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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0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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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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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TR 최신 뉴스


미국정부와 시민은 의사 편

한국의사들이 의약분업과 DRG 소동으로 곤혹하고 문 닫는 개원의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사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의료과오보험요금을 감당하지 못하여 아우성이며 이직자와 조기은퇴 그리고 다른 주로 옮기는 의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AMA산하 미국의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뭉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사들은 제가끔 의료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 형태가 다를 뿐만 아니라 투쟁대상은 정반대다. 한국의료계는 홀로 서서 정부와 무지한 단체를 상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데 비해, 미국의료계는 대통령과 주지사를 비롯한 행정부보건부처의 절대적인 후원아래 재판변호인단과 그들을 옹호하는 일부 의회세력을 겨냥해서 투쟁하고 있다.

근래 의사들 편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시민들 수도 많아졌다. 그 증거로 약 70%의 미국소비자(시민)들은 터무니없는 의료과오보험료 상승이 변호사(48.4%)와 잘못된 법제도(20.2%) 탓이라 보고 있다.

상원에서 주춤하고있는 Tort Reform(의료과오보험개혁안, TR)통과문제에 대해서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AMA 회장은 낙관적인 예언을 한바 있으나, 현실적으로 연내(2003년)통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변호사출신의 입김이 센 상원에서 재투표시의 통과표 60표(과반수는 51표)를 확보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임 AMA 회장 Dr. Palmisano는 금년내 통과를 낙관시하고 있으며, 그 이유 3가지를 들고 있다. 1. 부시대통령이 적극찬성하며, 2. 하원에서 쉽게 통과된바 있고, 3. 국민여론투표에서 72 %가 CAP(非경제부분 의료과오배상금상한액)를 25만 달러로 제한하는 TR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니 반대파 민주당상원의원들도 선거주민의 압력으로 법안에 찬성하리라 기대하고 있으나, 두고 볼일이다>.

그러면 이번 장에서는 보험료 때문에 고통받는 의사의 실상과, TR의 상원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주정부와 주민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각주에서 TR가 해결될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닥터 H의 결단


펜실바니아주(약칭 PA)에서 정형외과 개업하는 닥터 H와 가족은 반생을 살아온 정든 고향을 떠나, 위스콘신주(약칭 WI)를 찾아 이사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손꼽는 의료과오보험위기지구에 속하는 그곳 보험요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린 결장이다.

펜실바니아주의 정형외과 보험료는 연 13만5천 달러이고(참조 필자 칼럼 51번), 만일 불리한 소송에 계류됐거나 피소전력이 있을 경우는 예사로 보험료가 2배로 뛰거나 아니면 보험 얻기 힘들게 마련이다.

닥터 H 말은 “지난 2년간 보험제도를 바꿔보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았다. 연방상원의원 들에 편지를 쓰고, 주의회 의원들 상대로 로비활약을 한 결과 그들 협조도 얻었다. 그러나 이젠 한계점에 이르러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한계점 도달이란 표현은, 주지사와 다수 주의원의 협조로 의회에서 작년(2002년)에 TR의 통과를 보았으나, 주대법원에서 위헌이라 판시하여 무효화됐던 것이다.

닥터 H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위스콘신주를 택한 이유는, 그곳은 미국에서 의료보험문제가 비교적 안정된 6개 주에 속하기 때문이다(참조 그림표 1).

위스콘신주에서는 1995년 주(州)의회에서 TR이 통과되고, 주 대법원은 이를 합헌으로 인정했다. 그곳 CAP은 시초 35만 달러였으며, 매년 인플레를 가산하기로 하여 현재 CAP은 41만 달러이다. AMA가 지지하는 CAP 25만 달러를 초과하지만, 보험요금 감소에 크게 도움이 된다.

두 주의 보험료료 비교(표 1)에서 보듯 일반외과와 산부인과보험료는 펜실베이니아주가 약 3배나 많은 액수이고, 지난 4년간(1998∼2002) 위스콘신주는 큰 변동이 없는데 비해 펜실베이니아주는 보험료가 근 3배(230.9%∼282.6% 등)나 올랐다. CAP의 유무에 따라 이와 같은 차이가 나며, 해당지역 의사들의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펜실베이니아 인구는 위스콘신의 2배가 약간 넘을 정도이나, 주 전체 2000년도 의료과오소송 총 배상금액은 약 3억3,640만 달러($ 336.4M)로 위스콘신주($ 9.3M)의 약 35배나 되고, 이를 인구 1천명 당 산출하면 펜실베이니아가 16배나 높다(표 2).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에서 보험회사는 2001년 들어 보험료징수액 100 달러 당 139 달러를 지출하는 큰 적자운영을 하고 있으며, 변호사요금도 무제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닥터 H는 가족과 더불어 PA를 결별하고 WI행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닥터H를 뒤따르려던 많은 펜실베이니아 동료의사들은 현재 다른 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관망하며 이주를 보류하고 있다. 의사들의 고충에 동정하고 자기들 의사를 잃지 않으려는 국민(주민)의 힘이 텍사스주에서 발동하여, 다음 소개하는 TR 성취사실을 펜실베이니아의사들은 주목하게 된 것이다.


