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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의과학.의료.의술분야 전망-지제근
[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의과학.의료.의술분야 전망-지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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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1.0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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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제근(대한의학회장.서울의대 교수)

머릿말

지금부터 100년전인 1899년 연말에 이 자리에 서서 1900년대 즉 20세기의 한국의학을 전망하였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지난 100년 우리나라가 그리고 우리 의학이 걸어온 역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난 100년의 엄청난 변화를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1999년 연말에 다가올 21세기의 우리의학을 전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학자체 뿐만 아니라 의학외적 요인이 너무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것을 우리는 지난 세기를 돌이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세기의 우리나라 의학은 서구의학이 우리땅에 들어와 우리나라 전통의학과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서양의학이 일방적 우세속에 지배적 의료체계로 자리를 굳혀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양의학이 우리가 전취하여 우리의학으로 발전시켰다기 보다는 타의에 의해 특히 일본의 식민주의에 의해 거의 강제로 이식되었다는 점에서 그 주체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아직도 갈등의 연속인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관계도 우리 의학계가 당면한 문제로 21세기에 해결하여야 할 숙제다.

21세기의 한국의학은 21세기의 세계의학과 연관이 없을 수 없다. 특히 학문적 의미의 과학이나 의료기술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것을 따로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 밀착되어 있다. 그 만큼 국가간의 벽은 낮아지고 지식과 기술은 인류 공통의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의학의 전망이나 비전이 의미있는 것은 시대적으로 또 지리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지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또 우리의학의 입장에서 새로운 한세기를 전망하는 이 기획은 의미가 깊으며 특히 내년이 그 첫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기서 취급하는 의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으로서 이 경우 의학은 학문으로서의 의과학(醫科學), 공중보건과 연관된 의료(醫療) 그리고 의학적 기술과 수기가 주로된 의술(醫術)을 모두 포함한다. 필자는 이 세가지 영역 별로 21세기를 전망한다.


의과학의 전망

21세기의 의과학의 발달은 인간 생명현상에 대한 기본적 이해에 접근하리라고 생각한다. 2003년경에 완료되리라고 예측되는 인간 유전체 계획은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인간 추전체 계획은 완료와 더불어 이것을 이용하여 많은 인체질환이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되고 이에 관한 대대적 생물할적 실험이 시도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그 수가 증가하는 유전성 소인을 가지는 각종 질환들이 유전병으로 결정될 것이고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인체질환이 유전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많은 예측가능한 가상질환들이 대두될 것이며 이들에 대한 유전자 치료에 관한 활발한 연구도 아울러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와같은 우리의 예측이 전혀 빗나갈 수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예외가 많은 생물현상이 분자생물학적으로만 설명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각종 질병이 유전자 배열의 이상으로만 설명되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 지금까지 축적된 이와같은 지식이 질명을 이해하는데는 별로 쓸모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분석적으로만 접근하였던 현대과학 내지 현대의학과는 대조적으로 한개체의 특수성이 최대로 부각되고 부분보다는 몸 전체의 조화가 생명현상에 더욱 중요하여 다루어지고 따라서 지금과는 다른 각도에서 항상성(homeostasis)에 대한 깊은 연구가 시도 될지도 모른다.

어떻든 지난 20세기를 걸치면서 서구의학 특히 미국의학의 모방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의 의학은 21세기에 들어 분명한 좌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의과대학 설비 및 운영, 졸업 후 연구과정, 연구비 등 모든 의학발전의 여건이 21세기 들어 획기적으로 나아직 전망은 그렇게 밝지는 않다.
오직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수한 두뇌이며 이를 통하여 의과대학 뿐 아니라 모든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팀을 이루어 분야별로 국제수준에 접근 할 전망은 밝다.

우리가 21세기에 생?과학 분야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국 수준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까가 일차적 관심사 이겠지만 다른면으로 보면 획기적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의학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러한 계기는 질병 현상에 대한 해석과 학문적 접근방법에 대한 창?거 시도와 연관될 것이다.

