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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환자 안전문화-3

미국과 환자 안전문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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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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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자동차 및 의료사고 예방장치

교통사고 방지와 도로교통의 안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컴퓨터와 최신 통신기술을 동원하는 조직을 총칭해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 지적도로교통시스템)라 일컫는다. 미국의 ITS는 반관반민단체며, 연방정부교통부의 자문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자동차제작회사들은 사고방지 기능장치를 구비한 차량 즉 ASV(Advanced Safety Vehicle, 선진안전자동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서도 이러한 최신 장비설치가 바람직하며, 이 분야 연구개발이 진척중임을 알린다.

일본 혼다사 발표에 의하면(2003년 6월 19일자) 그들이 내놓은 고급 신형자동차 'Inspire'는 ASV이며, 이 차는 고속도로에서 앞차에 접근하게 되면 자동적인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소위 '추돌격감(追突輕減)브레이크'를 설치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이다.

현재 실용화되어 가는 ASV 중 중요한 4가지 예를 들어본다.

1. 추돌경감 브레이크: 레이더로 전방 100미터 차량을 감지하고, 차간거리와 속도로부터 위험을 판단하여 자동적으로 브레이크를 컨트롤 하는 장치(혼다).

2. 브레이크 병용식 일정 속도장치: 레이더로 전방을 감시하고 속도를 조절해서,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혼다, 도요타, 니산).

3. 차선유지 지원장치: 카메라로 전방차선을 인식하고,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유지하게끔 핸들조종을 도와준다(혼다. 니산).

4. 졸음을 막는 경보장치: 카메라로 앞차와 뒤차와의 거리를 측정해서, 졸음 때문에 찻간거리와 차선이 불규칙하게 될 때는 음성이나 자극성 냄새를 발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는 장치(미쓰비시).
 
지금 개발되고있는 약 30 항목의 안전차량장치의 기술이 확립되어 모든 자동차에 ASV가 보급된다고 가정하면, 자동차의 대형사고(사망이나 중상)는 현재보다 40% 감소하리라는 추정이다. 그렇게 되는 날에는 대형사고발생 때 위험장치가 없는 차는 제작회사에 대해 법적인 문책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 예견된다.

이러한 자동차사고 방지장치는 의료계에도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인즉 하버드대학에서는 컴퓨터처방이 시작된 이래 약품사고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약품의 과다용량 처방과오가 3년 후부터 해소되어 가고 있다.

뉴욕소재 시립병원에서의 약품투여사고조사는 전자처방이후 제반 약품사고감소를 실증하고 있다. 다만 약품처방에 동반하는 문제점(약물 상호작용이나 이중투약 등)으로 인한 사고는 의사들이 전자경고를 무시하는 결과 별로 줄지 않았으나(1,238에서 1,081), 그 외는 크게 감소했다.

의사의 특징이라 할 악필로 인해 읽을 수 없었던 많은 처방은 전자처방으로 해소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철자법 잘못은 여전하여 완전해소는 어렵다. 불완전한 처방은 최근에 더욱 구조적인 전자기입방식 도입으로 격감하고 있다.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한 의료사고 방지장치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혼다자동차회사의 발표기사와 동일일자 NEJM(2003년 6월 19일)은 하버드대학연구팀의 장편논문 '정보테크놀로지를 통한 환자안전개선(Patient Safety-Improving Safety with Information Technology)'을 게재했다.

여기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첨단 정보기술은 의료시술을 능률적으로 하고 과오를 적발하며, 진료결정을 도와주고 시행한 일을 피드백 해 줌으로써 자동차에서처럼 의료사고를 줄이는데 있어서도 결정적 공헌을 하리라 내다보고 있다.

독자의 일독을 권하며 요점 몇 가지만 인용소개 한다.
정보과학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은 다음 3가지 방법으로 사고를 줄이게 한다:
a. 과오와 유해사건(adverse events)을 예방한다.
b. 유해사건 발생 후 급속히 반응케 한다.
c. 유해사건을 추적해서 피드백 해준다.
 
예를 들어 컴퓨터와 셀룰러폰이 함께 작용하는 휴대폰에서 위험한 검사소견 결과를 알리고 있다. "환자 Jones는 8월 15일 새벽 혈청 K치가 현저히 낮다(2.5)"는 경고전화를 담당의사에게 전하고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치료법 선택을 즉시 제시하고 있다.

