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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완대체의학 흡수대책-1

미국의 보완대체의학 흡수대책-1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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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전언: 2002년 3월 미국 WHCCAMP(백악관보안대체의학정책위원회)는 CAM(보완대체의학)을 주류 의료계와 의학교육에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CAM은 차츰 현대의학에 흡수될 전망이다. 1998년 연방정부 보건부내 NCCAMP(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 창설이 CAM통합을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면 여기에 미국의 CAM흡수대책 내력을 살펴본다.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은 일반 의과대학에서 교육하고 있는 현대의 주류의학(mainstream medicine) 이외의 의료를 말하며, 한방약제, 명상, 마사지, 카이로프랙틱, 침술, 대량 비타민요법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한의학회의 용단

우리 동양인은 두 개의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첫째는 유구한 역사전통과 아름다운 우리풍토 속에서의 회고적 만족감이다. 두 번째는 서양문명을 흡수하고 과학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생활태도다.
토마스 제퍼슨의 "자기역사를 찾는 것 보다 미래의 꿈을 즐겨야 한다"는 말과 같이, 과학에 관한 한 우리는 뒤쳐진 전통을 미련없이 차버리고 새로움을 모색해 나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 한국은 의료제도에서 선진국 OECD국가 중 유일하게 동서의학 즉 주류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을 동격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이원제로 이득을 본다면 천만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반풍수(半風水) 꼴이 되어 집안 망치기 십상이다.

의료 이원제는 선진국가로서의 국제적 망신은 고사하고, 의료비 상승에 비명을 올리는 국민에게 이로 인한 이중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의료는 일원제가 돼야 한다.

여기 관해서 1998년 NEJM 주필의 글이 우리 의사들의 공감을 갖기에 인용해 본다.
"두 개의 의학이 있을 수 없다(주류의학과 대체의학을 지적함). 충분한 과학적 검정을 거친 의학과 그렇지 못한 의학, 즉 효과가 확실한 의학과 불확실한 의학이 있을 따름이다. 과거엔 대체의학이었어도, 철저한 실험을 거쳐 안전하고 효과 있다고 판명되면 그것은 새로 주류의학에 속하게 된다."

대한의학회에서 일원제 의료제도를 위한 4단계 해결안을 모색하고 있다니, 국민보건 향상과 의료국제화를 위하여 경하할 일이다.

미국의 CAM 요약

21세기의 괄목할 과학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전통의학에 향수를 갖고 그것을 찾고있음은 세계적 경향이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절반이상의 미국국민은 CAM을 사용하고 있으며, 연간 400억 달러($40B)라는 막대한 금액을 여기에 소비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이렇듯 CAM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의 주류의학은 원인이 확실한 질병치료에 성공을 거두었으나, 원인불명의 복잡한 질환이나 정신적 요소가 관여하는 질환의 치료는 반드시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주류의학은 원래 분석과학적인 수법에 의해서 질병의 원인과 병리해명, 진단, 그리고 치료법 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쳐 발달해 왔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환자 자체보다도 질병에 초점을 맞추어 왔었다.

여기에 맞서서 전통의학(한의학)을 포함한 CAM에서는 출발점부터 환자를 다소 비과학적이어도 인간적인 면에 치중해서 치료하겠다는 기본방침을 두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서양의학에서 한때 엉터리,돌팔이 노릇, 극단적으로는 무당행위로 불법의료의 취급을 받아왔으나, 서양의학이 한계점에 도달하여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가 많아짐으로써, 이를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CAM의 개념이 새로이 생겨났다.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성만성질환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치료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는 틈을 타서 CAM은 근래 점점 성장해 가고 있다.
특히 의료비상승으로 국가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때와 같이해서 국민들은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의료의 하나로 CAM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있기도 하다.

더구나 '환자의 권리' 시대에 의료의 결정권은 환자가 갖게되어, 의사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CAM"이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그들의 욕구를 막을 도리가 없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베이비붐세대 젊은이들에 의해 하나의 권위만을 믿지 않으려는 반(反)문화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비스런 약초와 자연물치료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주류의학을 멀리하게 되었다.