텍사스주의 ‘Proposition 12’

1977년에 이미 텍사스 주의회에서 CAP 25만 달러를 통과시켰으나, 주 대법원에서 이를 위헌이라 하여 무효화시켰으며 〈근래 위기지구 주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여러 주 의회에서 CAP(25만 달러 상한액)이 통과됐어도, 주 대법원의 위헌판결로 무효가 돼버렸다. 그러나 주에 따라서, 가령 캘리포니아에서는 주 대법원의 동의아래 1975년 MICRA(참조 필자칼럼 52번)법이 성립되어 미국서 가장 안정된 보험료를 유지하고 있는 터다〉, 그 결과 텍사스주는 의료과오보험 위기지구로 남아 있었다.

2003년 초 텍사스주 의회는 다시금 TR를 시도하여 의사 1인당 CAP 25만 달러, 그리고 소송에 여러 명이 관련됐을 경우는 총액 75만 달러까지로 정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법원이 관여(무효화)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텍사스 Perry주지사는 영도력을 발휘하여 의회에서 통과된 CAP을 지난 9월 13일 `Proposition 12’라는 이름으로 주민투표에 부처 찬반을 물었다. 투표캠페인에서 주지사는 의사들을 보호하고 의료비절감을 가져올 법안의 취지를 역설하며, 찬성방향으로 주민들을 적극 계몽했다. 그 결과 텍사스주민은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여 `Proposition 12'를 통과시켰다(찬성 51%와 반대 49%).

주민투표에서 찬성을 얻은 법은 주 대법원에서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텍사스 주의 CAP이 최종 확정된 셈이다. 국민의 힘(투표)이 주 대법원판결에 우선하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입법이며, 주지사의 노력으로 의사 지지표(51%)가 드디어 승리한 것이다.

과거 여러 주에서 주민의 보건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지사의 협조노력으로 주 의회에서 TR이 통과했어도 번번이 주 대법원에 의해 위헌판결로 끝났었다. 그런데 위헌판결을 뒤엎을 무기는 `의사편이 되어가고 있는 시민의 힘(투표)'이며, 이번 텍사스선거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다른 위기지구 의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 점으로 해서 여러 의료단체에서는 투표통과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 Perry 주지사의 노고를 극구 찬양했다.

부시대통령은 골치 아픈 이라크문제수습의 와중에서도, 9월 20일 국민에게 방송메시지를 보내 “의료소송의 배상금을 재판변호사가 가로채지 않고 피해자에게 가게끔 보장해야 한다. 우리국민은 효과적인 법제화 달성을 위해서는 집단행동(Proposition 12 같은 class action)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서 텍사스주 주민투표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시는 경박한 의료과오소송 때문에 미국에서 연간 의료비 28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이지 미국에서 현재 12만5천 건의 의료과오케이스가 법원에 머물고 있으며, 그 중 2/3 은 쓰레기통(기각)에 간다(참조 2003년 8월 11일자 51번 칼럼).

AMA는 이번 텍사스투표캠페인에서 홍보지원과 함께 10만 달라 기증했으며, AMA회장 Palmisano박사(그는 변호사자격도 가짐)는 “이번 텍사스 주민이 성취한 성공은 다른 주에서도 주민투표에 의한 의료과오보험위기해결이 가능하다는 기쁜 소식”이라고 발표했다. CAP을 인준한 주민투표(Proposition 12)가 통과되자마자 텍사스 최대의 A의료보험회사는 보험료를 12% 내린다고 선언했고, 앞으로 더욱 내릴 것을 시사했다. 의료과오소송배상금을 감당치 못해 문을 닫고 텍사스에서 철수한 회사들이 다시 들어올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회 추정에 의하면 보험료 12% 인하결과 연간 텍사스 의사들 지불액이 약 10억 달러 줄어든다.

이번 투표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주민들이라는 데 큰 뜻이 있으니, 그들은 자기네 주치의로부터 계속 진료와 건강관리를 바라기 때문에 의사들 요구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이다.

현재 TR가 상원에 계류된 채 연내통과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2004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첫 이슈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03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원에서 민주당이 TR의 무덤을 파고 있다”고 비난하고 “TR이 다음해 대선의 큰 이슈가 돼야한다 ”고 논술했다.

그러나 텍사스주민이 보인 것처럼 국민의 힘(투표)으로 TR를 성취시키는 비상수단이 남아있다. 그리하여 각 주마다 캘리포니아주의 MICRA 같은 안전한 TR와 CAP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미국 50주에서 의료과오보험위기가 해소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합주국(合州國, United States)이자 국민의 힘을 과시하는 합중국(合衆國)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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