병원 ICU(중환자 실)에는 각 환자마다 바람직한 vital sign 정상치를 정하여, 여기서 벗어난 수치는 일목요연하게 전자게시판에 표시된다.

또한 약물병력 예를 들어 페니실린 급성과민성알레르기반응(Penicillin Anaphylaxis)는 치명적인 사고이지만 의사들은 문제점 표시를 잘 읽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럴 때 병력에 표시를 하여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다.

의료과오 개선의 길

같은 날짜 NEJM은 사설에서 의료과오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3대 전제조건으로 Will(의지), Idea(착상. 지식), Execution(실행)을 열거했다.

뜻(Will)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노크해야만 해결의 문이 열린다는 원칙을 전제로, 불굴의 의지를 갖고 일에 착수하면 이것이 '착수가 곧 성공'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의료 현대화의 의지가 없는 곳에 의료의 길은 썩은 냄새 풍기는 진흙길이 되고, 그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평했으니, 한국을 두고 하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며 좋은 아이디어가 절대적이다. 여기에 전문학자와 첨단과학자의 아이디어와 지식과 기술지원이 요망된다. 의료개선은 변화를 전제로 하며, 골프공이 빗나가 슬라이스 될 때는 손잡이(grip)위치를 변화시켜야 하듯, 개선을 위해서는 변화를 동반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렇듯 변화를 향한 아이디어가 정립되면 여기대한 대담한 프로젝트를 책정해서 실천(Execution)해야 한다. 실천과정에서 항상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는 시정하고 조정해서, 효과가 인정되면 현실 속에 정착시키게 된다.
이러한 적극적 개선책 없이 의료과오를 막을 수 없고, 국민보건 향상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작년 말(2002년 12월 12일) NEJM은 하버드대학에서 의료과오에 대한 여론조사결과와 함께, 일반인과 개원의의 견해차이를 나타낸 보고서라 할 'Views of Physicians and Public on Medical Error'를 발표한바 있다.

의료사고 해결방법 16가지에 대한 답변에서 의사들은 1.병원에서 의료과오 예방을 위한 조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과 2.병원간호사수를 증가해야 한다는 2가지만이 과반수(55%와 51%)였고, 그 외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해 일반인은 여러 가지 사항들이 중요하다는 견해였다. 특히 큰 의료과오는 보고해야 한다는 항목에서 대부분 일반인은 찬성(71%)인데 비해, 의사들 찬성은 23%에 불과하다.

수련의 근무 80시간

여기서 특기할 일은 의료과오 예방을 위해 수련의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사항에서 일반인은 찬성(66%)하나, 의사들은 부정적(33%찬성)이다.

필자는 지난해 본지에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의 글(2002년 6월 24일부터 3회 연재)을 게재한 바 있으며, 여기서 의료과오 감소를 위해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지역적으로 실시되어 가고 있음을 알렸다.

2002년 7월 8일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서 발표한 새 규제는 2003년 7월 1일부터 미국 전국적으로 수련의 근무시간을 주 평균 80시간으로 제한하고, 1주에 3회 이상의 숙직을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AMA서도 이 규제에 찬성을 선언하고 기관지 JAMA(2002년 9월 4일)를 통해 새 규제에 대한 논평과 함께 '수련의 교육에 있어서 수면결여와 피로'라는 이슈를 발표, 게재했다. 수면부족과 피로는 건강한 젊은이에게 심각한 신경행위장애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련의근무시간과 관련된 33편의 연구조사 논문을 분석, 게재했다.

결론에서 충분한 수면으로 효과적인 교육과 함께, 의료행위에서 인간적인 과오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새 프로그램(80시간)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7월 1일 전국병원에서 80시간 근무 강제규제가 시작되던 날, 시카고 트리뷴지는 노드웨스턴대학병원 신경외과 3년차 수련의 닥터 쉬(중국계)의 예를 들어 새 프로그램을 일반 독자에게 소개했다. 최고 130시간 혹사되던 수련의근무가 80시간으로 급히 단축됨으로써 초래되는 문제점도 제시하고 있다.

신경외과장 B교수 말은 1주 80시간 근무로는 수련경험이 부족하므로, 수련기간을 1년 연기(현재 6년에서 7년으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당국은 근무시간단축으로 오는 인원부족 때문에 병원스태프를 보충해야 하며, 여기에 년 500만 달러가 추가소요된다고 했다.

수련의 근무단축이 의료과오 예방실천을 위한 획기적인 단계이나, 모든 예방실천에 재정부담을 동반해야 하는 것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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