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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분쟁조정법

[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분쟁조정법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2.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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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성(의협 법제이사)

분쟁조정법

 

새로운 정부는 2003년 봄이 되면 임시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의분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그런데 의분법이 과연 의사들만을 위한 법일까? 꼭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대목이다.

의사가 보험금이라는 돈을 출연해서 피해환자를 손쉽게 구제할 법을 만들겠다는데 왜 그리 색안경을 쓰고 보는지... 정부·시민단체·언론도 의분법이 장점은 없는 법이고, 의사들만을 위한 법이라고 국민에게 알리는 게 정말 속상하다.

 

분쟁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는 피해자 손해의 전보(보상)이다. 따라서 분쟁조정의 핵심은 '심사의 공정성'과 '환자가 수긍할 보상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본고는 의발특위에서 의결된 의분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새 대통령에게 진정한 바람을 전한다.

■ 의발특위 의결 경과

의분법의 제정을 위한 의료계의 본격적 법제화 노력이 이제 14년째가 됐다. 그 동안 수많은 연구와 회의, 대국회·대정부의 물밑 접촉들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매년 대의원총회 때는 집행부 수임사항 중 제일 첫번째가 의분법이다. 1995년·1997년 이래, 체계적인 의분법이 2002년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한나라당 이원영 의원 대표발의)돼 법안검토소위원회서 논의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비록 국회 법사위원회에는 상정되지 못했지만 내년 2월의 임시국회에서 입법기회가 있다.

그동안 의분법은 의발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의료정책전문위원회(위원장 이종욱·서울의대 학장/매월 격주 화요일 오후 4시/보건사회연구원)에서 Agenda로 채택되고, 한림대 법대 이인영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의협과 치협 법제이사 및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으로 구성된 소위원회 검토를 거쳐 정책전문위원회에서 5차례 회의 끝에 먼저 의결됐다.

그러나 제3차 의발특위 본회의에서 의협 회장의 강력한 의결주장에도 불구하고 필요적 조정제도와 형사처벌 특례조항에 대해 법무부 법체처와 재경부 기획예산처의 완고한 반대표시와 정부부처간의 입장차이로 의결되지 못하고, 위원회에서 재검토해 재상정하도록 되돌려졌다.

그러나 의료정책전문위의 의견은 1안이 필요적조정, 2안이 3년간의 일몰제, 즉 조정제도를 3년 동안 시행하고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추가 제시됐다. 이후 2002년 12월 10일 제4차 의발특위 본회의에서 격렬한 진통 끝에 한시적 일몰제인 필요적 조정안과 임의적 조정안이 표결에서 10대 6으로 필요적 조정인 일몰제로 의결했다.


■ 의결 핵심 내용


가.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

▲의료분쟁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게 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며 분쟁에 따르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의료분쟁의 당사자가 중앙이나 지방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조정신청 후 90일 이내(1회에 한해 30일 연장 가능) 조정을 완료한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제도에 의한 분쟁해결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신속하게 소송을 통한 해결도 가능하도록 하며, 이러한 기각결정을 통해 일부에서 우려하는 조정신청 건수 폭주 우려를 해결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현행 의료법(54조의 2)에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있음에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있음은 실패한 제도를 다시 반복하는 결과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조정제도가 규제완화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미 규제가 완화된 심사조정위원회가 의료법에서 실패했는데 계속 규제완화를 고집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운영

▲조정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수법인으로 중앙과 지방에 각각 설치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0인 내지 15인 이내로 구성하며, 의료분쟁 조정을 위한 조정부의 구성과 운영, 조정위원의 임명 및 의료분쟁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제도연구 및 건의, 조정위원의 기피신청에 관한 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조정위원회는 공익을 대표하는 자(법관·검사 또는 변호사 2인 포함)·의료인·약사 및 보건의료인을 대표하는 자, 소비자를 대표하는 자로 구성한다.

▲조정의 업무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중앙 및 지방 조정위원회는 의료분쟁의 조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료법상의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의료분쟁에 대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자, 공익을 대표하는 자, 소비자를 대표하는 자로 조정부를 구성하도록 했다.


