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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7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7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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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언론 축복 받는 의료과오-1


잘못된 부위수술은 축복케이스

뉴스의 각광을 받아 세인의 화젯거리가 된 의료사고의 별명이 '축복 받은 케이스(celebrated case)다. 그리고 병변이 있는 한쪽 사지(팔다리)나 기관(유방이나 콩팥 등)을 수술(병변제거나 절제 또는 절단)계획 했다가 과실로 건전한 다른 쪽(반대편)을 수술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가하면, 장기가 엇갈린 수술과오가 있고 심지어는 환자가 뒤바뀐 시술이 있는데, 이를 총칭해서 '잘못된 부위수술(wrong-site surgery. WSS라 약칭함)`이라 일컫는다.

WSS는 '축복 받은 케이스`중에서도 일거리 찾는 언론에게, 가뭄에 비를 만난 듯 한 호재를 제공하고 악취미시청자를 흥분만족시킨다.

이러한 잘못된 부위수술결과는 사고의 경중(사망이나 불구 또는 경미한 장애 등)에 관계없이 소송으로 이어지고, 거의 전적으로 피고(의사)의 패소로 끝난다.

언론엔 큰 축복인 WSS사건은 의료제공자(의사)에겐 폐가이자 체면상의 일대망신이다. 세인들은 그런 바보의사가 세상에 있나? 하고 의아하니 말이다.

의료행위에 관한 한 일반인은 이러한 상식에 어긋난 사고를 믿으려 하지 않지만 사실은 의사도 인간이며, 실수할 수 있는 것이 사람(to error is human)이다.


잘못된 부위수술의 JCAHO 분석

2001년도까지 JCAHO 통계에 오른 '잘못된 부위수술`케이스 150건에서 126건을 RCA(Root Cause Analysis·근본원인분석)한 결과보고서 내용(A Follow-Up Review of Wrong Site Surgery)은 다음과 같다.(*RCA 설명은 2003. 6. 26. 필자칼럼-46 참조바람. 본문내용 출처는 2001년 12월 JCAHO보고서에서).

수술과별(%):Orthopedic/podiatry surgery-41%, General surgery-20%,Neurosurgery-14%, Urologic surgery- 11%, **The remainder- 14%.(**나머지 수술은 dental/oral/maxillofacial, cardiovascular-thoracic, ENT, ophthalmologic surgery이다).

수술장소별(%): 병원외래수술실이나 병원외래시설- 58%, 병원내 수술실- 29%, 병원내의 다른 장소(응급실, 중환자실 등)- 13%.

잘못된 부위종류별(%): 좌우위치가 뒤바뀌거나, 부위(장기 등)가 뒤바뀜- 76%, 환자가 뒤바뀜- 13%. 잘못된 수술 방법- 11%.

과오의 위험요소: 응급수술의 경우- 19%, 심한 비대증과 신체불구자수술의 경우-16%, 바빠서 급히 서둘러 시술을 끝낼 경우- 13%, 수술실에 드문 장비나 기구설치가 돼있는 경우- 13%, 1케이스에 여러 외과의가 관여할 경우- 13%, 한꺼번에 여러 가지 시술을 할 경우- 10%.

보고자: 자진보고-81%, 환자 또는 언론보도-19%.


뒤바뀐 환자의 죽음

잘못된 부위 중에서 특이한 경우는 환자가 뒤바뀌는 일이며 X-선 등 여러 검사시술에 흔히 있는 사고이나, 극단의 경우 환자사망을 초래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필자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적어본다.

병원 알코올병동에서 치료받던 30대 젊은이 B헨리는 환자확인과오로 인해, 다른 알코올환자 A헨리(동명이인)의 예정스케줄인 두뇌CT-Scan 받는 도중 주사액에 대한 급성과민성 알레르기반응으로 사망했다.

