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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뇌공학의 발전 방향-이수영
[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뇌공학의 발전 방향-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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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1.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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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KAIST 뇌과학연구센터소장)

<인류사회와 ‘제 3의 혁명’>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복지증진에 기여하여 왔다. 증기기관의 발전에 힘입은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필요한 물건을 갖자가 만들어 쓰던 시대로부터 기계에 의한 공장에서의 대량생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쓰는 시대로 발전하였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물리적(物理的)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에 의해 힘든 일을 보다 빨리 수행할 수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으나, 20데기 후반의 컴퓨터혁명은 인간의 고속정밀 계산 및 저장 능력의 극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Y2K’ 문제는 컴퓨터가 연도를 잘못 인식하는데서 생기는 문제로,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자체가 우리 사회의 컴퓨터 의존성을 보여준다.

21세기에는 산업혁명과 컴퓨터혁명에 이은 ‘제 3의 혁명’, 즉 ‘뇌정보처리(뇌공학)혁명’이 일어난다. 인간의 뇌기능, 즉 지적(知的)능력을 대신하는 기계에 의한 보다 인간다운 삶이 추구된다, 예를 들면, 음성인식, 영상인식, 추론, 적응제어 등 인간만이 해온 일의 일부를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21세기 초에는 ‘인간기능시스템’이 인공시각, 청각 및 촉각 장치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여 판단 및 추론을 하고, 걷고, 말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인공 비서, 교환원, 가정교사, 운전사, 가정부, 간병인 등 인간기능시스템의 지원을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인류! 이것이 뇌공학도가 보는 21세기의 미래상이다.


<인공지능과 뇌공학>


컴퓨터 또는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는 방법은 크게 2종류로 나눌 수 있다. 즉,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작용을 모방함으로써 적응 학습을 통하여 스스로 지능을 축적해가는 신경회로망(神經回路網) 기법과, 지능을 법칙으로 표현하여 논리구조로 프로그램하는 인공지능(人工知能) 기법이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예로 들면, 인공지능 기법이 문법이라는 법칙에 의해 배우게 되는 것에 비해, 신경회로망 기법은 반복해서 문장을 듣고 보게 함으로서 언어를 배우게 한다.

신경회로망이 비교적 단순한 학습 법칙을 정의함으로써 주위 환경으로부터 스스로 지식을 축적함에 비해, 인공지능은 구현하고자 하는 지능에 따라 구체적인 법칙을 추출해내는 것이 매우 어려워, 뇌정보처리 메카니즘의 모방을 통한 신경회로망이 보다 타당한 접근방법이며, 이를 뇌공학이라 한다.

신경회로망은 또한 단순한 소자의 대단위 병렬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효율적인 전용 하드웨어 구현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특히, 최첨단의 반도체 지조공정 기술이 있으나 복잡한 기능의 회로설계 기술이 취약한 한국의 산업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뇌과학과 뇌공학>

좁은 의미의 뇌과학이 뇌 구조와 기능의 이해를 목표로 함에 반해, 뇌공학은 이를 이용한 인가기능 시스템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뇌질환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뇌의약학과 더불어 이들 3개 분야를 넓은 의미의 뇌과학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뇌과학과 뇌공학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룬다. 이미 알려진 뇌기능의 이해를 공학적으로 응용하고, 모르는 것은 더욱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추후 응용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뇌과학을 통한 뇌공학의 발전이 다시 뇌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물론 뇌구조와 기능에 대해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미미한 이해로부터도 많은 실세계 응용이 가능하다. 예로, 기존의 시각 및 청각 시스템이 불균일 조명이나 배경 잡음에 매우 민감하여 실세계 활용이 제한됨에 비해 ,생물학적 시청각 시스템의 국부 이득 조정과 선택적 주의집중 개념을 활용하면 탁월한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다. 학습기능을 모방하면,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며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추론시스템이 가능하다.

자연현상에 대한 조그마한 힌트(hint)로부터 공학적 난제를 극복한 예는 무수히 많다. 현재 컴퓨터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기본 요소인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발명은 반도체의 물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미약할 때 이루어 졌으며, 물성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수록 보다 우수한 성능의 집적회로로 발전하였다.

반면에 당면한 공학적 문제의 간시일 내 해결에만 급급하면, 작은 성능의 개선은 가능하나 근본적인 해결에 의한 대혁신은 불가능하다. 즉, 인간기능 시스템의 구현을 위해서는, 좀 더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더라도, 인간기능을 수행하는 두뇌 기능의 이해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뇌기능의 구현>

인간의 뇌기능을 오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판단 및 추론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림 1>과 같이, 오각 중 정보량이 많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추론 및 행동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뇌공학의 주요 연구 목표가 된다. 이들은 또한 화살표로 표시된 응용 분야를 가지고 있다.

시각과 청각은 인간의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부분이다. 기존의 인공시각이나 음성인식 시스템은 조명이나 잡음에 민감하여 실세계 응용이 제한되고 있으나 인간은 이를 매우 잘 하므로, 뇌정보처리 메카니즘을 이용한 뇌공학의 주요 요소가 된다. 음성은 기계와 인간 인터페이스의 제일 자연스런 방식으로, 음성인식은 키보드나 마우스에 의한 정보입력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시청각 시스템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판단과 추론 기능으로 이어진다. 이는 현재 많이 사용되는 인공 신경회로망 모델이 잘하는 기능이다. 인지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의 사고, 감정, 창의성 등의 메카니즘이 밝혀지면,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구현하는 인공두뇌의 핵심기능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판단과 추론을 거친 뇌는 팔다리와 입을 움직이는 행동기능을 수행한다. 제어 대상인 신체는 성장에 따라 시스템 특성이 바뀌므로, 시스템에 의해 제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두뇌를 위하여!>


뇌공학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두뇌기능을 수행하는 ‘인공두뇌’를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두뇌는 시청각에 해당하는 인공시각 패턴인식과 음성인식 기능과 추론, 제어 기능이 핵심을 이룬다. 물론,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두뇌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나, 인간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기능도 제한된 활동영역에서는 인간을 크게 도울 수 있다.

인공두뇌의 개발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하드웨어 구현도 요구된다. 인간의 두뇌에는 1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와 약 100조개의 신경연결 시냅스로 구성된다. 이들 시냅스가 0.01초에 한번씩 곱셈을 하여 인간의 두뇌는 초당 약 1경 번의 곱셈을 하는 것에 해당된다. 기존의 컴퓨터가 초당 억 단위의 곱셈을 하며, 대규모의 병렬 컴퓨터 연구가 1조(Tera)번의 곱셈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인공두뇌의 구현을 위한 전용 칩의 필요성이 명확해 진다.

기계에게 지능을! 인간에게 자유를!


<KAIST 뇌과학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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