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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새로운 개념의 약물 개발-이석호
[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새로운 개념의 약물 개발-이석호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01.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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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학 평가부장)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하여 인류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세기를 관통하여 계속되어질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서의 신약(branded drug)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가장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2년이 소요되며 끊임없는 모험의 역정(歷程)으로 점철된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기간의 집중적이 노력과 투자의 결실이 반드시 맺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신약개발(drug discovery)과 관련된 다양한 전공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의 엄격하고 조화된 협조정신에 기초한 집약적인 노력이 우선이지만, 경영진에게도 만약의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각오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모두들 이러한 저조한 성공의 확률로 이어질 신약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가? 그것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영원한 탐구와 열정, 진정한 생명존중사상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충분한 가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최근 인간의 유전자구조를 밝히기 위한 Human Genome Project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질병과 유전자와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이러한 정보를 질병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Merck Gene Index나 NCBI의 GenBank 같은 data base는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응용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실제로 AIDS치료제로 개발된 protease inhibitors도 HIV유전인자의 규명과 함께 유전자 조작으로 얻어진 HIV의 protease 삼차구조를 밝혀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항암제 연구만 하더라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학요법제(chemotherapeutic agents)처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도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의약품의 개발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이다.

현재는, 실례를 들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진 oncogene을 포함하는 signal transduction pathway에서 다른 정상적인 신체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표적, 다시 말하면 암세포의 발현에는 직접적인 개입을 하면서 생체에 필수적인 다른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효소나 수용체를 저해함으로써 암의 진행을 저지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의 개발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오고 있다. 이러한 항암제 개발은 모든 신약과 마찬가지로 첫 단계인 선도물질의 발굴(lead discovery)로부터 시작된다.

그 기원이 대자연이든 실험실이든 일단 추구하는 효능을 가진 유효물질(active(s))이 선택되면 그 효능(potency)가 증진되고 안정성이 개선된(improvement of its activity-safety profile)된 선도물질을 얻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약품화학자(medicinal chemists)들은 이 유효물질의 어떤 부분을 무엇으로 어떻게 변형시켰을 때 이러한 바람직한 선도물질(先導物質: lead)을 얻을 수 있는가를 알기위해 수많은 유사물질들(analogues or derivatives)을 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 study(SAR)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합성한다.

이는 선도물질 및 그 후속물질이 얻어질 때까지 뿐만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선도물질이 신약으로 개발될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꾸준히 계속된다. 때때로 다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무렵, Phase IIb나 Phase III의 임상실험이 끝나가는 시점에 자주 제기되곤 하는 안전성 관련 문제발생 들의 만약의 경우에 대비, 극히 모험적인 신약개발의 특성상, 선도물질을 언제라도 대치할 수 있는 후속물질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근래에 등장한 combinatorial chemistry는 체계적으로 계획된 합성화합물이 거의 무한정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전통적인 유기합성의 개념을 뿌리 채 뒤흔들어 놓았다. 이 기법의 특징은 단일의 순수화합물이 아니라 적절한 조합에 의하여 한꺼번에 많은 물질의 혼합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음에는 분리정제의 번잡한 과정 없이 고속선별(high-throughput screening)을 통해 이들의 효능을 쉽게 검사, 원하는 유효물질을 짧은 시간에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SAR의 연구에 가속이 붙게 되어, 이제는 원하는 약효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합물들의 합성과 그 시험이 거의 자동화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화합물이 합성이 되나 해도 이들의 효능을 검사할 수 있는 좋은 분석방법--screening assay 및 counterscreening assays-의 개발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천연물과는 달리 이것은 연구원의 화학구조에 대한 상상력에 그 한계를 갖게 되므로 지금까지 알려진 privileged structures의 변경(modification)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시되었다. 이런 사유가 combinatorial synthesis의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그다지 큰 성과가 가시화 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모든 과정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단계는 아마도 목표(target)을 선택하기 위한 질병의 가장 근본적인 molecular mechanism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biochemical mechanism의 탐색과 genomics(유전자의 건강과 질병에서의 역할에 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이미 잘 알려진 mechanism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에 전념하기도 한다. 특히 Human Genome Project는 단지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규명(DNA sequencing)하여 인간 유전자의 구조를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병적 조직의 완전한 유전자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의 유전적 소질(genetic traits)과의 연구계를 찾고 병적 유전자의 생물학적 기능에 관한 의문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잘 알려진 oncogene ras가 관계하는 signal transduction pathway를 표적으로 하는 과제에 있어서도, 항암제 개발을 원하는 연구원들은 이미 밝혀진 것들 외에도 그 존재가 추정되는 다른 pathways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 membrane tyrosine kinase, ras, raf-1, MEK, and MAP kinase등이 평행으로 달리는 여러 개의 경로(complex cascade)에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 중 암을 유발하는(transformation) 특수한 하나의 표적을 분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이상의 표적에 대해 효능을 나타내는 비 선택적인(nonspecific and nonselective) 물질은 생체기능에 필수적인 대사과정에 장애를 일으킴으로써 심각한 병적 증상 같은 부작용(독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은 신약후보물질(lead or drug candidate)로서 선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효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의약품만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선도물질의 발견(lead discovery)은 천연물(natural products)이나 합성물질의 고속선별로 성취될 수 있다. 천연물은 각종 세균, 진균, algae, 또는 심해를 포함한 세계 각지로부터 수집된 미생물들의 발효(fermentation)를 통하거나 여러 가지 식물체의 부분 또는 곤충을 포함한 동물체의 용매추출로써 얻어진다. 물론, 이는 미지 물질의 구조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 분석기술이 요구된다.

