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7:54 (화)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4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4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15 17:1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의료과오소송-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민사소송은 1심과 상소심 등 예사로 몇 년간 계류돼 있어 전국적인 소송숫자통계를 얻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각 연도별 종결된 의료과오소송케이스통계는 매년 미국의사보험협회에서 발표하고 있다(표 1과 2).

소송제기부터 종결까지 평균 5년 걸리고, 매년 종결된 건수는 1만 건 내외이며(표 2), 그 중에서 약 1/3만이 원고에게 보상된다(표 1에서 원고승소 1%+화해타협 32%. 그리고 표 2에서 지불된 율 33.5% 등).

표 1에서 보듯 소송한 케이스의 61%는 결격사유로 소송에서 취하 또는 자진 철회되고, 33%(32%+1%)만이 보상되는데, 그것도 Settlement(화해타협)로 도중하차한 케이스가 대부분(32%)이고, 극히 일부(1%)만이 법원판결을 거친 배상이다. 최후 법원판결이라는 종점까지 간 7% 중 원고승소는 1% 즉 1/7(판결의 14%)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힘든 소송에서 67%(그림표 61%+6%)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피해자)에 한푼도 보상되지 못하고, 결심재판에서도 6/7(86%)은 원고가 패소한다는 것이다. 표 1이 시사하는 바는 의료소송의 2/3인 67%(소송취하 61%+원고패소 6%)는 쓰레기통으로 간다는 사실이다.

쓰레기역할을 하는 소송의 피고(의료인)측 변호비용은 무시할 수 없으니, 2001년도에 취하된 건수 1건당 2만 2,967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재판까지 간 변호케이스는 1건당 8만5,718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런데도 변호사와 의회의 그들 지지세력은 이 허무맹랑한 `의료과오 법정소송'이라는 `복권제도'를 보호·유지하고자 악을 쓰고 있다. 너무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데도 변호사들은 현재의 제도를 고수하려 한다. 성공보수제도(Contingency fee)라 해서 원고로부터 소송요금을 받지 않는 반면, 일단 승소하면 배상금 50%를 변호사가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자주 승소할 필요가 없으며 어쩌다 한 번만 이기면 큰 복권에 당첨이 되는 격이고, 그래서 이 제도를 바꾸는 일(개혁안)은 그들의 황금시장을 놓치는 일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지불은 근 4배(2.06%→7.90%, 도표 5)나 늘어나고, 이 기간에 1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이 점유하는 비율은 40.6%에서 64.5%로 증가했다(표 6). 그리고 배상금지불은 인플레 상승보다 3배나 되었다(표 7).

이러한 결과 보험위기에 처한 18개 주에서는 산부인과와 외과 등 위험전문분야 보험료가 연 10만 달러 이상($10만2,000)에서 28만 달러($28만3,000)로 치솟고 있다(표 2와 4).

오늘날 보험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제한 오른 피해배상금으로 인한 보험료 급등인데도, 재판변호사와 민주당은 보험회사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의료과오보험 위기해결법은 이러한 복권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현재 상원에 계류되어 있는 Tort Reform(법안 명칭 Health Act)을 통과하는 길이다.

TR의 골자는 비경제적손실에 대한 CAP(상한금)을 설치하는 일이고, 이를 CAP on Pain and Suffering(고통과 고생에 대한 배상금 상한액수)라고 한다. 즉 비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은 육체적 감정(정신)적 아픔, 불편하고 고생된 생활, 정신적 고뇌, 즐거운 삶의 상실에 대한 금전보상인데, 이 금액이 무한정 악용됨으로써 보험위기가 유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처럼 주 정부의 CAP제도가 주 대법원에서 합헌으로 인정된 주에서는 보험문제가 안정돼 있으나, 동일한 미국영토에서 펜실베니아나 일리노이주 등 여러 지방은 주의회에서 CAP이 통과됐어도 주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정되어 보험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 그 결과 미국 18개주는 현재 심각한 보험위기에 처해 있다(표 4).

의회예산국의 추산에 의하면 연방 TR이 통과되면 연방 및 주정부는 매년 221억 달러($22.1B)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절약된다. 불행히도 TR 아닌 현 복권제도는 재판변호사들에겐 일확천금을 할 수 있는 황금시장이므로 그들은 이 제도를 지키려고 악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75년 CAP 제도가 설치되어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보험료가 계속 안정되어 있다(다음 장에 다시 설명함).

의료과오보험 없는 의사

2003년 6월 9일자 주간타임스는 미국 의료과오보험 위기 특집을 내어, `왜 의사들이 이직하느냐?'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시카고 근교 Joilet에서 19년간 폐장내과그룹개업에 종사하는 49세의 닥터S의 경우를 예로 들어, 미국 의료과오 문제를 종합해서 보도한 기사다.

닥터 S와 그룹동료 5명은 지난 3월말 보험회사로부터 의료과오보험(보험이라 약칭함) 갱신을 못해 준다는 통지를 받았다. 응급조치로 겨우 다른 보험사에서 10만 달러만 커버되는 보험을 얻었지만 이 금액으로는 무보험자 신세나 다를 바 없고, 그룹개업을 폐쇄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와 그룹동료는 무직자가 되어 가족부양을 포기하거나 다른 주에 직장을 옮겨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같은 지방의 유일한 신경외과의는 과거의 소송배상전력 때문에, 가장 높은 지역보험료(표 3에서 $28만3,000)에 더 추가하여 1년에 46만8천 달러를 지불해야만 기본커버(1건당 100만 달러, 전체 300만 달러까지 커버된다)를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이직하거나 타주로 이사가려고 한다. 그곳 16명 심장전문의와 60명의 일반의사도 보험갱신이 안되어 다른 보험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닥터S 그룹은 의료과오소송에 몇 건 걸려 있고, 과거 법정투쟁은 했어도 패소한 경력이 없는데도 APC보험회사는 그들을 위험그룹으로 구분해서 보험 갱신을 거부한 것이다.

보험사로서는 엄청나게 매년 오르기만 하는 배상금액 지출과 회사의 투자경기 하락 때문에 최근 적자경영이 악화되는 가운데, 문을 닫거나 보험료를 올리고 커버대상을 줄이는 방도밖에 없게 되었다.

닥터 S와 동료들은 짐을 챙겨서 이사갈 수도 있으나, 그럴 수 없는 그들의 환자 6천명은 1시간을 드라이브해서 시카고시내 폐장전문의를 찾아다녀야만 한다.

닥터 S는 고교졸업 후 13년 간(일반대학은 4년간) 계속 공부하느라고 걸머진 은행 빚을 갚기 위해 주야로 일해 왔고, 이제 겨우 자리잡힐 즈음 의료위기에 당면하게 되었다. 동료들은 이웃 인디아나주로 옮길 계획이나, 그는 어릴 적부터 정든 고향을 떠나기 싫어 그 근처직장을 물색중이다. 18세난 장남을 두고있는 그는 아들이 의사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장차 의사의 직업안정성이 의문이기 때문이라고 타임스는 전한다.

현재 의사들은 연방상원에서의 CAP통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