과잉이 예측되는 경우에도 입학정원을 줄이거나 기관을 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정책의 유연성을 가질 수가 없다.

의료의 질은 의학교육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 무분별한 의대 신설정책의 결과 교육여건은 매우 취약하다. 1998년 5월 현재 기초의학 전임교원이 20명도 되지 않는 의대가 41개 중 12개나 되며 이들은 모두 1980년 이후에 설립되었는데, 특히 1990년 이후에 설립된 10개 의대 중 9개가 20명 미만이다. 또한 의사인력양성 핵심과정의 하나인 임상실습의 경우도 질적인 면은 제외하더라도 1980년 이후에 신설된 일부 의대의 경우 임상실습이 시작될 때까지도 적절한 교육병원을 개원하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의 내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의는 일부 과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더라도 타과의 전문의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의 수급과제는 전체 의사인력 수급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일부 과에서 전문의 수급에 대한 연구를 해 왔으나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 학회마다 전문의 과잉공급을 우려하여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학회차원의 논의에 머무를 뿐 실제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정원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 전문의 적정 수급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가 있어야 하겠으며, 수련의 질이나 다양화를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의사 과잉으로 인한 문제점

의료공급자(의사)가 양적으로 무분별하게 팽창하면 국가 의료재정이 팽창됨과 동시에 의료공급자의 위기로 이어진다. 의료재정의 증가가 의료서비스의 양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때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로 인한 몰락은 필연적이다. 경쟁사회에서 의료인의 수입이 감소하고 의료기관이 도산하는게 왜 심각한 문제인지 일반 국민은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경쟁이 되어 친절해 지는 등 좋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의료기관의 몰락과 의료인의 수입감소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친절하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고 의사수의 무분별한 팽창은 본질적으로 의료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는 고전적인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의료기관의 운영재원을 대부분 의료수익으로 조달하는 우리나라 의료시장구조에 있어서 의료기관의 몰락과 의료인의 수입감소는 국가와 국민의 의료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의료내용의 왜곡을 포함한 비용증가형 의료서비스 공급을 가속화시키고, 국민들의 의료이용 접근도를 저하시키는데, 특히 소도시나 군지역의 경우는 의료서비스이용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은 의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므로 지역사회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있다.

향후 과제

이제 의사의 양적 팽창은 정부의 통제능력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현상적으로 보고 있는 의사인력 수급문제를 포함한 의료문제는 구조적 모순에 의한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개인은 생존을 위해 노력하므로 개별적인 대응방식은 구조적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방향일 수가 있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정부가 의사인력 수급정책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비전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대 신설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아직도 의대 신설을 바라는 대학교가 많은데, 지금까지의 신설과정을 고려할 때 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신설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대 설립비용이 토지비용을 제외하고도 1,600억원에 이른다고 보고되는데,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규모의 경제에 맞지 않는 의대를 신설하려고 하는 데에는 어쨌든 편익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것이다. 설사 편익이 더 많다 치더라도 이 편익이 국가나 사회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 편익은 해당 대학교의 몫이고 그만큼 국가나 사회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의과대학을 그대로 둔 채 입학정원 감축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당 학생수를 감소시켜 규모의 비경제가 심화되므로 최선의 방안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인력 수급문제 해결의 걸림돌은 소규모 의대가 많다는 것이므로, 의과대학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하겠다. 그러나 설립된 학교를 강제로 없앨 수는 없으므로, 강력한 의과대학 평가인증제 등을 통하여 적정수준 이하이면서 개선의 여지가 불확실한 대학에 대해서는 능력있는 대학에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새로운 의료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요즘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과 언론은 의사들의 말이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들이 의대 신설을 반대했을 때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의사들이 존경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신뢰는 회복해야 한다.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이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제도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날을 냉철히 돌아보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제는 국민을 위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해야 하며 의료조직내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합리성 그리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국민의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는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용자 중심의 의료는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차원을 넘어 국민을 의료환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집단으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의사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나, 현재의 취업구조는 병의원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다양한 의료서비스부문을 개발하여야 하겠으며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일례로 전국 보건소장 중 의사는 50%도 되지 않는다.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의약분업이 정착된 나라의 의사 1인당 약사수는 0.3명 내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8년 현재 의사 1인당 약사수가 0.72이고, 의원이 17,041개소, 약국이 18,948개소로, 약사가 과잉이며 병원외래를 감안하더라도 약국수가 많다. 물론 의예과 정원이 약학과 정원의 2배 정도여서 의사 1인당 약사수는 서서히 감소하겠지만 약사의 취업구조를 감안하면 의원 대 약국비는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약사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의약분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의사의 적정수급과 아울러 약사의 적정수급과 활용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하겠다.

의사인력의 적정 수급문제는 다른 의료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의료체계전반에 대한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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