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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노벨 의학상과 MRI
2003년도 노벨 의학상과 M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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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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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는 2003년 노벨의학상을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개발의 기초를 마련한 두 학자, 미국 일리노이대학 화학교수 Paul Lauterbur(74세)와 영국 노팅엄대학 물리학교수 Peter Mansfield(70세)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Lauterbur 교수는 MRI 영상화까지의 기본원리를 1973년에 발표했으며, 그후 Mansfield 박사가 개발한 고속으로 영상화하는 방법으로 1980년대 임상용의 진단장치(MRI)가 완성되었고, 기초연구에도 광범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MRI는 인체에 칼을 대지 않고, 인체 내의 구석구석을 찾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모든 부분을 촬영해 냄으로써 질병의 조기발견과 진단에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게 했다.

1901년도 노벨 물리학상 받은 X-선이나 1979년도 노벨상의 CT 스캐너와는 달라, MRI는 방사능유해 등 인체피해가 전혀 없다. 특히 뇌, 척추, 근육, 관절, 심장 등의 영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수술시 환부위치확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현재 MRI는 암 진단과 치료 및 추적에 불가결한 설비다.

2002년도 세계에서 약 2만2,000대가 가동되고 있으며, 매년 사용횟수는 6천만을 초과하고 있다.


Lauterbur 교수와 MRI 이론

인체무게의 약 2/3을 차지하는 수분은 수소와 산소로 구성되고, 수소원자핵배열은 자장과 전파의 영향을 받는다. 도표그림과 같이 인체 내의 수소원자(A)에 공명하는 자장을 설치하면 수소원자가 에너지를 흡수하고(B와 C), 자장을 중단하면 전자파가 발생하는 현상을 응용하여, MRI는이 전자파를 분석해서 영상화한다.

Lauterbur 교수(L 교수라 약칭)등 화학자들은 화학연구생활에서, 시험관속의 화학물질분석에 많이 이용되는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기술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시험물질이 담긴 시험관을 작지만 강력한 자기 속에 집어넣으면, 원자핵이 미세한 전파를 발송하게 되며, 이 전파가 바로 시험관내의 화학물질의 내용을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에 큰 문제가 있으니, 시험관 한쪽의 자장이 항상 다른쪽 자장보다 조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파에 혼동이 생겨, 전파신호분석결과를 망쳐버린다는 사실이다.

여기대해 여러 연구자는 물론, L교수도 이 방해되는 전파신호변동을 없애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L교수는 “어쩌면 이놈의 방해되는 전파가 큰 뜻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별안간 떠올랐다. 그리고 “이 전파변동이 시험관내의 원자핵장소의 영상을 알리는 정보일수 있다”는 영감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즉 시험관 양쪽의 변동은 시험관내 혼합화학물질의 여러 가지 다른 농도를 지닌 여러 수소원자핵의 장소를 나타낼 것이며, 이것으로 시험관물질의 구조해독이 가능하리라 추정했다.

L교수가 1970년대 MRI의 이론적 바탕을 발견한 행운은, 천재들만이 흔히 가지는 통찰력이었다. 하늘에 번쩍이는 번개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간 그때야말로 온 인류에게 축복의 순간이었다.

사실이지 과거 25년간 모든 연구자들이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포기해버렸지만, L 교수에게는 이 방해물을 역이용해서 영상을 창출하는데 사용코자하는 기상천외의 발상이 있었기에 의학상 획기적인 MRI 이론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MRI기계는 한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도 강력한 자기를 사용해서(도표 1), 여기서 수소원자핵을 한 방향으로 정열 시킨다(도표 2의 B).

다음에 환자를 작은 전파에 노출시켜 이 전파가 원자핵에 약간의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반대편에 정열된 원자핵을 흐트리게 한다(도표 2의 C).

그리고 난 후에 전파를 중단시키면 원자핵은 본래대로 정열하고, 동시에 미세한 전파신호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도표 2의 D).

신체의 부위에 따라, 그리고 인접부위의 수소원자핵의 경도(수분함유량의 차이를 말함. 골격=고체, 근육=연체, 수분=액체 등)에 따라 원자핵이 방출하는 방사신호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L교수는 “주변의 자장강도를 점차적으로 변동시키면, 원자핵이 방출하는 전파를 정확한 장소에 고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으로 환자 몸 전체로부터 동시에 나타나는 전파신호를 모두 수취하는 방법도 발견하게되고, 그 결과 각각 신호별로 신체부위를 판별하는 신호해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의학은 과학의 총망라

현재 MRI는 해부학적구조를 그려내는 수단만이 아니라, 인체의 화학적 생리학적 병리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분야(Functional MRI)에의 발전도 앞으로 기대되고있다.

여기서 특기할 일은 이번 의학상작품의 주인공 Lauterbur 교수는 의학자가 아닌 화학자며, Mansfield 교수는 물리학자라는 점이다.

MRI는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이라는 물리적인 원리를 화학적인 시스템에 도입하여 의공학적으로 응용해서 이룬 결실이며, 따라서 MRI는 모든 분야의 과학을 총망라한 작품이라 하겠다.

NMR실험성공으로 1952년 하버드 연구팀과 스탠포드 연구팀이 1952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래, MRI 이론의 바탕이 된 NMR 연구에 많은 화학자와 물리학자들이 공헌했으며, 그중 노벨 수상자가 여러 명 있다.

이처럼 훌륭한 모든 과학연구는 궁극적으로 의학발전을 위해 사용하게 됨으로써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것을, 노벨상 창시자 노벨 자신도 바랐을 것이다.

1901년 20세기에 들면서 첫번 노벨상(물리학) 수상자 Roentgen이 발명한 X-선은, 지난 세기동안 인류의 적 결핵을 퇴치하는 이기를 제공해주고 몇 10억 명의 인명을 질병에서 구출해냈다.

이제 막 21세기에 들어서면서 MRI의 노벨상소식은 암을 비롯한 불치병을 정복해줄 희소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추가:노벨상수상을 축하하는 일리노이 대학파티에 모여든 학생들을 맞이한 Lauterbur 교수의 기쁨은 한량없었다. 그리고 그는 기쁨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이 학부 부장님이 내 운전기사가 되어주고, 우리 총장님이 내 안내자가 되어 여러분께 소개해주니, 얼마나 영광스런 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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