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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창립]의협 창립 100주년/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2004창립]의협 창립 100주년/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4.1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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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창립 100주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대한의사협회의 창립 100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 한국에 서양의학이 들어온 지 올해로 이미 120년이 되었기 때문에 의사단체의 역사가 100년이 된 것이 특별할 것도 아니지만 지금의 의협을 놓고 생각해보면 100년의 역사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의사단체의 수준은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수준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의사가 된 지 10년 남짓 지났지만 의협 100년의 역사를 다 알지는 못한다. 가끔 60년대 의대를 다닌 선배의사들의 얘길 통해 당시에는 의대를 졸업하면 상당수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의사생활을 했다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의협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는 들은 기억이 없다.

70년대 말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도입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전국민의료보험으로 발전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며 국민에게 의료혜택을 넓힌다는 도의적 차원에서 의사들이 협조했다고 들었지만 그 당시 의협이 무슨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90년대 '대한의학협회'가 '대한의사협회'로 개명된 일은 기억이 난다. 영어로는 지금까지도 'Korean Medical Association' 이지만 기능적으로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Doctors'이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가 더 적합한 명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협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대내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 2000년 들어 시작된 의약분업 파동이었다. 즉 의협 90년의 역사가 된 후에야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협은 당시 의약분업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내지 못했으며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온 국민들에게 의사들의 치부가 알려졌고 마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환자의 생명도 버릴 수 있는 것처럼 이기적인 집단이 되고 말았다. 당시 정부와의 협상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의료정책의 선진화를 요구했지만, 현재 변한 건 오히려 수가의 점진적 하락과 의료계의 경제적 위기상황만이 남았다. 많은 의사들이 변화된 의료환경을 개탄하면서 정부와 의협을 비판만 하고 있을 뿐, 명확한 원인 분석이나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이건 개업의건 간에 어떻게 하면 경영수지를 흑자로 만들 것인가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면서 진료실의 모습은 기형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의협 창립 100년을 준비하면서 우리 의사단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뾰족한 답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것도 없다. 4년 동안 의협이나 의사들의 사회적, 특히 정치적 활동의 규모는 많이 성장했지만 어느 하나도 순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의사들의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정치 상황과 유사하게 의사단체들 사이에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통합되는 모습보다는 등돌리고 해체되는 모습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내과학회와 내과개원의협의회의 갈라서는 분위기는 심각한 수준의 해체를 예고하고 있다.

내과학회가 개원의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전혀 반영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내과의사회, 노인내과학회 등을 창립하는 현실은 어느 누구의 잘못은 아닐지라도 일차적인 책임은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의학회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의협과 의학회로 이원화된 체계에서 기형적으로 의협이 개원의들의 단체로 위상이 정립되어 가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의협을 중심에 두고 개원의, 봉직의, 교직의, 전공의 등이 통합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

둘째, 의사 인력 수급과정이나 양성과정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데 의협이 중심이 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단계적으로 입학정원의 10∼20%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정당성을 꾸준히 정부나 국회에 주장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의대 교육과정도 지금과는 질적으로 바꿔야 한다. 더 이상 3천여 의대 졸업생, 즉 배출되는 의사들이 모두 임상의사를 희망하는 구조로는 대형 실업 사태와 부실구조를 탈피하기 어렵다. 의대 교육과정에서 의학을 배우는 필수 과정을 과감히 70∼80%로 줄이고 다양한 학문과 지식을 경험하도록 길을 넓혀주어야 한다.

의학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제약회사·연구소·정부부처·국회·법조계·문화계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찾아보긴 어렵고 훗날 제자들에게 원망이나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공의 수련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주 80시간 근무·연속 24시간 이상 근무 제한'등 애처로운 주장을 근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미래도 걱정해 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전문과목에 대한 수련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며 힘들고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전공의들의 몫이다. 하지만 대학이나 병원에서 부족한 의사인력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를 요구하는 구조로 간다면 그것이 노동착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대의 변화와 복잡한 의료 구조 속에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의사업무 수행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책임 있는 의사들로 성장해 나가게 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누구의 숙제일까?

이미 사회에 배출되어 있는 많은 젊은 의사들이 15년 교육과정 속에 품었던 생각과 현실의 괴리 속에 좌절하고,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는 현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책임과 의무는 당연 의협이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갖는 핵심 목표와 과제라 하겠다. 10여 년 후 교직의·봉직의·개원의·전공의·공중보건의·기타 여러 분야에 진출한 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란 이름 아래 단합된 모습으로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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