합성화합물은 이미 잘 알려진 효과를 가지고 있는 기본골격-소위 penicillins의 β-lactam과 같은 privileged structures-을 근간으로 하여 이에 속한 side-chain등의 기능성 구조(functionality)를 조직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얻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합성에 의하여 얻어진 것들이 소위 me-too drugs이라 일컬어지는 모방신약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작에 의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선도신약(innovative novel breakthrough drugs)이 잉태될 가능성은 비교적 희박하다. 최근에는 computer graphics를 이용한 structure-based design이 정제된 enzyme이나 receptor같은 단백질의 X-Ray를 이용한 삼차구조규명과 짝을 이루게 됨으로써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경우 알려진 privileged structures나 그들의 isosteres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structures-based design은 구조가 규명된 natural ligand를 이용하거나, receptor나 enzyme같은 macromolecular target에 이상적으로 들어맞는 가상구조(hypothetical structure)를 고안하거나, 또는 원하는 효능을 가진 알려진 구조에 변화(modification)를 주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영세한 국내제약기업들은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대항하기 위해서 개별적으로 또 국가적인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현재의 능력 범위 내에서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 유전공학을 이용한 biotechnology는 비교적 소규모의 자본과 소수의 정예로써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중 하나이다.

이는 유전자 재조합에 의하여 제조되는 생물공학의 약품(recombinant drugs) 뿐만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는 기형유전자를 보완하여 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치료법(gene therapy)의 개발 등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최신의 정보와 이를 즉각 실용화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한 분야로 국내 중소제약기업들도 쉽게 추진해 볼 수 있는 것이 새로운 DDS(drug delivery system) 또는 제형(formulation)을 개발하는 것이다. 약물의 혈중농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하여 od(1일 1회) 복용 등이 가능한 서방제제(delayed release or controlled release)나 다른 형태의 신제형의 개발을 통하여 용법에 대한 환자들의 compliance를 향상시키고 이러한 연구개발결과를 특허를 통해 보호받거나 해외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추진해 볼 수 있다.

고부가가치를 가진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쳐 가능한 한 많은 기관, 즉 제약기업, 대학교, 기타의 전문연구기관들이 총망라된 연구 인력과 지식을 제공하거나, 몇 개의 전문성이 다른 제약연구소가 합작하고, 외부의 용역(out-sourcing)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거나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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