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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보험재정 안정화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보험재정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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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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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성균관의대 교수 의료관리학)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보험재정 안정화

 

 

건강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즉, 지출규모에 맞추어 수입을 확충하거나, 수입규모 이내로 지출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입의 급격한 감소나 지출의 급격한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금을 적립해두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건강보험통합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하면서 준비금을 연간 급여비의 50%에 이를 때까지 적립하도록 규정하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준비금이 3조원을 상회하여 연간 급여비의 50%를 넘기고 있을 만큼 보험재정은 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집권 5년 동안 준비금은 모두 소진되었을 뿐 아니라, 2조 6천여억원의 빚을 남김으로써 자신들이 제정한 법마저 지키지 못하였다. 그러면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재정차입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는 건강보험의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면서 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였으나, 그에 대응하여 적기에 적정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했다. 특히 통합을 앞둔 직장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을 회피하고 준비금을 소진시켰으나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준비금 보유율이 크게 감소하여 재정위기가 초래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의약분업을 시행함으로써 일시에 폭증한 급여비 지출을 재정수입과 준비금으로 감당할 수 없어 재정차입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김대중 정부는 수가를 인하하고 급여확대를 유보하여 급여비 지출의 증가를 억제하면서 보험료를 매년 8∼9%씩 인상하여 차입금을 2006년에 해소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역보험재정의 40%를 국고에서, 10%를 담배의 건강부담금으로 지원하기 위해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를 보면 건강보험통합을 추진하고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김대중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차입금을 해소하여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는 일은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과제가 되었다. 뿐 아니라 “국민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야할 것이므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차입금해소와 재정안정화, 그리고 급여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재정이 확충되어야 한다. 더욱이 인구의 노령화, 의료기술의 발전, 의료자원의 확충 등은 급여확대와 더불어 급여비 지출의 증가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보면 보험료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보험료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보험료인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인바, 급여확대를 통한 보장성의 강화와 보험료의 형평부담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국고를 일시에 추가 지원하여 차입금을 해소하고 고액진료비부담으로 인한 가계파탄의 위험을 줄여 보장성을 강화하고, 재정통합은 보험료부담의 형평성이 확보될 때까지 유보해야할 것이다.

급여확대를 통한 보장성의 강화와 동시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조치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국민의료비 중 환자부담을 낮추고 건강보험비중을 높여야할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인상만으로는 재정안정을 기하기에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담배에 부과되고 있는 건강부담금을 술과 화석연료 등 건강위해상품에도 부과하여 보험재정의 일부를 충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다.

간접세와 다를 바 없어 소득 역진적인 것은 사실이나, 이들 상품의 소비행위가 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인한 급여비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보험료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직장과 지역의 보험재정을 올해 7월부터 통합할 경우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둘러싼 직장과 지역가입자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보험료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부과체계를 일원화하더라도 부과기준과 징수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그 갈등은 여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정통합을 유보하여 보험료인상을 용이하게 해야할 것이다.

보험재정의 분리운영에 따른 문제는 정년으로 퇴직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급여비 부담을 직장재정에서 지역재정으로 전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고지원과 함께 직장과 지역의 보험료수입의 일부를 갹출해 조성한 공동기금이 노인급여비와 고액급여비를 담당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로 노인급여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금의 젊은 가입자들이 노인급여비 기금의 일부를 미리 적립해 두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새 정부는 재정확충 뿐 아니라 불필요한 급여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할 것이다. 급여를 확대할수록 불필요한 급여비 지출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나, 진료비심사를 강화해도 그 효과가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의사, 약사 및 환자 모두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자제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요양기관 계약제, 진료비총액과 보험수가의 연동, 약값 경쟁기전의 도입 방안도 강구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고, 급여를 확대하며, 불필요한 급여비 지출을 억제하고,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아래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나,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현명한 지혜가 요구된다 하겠다. 그리하여 노무현 정부가 급여를 확대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준비금 보유율을 법정 수준으로 높여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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