정신이 약간이나마 혼미한 알코올환자는 치매진단을 위해 CT-Scan을 거치는데, 원래 A가 예정에 올랐다가 스케줄 날자 전에 자진 퇴원해 버렸다. 퇴원과 동시에 방사선과의 스케줄이 자동 취소돼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고, 같은 병동에 동명이인의 알코올환자(B는 치매의심이 전혀 없음)가 있었다는 우연일치가 비극의 발단이었다. 방사선과는 병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검사 날 인솔자가 병실에 와서 병실담당서기로부터 헨리를 호명하여 환자를 인계받았다. 인계과정에서 B헨리는 “나는 그런 검사스케줄 모른다. 아마 잘못일거다”고 반항했으나 의례 알코올환자의 상투어로 돌리고서, “야! 잔소리 말고 따라와!”하며 강제로 CT검사를 받게했다. 방사선과에서도 환자번호확인함이 없이 이름만 체크하고서 두뇌CT 조영제를 정맥주사했다가 얼마 후에 쇼크에 빠져 사망하고 말았다. 필자는 주변에서 조영제주사로 인해 급성과민반응사망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 사건은 환자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식의 불상사가 생겼으니 믿을 수 없는 괴사였다. 운전면허를 소유하지 않은 날에 꼭 교통위반해서 순경에 잡히거나, 현금이 없는 날에만 돈 쓸 일이 생기듯이, 이러한 현상을 의학의 유행어로 '머피 법칙(Murphy's law)라고 부른다고 한다.

언론기관에서 알게되어 주야로 TV가 요란했으니, 병원으로서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한가지 다행한 일은 환자B에겐 가족배경이나 친척이 전혀 없어 소송 없이 일처리가 되었으며, 병동책임자 S박사(*주)와 담당 간호원과 인솔자, 그리고 병실 및 방사선과 서기는 모두 감봉처분으로 마무리짓게되었다(*주:알코올병실책임자는 일반적으로 정신과의사의 감독아래 PH.D.인 심리학전공자가 맡고있다).

B헨리의 삶은 외로움 속에서 젊은 세월을 술에 취해 살다가 꿈같이 생애를 마감한 `취생몽사`이었고, 그야말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는 투명한 속세인생을 보냈다. 그는 사고무친하였기로 사후 소송이라는 말썽이 전혀 없어, 저 세상에 가서도 이세상의 악몽(소란한 사후소송)에서 완전히 해방된 신선한 새 출발이 가능할 것이라 상상해본다.

알코올환자라고 해서 신분확인을 소흘히 했다는 인권문제까지 비약할 수도 있던 사건이고 머피의 법칙에 의해 억울하게 젊은 생명을 앗아간 희귀한 사고이며, 이렇듯 희대의 의료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소송제기가 없던 덕분에 몇 년 뒤에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다음의 언론축복 받은 의료사고케이스에서도 누락되었으니, 법정에 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에 걸려 장기간 법망에 오른 WSS케이스들은 법정논의 때마다 축복된 언론보도자료가 되어 세인의 기억을 새롭게 하고 있다.


언론축복 케이스들

1998년 AMA 산하기관인 NPSF(National Patient Safety Foundation. 전국환자안전재단)은 환자안전에 관한 워크샵을 개최한바 있으며, 여기서 발표된 내용을 담아 책자 2권(Workshop on assembling the Scientific Basis for Progress on Patient Safety. Volume 1 & 2)을 발행했다.

1번 책 가운데 `축복된 케이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엔 언론축복의료사고와 관련해서, 여러 의료전문인과 관계정부부처와 일반인들의 반응을 소개하고있으며, 내용재료는 신문기사와 논설이 주로 되어있다.

특히 여기서 좌우의 잘못된 다리수술에 대한 주정부의 관점과 면허증박탈 이유를 논하는 문헌들과, 최신동향이라 할 의료사고를 범죄사건(살인행위)으로 취급하는 특수케이스도 포함하고있다.

언론축복 받은 의료과오 톱 7 케이스와 그 내역을 열거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표에서 5번 Libby Zion 사건은 필자칼럼(2002년 6월 24일부터 3회)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에서 언급한 바 있으며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운동이 전국에 파급되고, 드디어 금년(2003년) 7월 1일부터 주 80시간 수련의 근무 제한이 강제적인 규제가 되어 실시하고 있다.