최근에 이으러 서양의학의 선도국들은 동양의학을 보완/대체의학으로 받아드리려 하고 있고 이것은 특히 식물약(herbal drug)을 중심으로 크게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동양의학을 지식 유산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의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보완/대체의학이라고 하기보다는 동서의학의 화합(harmony) 내기 협동(collaboration)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동서의학 협동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모든 의사들의 서양의학에 대한 이해, 영어의 구사능력, 한의학의 오랜 전통등의 여건을 고려하건대 동서의학 화합을 이루어내는 가장 적절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세계의학에 공헌할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다.

의료의 전망

의학의 발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결국 사람의 생명을 보존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위하여는 의학과 의술의 발달과 함께 건강한 의로의 학립이 필수적이다.

지난 세월이 의사는 의사의 일만 충실히 하면 되었던 세우러이었다면 앞으로의 세월은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의사의 능동적 시혜가 아니라 국민건강권에 의한 피동적 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바뀌어 갈 전망이다. 즉 앞으로 우리는 의료 보험과 제도권의 틀 속에서 의사의 일을 하고 그 결과도 통제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21세기에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의약분업의 원칙만 세워지고 실행하지 못한 원인은 정부의 의료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탓이었다. 서구사회에서는 일찍이 분업형태로 자리를 잡았으나 동양권은 몇천년동안 의약동체의 개념이 전래된 사실도 쉽게 바꿀수 없었던 원인일 것이다. 여하튼 이제 시행은 예정되어 있고 우리는 정부가 국민건강 보호차원에서 시행착오 없이 정책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국민의 의료보험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개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은 고무적이었지만 의료보험의 내용을 보면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소득의 1.5-3.0%라는 의료보험을 시행하는 국가중에서 가장 낮은 의료보험료를 부담하면서 의료급여는 선진국 수준을 요구하는 모순된 현상은 모든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 제도하에선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가 없게 되어 있고 의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장래에는 풀릴 수 있겠는가는 의문이다.

의료와 관련되어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에도 많은 별화가 예견된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의대선호도의 변화도 예측된다. 그동안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시절에 의사라는 직업이 직장과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선호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직업의 다양성, 너무 오랜 교육연한, 더욱이 외근에 문제되고 있는 개원의사들이 영세화, 의업에 대한 불신풍조등은 대학 진학생들로보터 선호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의 의학교육이 나름대로 사회적 책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을 그동안에 있었던 질병이 전염병을 위주로한 비교적단순한 진환들이었기 때문에 의과대학에서도 단순하고 흔한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교육하는 것으로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의학자의 양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그 양성을 거의 완전히 외국 특히 미국에 의존하였다. 외국에서의 1-2년 장기연수가 없이는 전공학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만큼 의과대학의 학술적 기능 향상이라는 점에서는 우리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21세기에는 의과대학의 역할이 많이 달라지기를 희망한다. 즉 졸업생들이 새롭고 변화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식과 기술을 습득시키고 의료시장의 개방에 대처하여 의학교육의 국제화에 대비한 능려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의과대학들은 인재등용과 업적평가등에서 철저한 경쟁문화를 정착시켜 학술적 국제화를 이룩함과 더불어 더 많은 시간을 의료윤리나 인간관계 그리고 대화기술에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의술(醫術)의 전망

지구전체를 본다면 20세기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이 주도하던 물리과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유전공학이 주도하는 생명과학의 세대가 될것이라는 예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의학테크놀로지의 획기적 발전이 예견된다.

이것은 물론 의사들만의 역할이 아니라 생명과학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의사들과의 협조하에 이룩도리 것이다.

특히 기대되는 것은 인공장기의 개발 및 이식, 유전자 진단 및 치료, 컴퓨터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등이다. 새로운 진단방법의 개발 그리고 신약개발에 대한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될 전망이 크다. 이러한 의료기술의 발달은 세계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무에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특수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의술의 발달에 힘입어 사람들은 좀더 평안한 삶을 누리게 될것이고 결국은 평균 수명의 연잔으로 나타나리라고 예상한다. 한편 무분별한 인간 우전자 조작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 가능성도 경계하여야 겠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의술의 혁명은 항상 윤리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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