이러한 反문화운동이 의료계에 전인적 의료운동(holistic healthcare movement)으로 발전하였다. 이 운동은 의학치료를 질병에만 국한하지 않고, 한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즉 치료의 척도를 육체, 정신, 심리, 역학 등 모든 면을 중요시하는 전인적 의료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동양철학의 개념에서 나온 여러 의료(침, 마사지, 안정요법, 요가, 약초 등)를 현대의학에 채용하자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CAM이 국민의료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주류의학에서 흡수시켜야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으며, 그 결과 미국에서 정부 주도로 철저한 검정을 거친 CAM이 주류의학에 수용되어 가고 있다.

대체의학 성역 법안-DSHEA

미국에서 허브(Herb, 보조식품, Supplement, 약초 등)는 의약품이 아니고 식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다가 1990년 식품표시규제를 정한 '영양표시교육법'이 제정되어, 건강에 대한 효과를 상품레테르에 표시할 때는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에만 한정되었다. 그리고 허브에 대해서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다음, 1992년도부터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약청)는 보조식품에 대해서도 허위광고 단속과 규제를 강력히 시행하려 했다.

제약회사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임상실험을 거쳐서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고 난 다음, 특허를 받아 그 비용회수를 기대한다. 그러나 허브의 경우는 이렇게 특허를 받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상품레테르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제조업자에게는 사활에 관한 문제이다. 그래서 보조식품업자들은 FDA의 규제강화책에 대항해서 그들의 장기인 정치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우리가 애용하던 건강제품이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건강을 우리가 지키는 자기권리가 침범 당하고 있다"고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가 직접 의회에 호소하도록 선동했다.

이러한 업자의 작전이 성공하여 보조식품제조산업이 많은 유타주 상원의원의 노력으로 1994년 DSHEA(Dietary Supplement Health Education Act, 보조식품건강교육법안)이 성립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에서 보조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혜택을 받게 되었다.

즉 허브 제조업자는 판매에 앞서 '안전하게 사용되어온 실적 제시'만 하면 족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의무조항이 면제되었다. 말하자면 허브는 치외법권의 성역을 차지한 셈이다.

반면 FDA에서 허브의 안전성이 의심될 때는 함부로 "위험가능성이 있음으로 판매를 불허한다"고 할 수 없게 됐으며, 그럴 경우는 FDA에서 반드시 확실한 반대증거를 제시하게끔 돼 있다. 적반하장이라 하겠으나, 국민의 의료결정권리와 소비자주장을 우선하는 사회상이기도 하다.

또한 허브 레테르의 효능표시에 있어 특수질병에 대한 효과를 표시할 수는 없으나, 신체건강에 대한 일반적 효능표시는 허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심장병을 예방한다" 대신 "심장건강유지에 도움을 준다", "감염에 대한 면역을 높인다" 대신 "면역의 건강을 촉진한다"로 좀더 지능적으로 표시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과장된 표시에 힘입어, DSHEA 법안 출현이후 4년만에 허브업계의 매상고는 2배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 법안성립으로 보조식품을 규제하는 FDA의 권한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 결과 품질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유사영양제 보조식품들이 시장에 범람하게 되고 피해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드디어 2003년 3월 FDA는 허브 업자들의 과잉광고를 단속할 목적으로 '보조식품제품 효과표시에 대한 규제'를 제안했다. 현행법(DSHEA)에서는 교묘한 수법으로 공공연하게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레테르표시에 기재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설명내용을 가진 식품은 약품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약품처럼 안전성과 효과기준을 요하는 FDA의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여기 대해 업자와 허브 옹호자는 "FDA는 자기네 본분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의회에서 만든 법안(DSHEA)조문에 충실해야 하며 월권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발표하여 돈으로 매수한 악법을 내세웠다.