축복케이스 넘버원 Willie King

1995년의 축복케이스 1번(플로리다서 Wille King의 다른 다리 잘못절단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세계최고의료기관에서 발생한 2번(하버드대학 암센터에서 화학요법용량과다투여사건)은 미국여론을 소란케 한 의료불신사건이며, 이 두 사건이 동기가 되어 AMA서 서둘러 NPSF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같은 해 JCAHO는 Sentinel Event(감시를 요하는 의료사고)자진보고에 의한 정보수집에 착수했고, 유사의료사고의 재발방지책을 전국병원에 시달했으며, 이를 병원감사의 요건으로 삼게 했다(필자칼럼-44, 2003.6.12일 참조) .

그러면 축복케이스 넘버 1을 먼저 소개해본다.
1995년 2월 20일 플로리다 Tempa 시의 University County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다.

51세난 환자 Willie King은 '당뇨병으로 인한 양쪽 발의 혈관순환장애`가 있었으며, 특히 오른쪽이 심하여 회저(懷疽)가 나타나고 있었다. 예정된 날 다리절단 수술시간에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이날 수술실담당간호원은 게시판에 적힌 대로 왼쪽 다리절단준비를 완료했으며, 외과의 닥터 Sanchez 에 의해 그쪽 다리가 절단되었으니 병변이 경미한 쪽을 수술한 결과가 된 것이다. 수술도중 좀 수상하게 여겼던 간호원이 환자동의서류를 체크해보니, 원래계획은 오른쪽이었다. 간호원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태였다.

사고의 발단은 닥터 Sanchez 오피스의 사무원이 병원수술실에 수술예정 신청할 때 좌우를 혼동하여 '좌측다리절단`이라 알렸기 때문이다. 수술전날 잘못된 통지를 발견하고 수술실에 재차 전화로 교정 통지했으나, 연락 받은 수술실 직원은 컴퓨터예정표만 고치고서 수술실입구게시판에 게재된 수술부위는 그대로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닥터 Sanchez는 1975년 뉴욕의과대학졸업 후 같은 대학병원에서 외과수련을 마친 전문의며, 1981년부터 고향인 Tempa시에서 외과개업하고 있었다. 플로리다 주 보건부의 기록에 의하면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14년간 의료사고 또는 불상사가 전혀 없는 깨끗한 경력의 소유자였고, 환자와 동료간의 평판도 좋은 의사였다.

잘못 절단한 왼쪽 발에도 순환장애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기로 그쪽도 머지않아 수술받게 될 거라고 환자에게 미리 설명해놓았으니, 닥터 Sanchez는 환자가 수술에서 깨어나면 사과하고 납득시키려고 마음먹고있었다.

그러나 좌우가 뒤바뀐 이 사고는 병원직원의 제보에 의해 언론기관이 알게되고, TV에서는 마치 완전히 건전한 다리를 절단한 것처럼 톱뉴스로 전국에 보도됐다.

오피스 사무원의 한마디 실수가 꼬이고 꼬여서 Sanchez의 직업은 물론 신세를 망칠 줄이야 그 자신 상상조차 못했다. 수술전에 환자동의서류를 재확인했더라면, 그리고 수술 전 양쪽다리를 비교체크 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쉽게 예방가능 했다지만, 모든 것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었다.

본 사건으로 주에서 닥터Sanchez의 면허를 6개월간정지처분 했으나 그 후 그는 계속 내리막길을 달렸으니, 보험회사와 변호사를 통해 환자 King과 배후타협 하는 도중에 다시 사고를 저지르게 됐던 것이다.

보통경우 같으면 면허정지 아닌 경미한 처벌로 종결될 사고인데도, King사건의 전과 때문에 그의 면허증은 아예 무기한정지 처분되어 그의 직업(외과의)은 끝장났다. 공부한 보람도 없이 지극히 재수 없는 사나이가 되어버렸다. 환자에 대한 배상금은 미지이나, 적어도 100만원단위일 것이다. 이상이 미국의료사상 가장 축복 받은 케이스 넘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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