다. 의료배상책임공제 및 책임보험제도 도입

▲의료배상공제조합과 의료배상보험제도는 의료과실에 의한 환자의 손해를 보험금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의료인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과 민간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의료배상보험이 모두 보험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해 가입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책임공제 및 책임보험은 모든 보건의료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여 손해배상금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했으며, 종합공제 및 종합보험은 의료인 등이 임의로 선택 가입해 손해배상액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구분, 운용하도록 했다. 이는 책임공제 또는 책임보험에의 강제가입은 임의가입의 `역선택' 방지와 위험의 광범위한 분산을 통해 책임보험료율 최소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제도로 판단됐다.


라. 무과실 의료사고시 피해환자 구제

▲분쟁은 의사의 과실인지 불가항력적인지 구분이 모호해 서로의 주장들이 팽팽할 때 유발된다. 조정법은 현대의학으로 예견되지 않고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피해'는 피해보상 범위에 추가돼야 맞다. 이는 의료행위 그 자체가 위험을 내재하고 있고 국민 누구나 치료받아야 할 상황에 있는 것이고, 신체의 예외적 상황으로 의료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행위는 공익성과 선의성이 있는 반면, 위험에 노출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성이 있다. 이러한 침습은 환자마다의 증상의 비정형화로 인해 치료효과에서도 정상적인 진단과 처치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료사고 피해구제의 범위를 두었다. 즉 ①국가는 보건의료인 등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가 다음 각 호 1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신체상의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다만, 그 피해가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과정 또는 환자의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했거나 환자의 고의행위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부검 또는 감정의 결과 현대의학수준으로는 의료의 한계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의료사고.

2. 환자의 특이체질 또는 과민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무과실의료사고 보상금의 한도액은 범죄피해구제기금과 동일한 2,000만원으로 한다고 의발특위안에 명시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 중 전염병 예방법 제10조의2 내지 12조에 의한 예방접종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받은 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 2에 의해 국가가 이를 보상할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마. 의료피해구제기금의 조성

▲전국민의료보험 실시이후 실제로 의료보험공단이 일방적으로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규제가격체제이다. 그러나 의료사고에 따른 배상이나 보상은 의료보험과는 무관한 실정이다. 환자와 의사간의 의료계약을 불평등하게 강제계약하고 의료법으로 진료거부를 금지하면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 전 손해를 의사가 부담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든 손해를 환자가 감수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화재보험료·산재보험료 등 위험부담 비용이 제조원가에 반영돼 소비자도 비용의 일부를 부담한다. 더구나 금년 7월부터는 제조물책임법(PL법)이 시행됐다. 진료거부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가 위험원을 발생시키지도 않고 지배하지도 못한 경우를 대비한 위험부담 비용이 의료서비스의 가격인 의료보험료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 단체 및 약사법 72조에 의한 약화사고피해구제기금 등에 그 재원을 분담시킬 수 있도록 입안, 의결했다. 다만 국가가 직접참여 하는 부분이 빠졌다.



바. 형사처벌 예외제도 도입

▲환자의 권리의식의 증가로 의료분쟁에서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사건화 경향이 급속히 증가해 민사소송보다 형사고발이 5∼6배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형사사건화된 경우의 8.8% 정도가 기소된다.

그러나 어떠한 의료과오를 막론하고 형사사건화 한다면 수차례의 경찰과 검찰의 소환조사에 의료인은 진료에서 시간과 정신적인 부담으로 의료인을 강하게 압박하게 된다. 이것이 의료인에게 진료행위 위축과 과잉진료 그리고 방어진료의 진료왜곡 현상을 초래하고 진료기피에 따른 환자의 진료비는 큰 병원치료로 고비용으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의료인의 형사처벌범위는 의료의 사회적 이익을 고려해 진료행위에 형법의 관여를 최소화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다만 형사처벌예외 조항을 두더라도 과실치상죄의 반의사불벌죄만이 아닐 것이다. 의료행위에서 `사망'한 경우에도 종합공제에 가입한 의사에게는 그 행위가 불가피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법 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의 형을 면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료인의 형사처벌은 의료사고가 의료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에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미국에서는 `선한사마리아인법'에 의해 응급환자치료에서는 의사의 형사처벌은 면죄된다.

▲그리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를 정했다.

즉 1.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 등을 한 경우

2.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3. 약제에 대한 필수적인 과민반응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약제를 투여한 경우

4. 처방과 다른 약제를 사용하거나 처방전이 없이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5.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한 경우

6. 수술 또는 치료·조제·투약 과정에서 환자를 혼동한 경우

7. 유효기간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등이다.

사. 기 타

▣진료방해나 병원에서의 난동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의료법 제12조 2항과 제66조의 동 벌칙조항이 명시하고 있고, 현행 형법상 폭행·협박·업무방해·재물손괴죄 등의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의료분쟁이 장기화되고, 폭력화 및 집단화 현상을 보이는 원인중의 하나는 의료분쟁에 악의적인 전문브로커의 개입일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자개입 금지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 선의의 제3자도 존재하고 있으며, 입법성안을 위해서는 의사들의 주장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무리할 수만은 없다. 만약 제3자가 개입된 폭력행위나 진료방해 행위가 있을 때 제3자를 해당 행위에 대한 교사·방조범으로 형법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정을 두지 않았다.



새 대통령에게 바람

대통령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4차 회의에서 의분법이 의결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법은 `관련 부처의 반대'라는 탄탄한 걸림돌이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의정 합의사항인 의분법 제정은 새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의해 꼭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이 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는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인정은 형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무부 법체처 의견, 무과실 국가보상은 민법의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국가재정의 부담이 초래된다는 재경부 기획예산처의 의견, 필요적 조정제도는 국민의 신속한 법관에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법조계 의견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환자보호와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어 국민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하자는 취지이다. 이에 의료계는 새 대통령에게 다음의 바램이 있다.

첫째, 최고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이해는 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은 법리적 문제가 아닌 국가 사회보장의 확대에 관한 정책적인 문제이다. 즉 의료의 특수성이나 한계성에 의한 의료사고는 의료인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적인 연대책임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의료복지국가 완성이라는 거국적 정책에 따라 의료피해구제 제도는 새로 탄생해야 한다.

둘째, 국가가 먼저 의료피해기금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이 법은 단지 분쟁조정에 관한 규율만으로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피해구제 범위와 피해구제 기금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손해조정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효성 없는 법안이 될 것이다.

셋째, 위험부담 비용이 의료서비스의 가격인 의료보험료와 의료수가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진료거부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수가는 거의 의료보험공단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규제가격 체제이다. 제조업의 경우 화재보험료·산재보험료 등 위험부담 비용이 제조원가에 반영돼 소비자도 비용의 일부를 부담한다. 의발특위에서 보험자대표가 피해구제 기금을 출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법 의결 후 퇴장했다. 이 대목이 보험조합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줘 법제화의 난항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스웨덴에서는 1970년대 초에 군의회연합회와 보험자연합기구가 환자의 치료위험인 환자보험의 도입에 앞장서서 환자보험을 만든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법이 제정되더라도 국가는 의료분쟁해결 기구의 실질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이 제도가 빠른 기간 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위법령 제정 등에 행정적인 지원을 확실히 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2003년 봄이 되면 임시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의분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의분법이 과연 의사들만을 위한 법일까? 꼭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대목이다.

의사가 보험금이라는 돈을 출연해서 피해환자를 손쉽게 구제할 법을 만들겠다는데 왜 그리 색안경을 쓰고 보는지... 정부·시민단체·언론도 의분법이 장점은 없는 법이고, 의사들만을 위한 법이라고 국민에게 알리는 게 정말 속상하다.

분쟁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는 피해자 손해의 전보(보상)이다. 따라서 분쟁조정의 핵심은 `심사의 공정성'과 `환자가 수긍할 보상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다. 본고는 의발특위에서 의결된 의분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새 대통령에게 진정한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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