DSHEA를 못마땅히 여기는 AMA는 물론 과학적 검증을 강조하는 FDA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AMA는 항상 국민보건보호에 편들기 때문이다. DSHEA법안에 의하면, 국민이 허브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제조업자의 양심적인 설명서에만 의지토록 돼 있으나 그들 양심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보조식품에 대한 FDA 권한을 박탈한 현행법에 대해 AMA는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FDA의 새로운 제안이 통과될 가망도 현재로선 희박하다.

NCCAM은 CAM통합 위한 포석

1998년 미국HHS(보건부)는 CAM에 대한 현실론을 수용하고, 소비자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으로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산하에 NCCAM(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를 탄생시켰다.

CAM 사용증가는 현재 무려 1,500만 명의 미국인이 CAM과 처방약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린다. 이러한 유해가능성은 국민보건의 일대 위협이라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경각심을 느낀 하버드의대의 아이젠버그 그룹은 연방정부, 민간기업과 재단, 연구기관에 대해서 보다 능동적인 CAM대처를 촉구했다. 이 호소가 결실을 맺어 NIH는 1992년 창설했던 소규모부처인 OAM(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을 독립된 연방정부기구로 대폭 확장하여, 1998년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를 신설했으며 부처예산도 현재 1억 달러 이상으로 크게 증액됐다.

국민보건이라는 면에서 CAM을 방치하지 않고, 정부와 의학계에서 개입하여 과학적 검정을 거쳐서 EBM이라는 현대의학통로에 여과시켜 국민건강을 보호하자는 목적이다. 중국의학처럼 천년 전 전통의학에 무임승차권을 주어 현대차에 승차시키는 방법과는 천양지차라고 하겠다.

일이 이토록 원숙한 결실을 맺게된 데는 하버드대의 아이젠버그 교수 역할이 가장 컸으며, 일부 미국의학계에서 그를 CAM 옹호자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한다.

그러나 뒷거리에서 무성한 민속의료행위를 양지(주류의학)로 옮겨, 밝은 햇빛아래 CAM의 진가를 연구,분석하고 취사선택하여 인체에 유익하다고 입증된 CAM을 현대의학에 흡수통일하고 보험에서도 커버하자는 것이 아이젠버그의 지론이다.

그의 글 '환자의 치료의지를 높인다'(Easing the Treatment)라는 암치료 단평이 CAM에 대한 그의 소신을 말해주고 있으며 일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뉴스위크지 2002월 12월 5일).

〈만성환자 특히 암환자는 잘 낫지 않으며현대 주류의학은 암세포파괴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는 강력한 치료만이 아니라, 위로와 위안을 함께 바란다CAM은 진통과 불안완화에 도움을 준다예컨대 CAM은 희망을 높여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암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주류의학 치료와 달리 CAM은 환자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게 만든다. 그러나 약초(한약)등 CAM치료가 화학요법이나 수술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되며, CAM 치료받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즉 한방약제를 포함한 CAM의 모든 것은 현대 주류의사의 지시를 받아야만 한다고 못박았다. CAM의료를 무조건 비과학적이라 하여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의료사기반대를 위한 전국협의회' 의장인 Dr. Baratz의 말을 빌리자면 "CAM은 두 개의 다른 개념이 합쳐있다.

하나는 사람들 기분을 아주 좋게 만드는 마사지·물리치료 등 보완의학이고 다른 하나는 대체의학이다. 대체의학이란 말은 표준의학대신 할 수 있는 의학을 말하는데 사실은 그러한 의학이 있을 수 없는데도 CAM 추진자는 그것과 타협하려 하고 있다"고 평했다.

극단적인 찬반 양자간에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NCCAM 회장 Dr. Straus는 말하기를 "주류의학 옹호자와 CAM추진자간의 견해차이는 그들 세계관의 차이, 즉 철학적인 차이"라고 단정했다.

한 중도파 학자는 "좋든 나쁘든, 증거가 있건 없건 간에, CAM이 미국의료현장 속에 존재하고있는 현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늘날의 주된 이슈는, 환자들이 CAM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CAM문제를 수렴해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NCCAM 창설은 장차 CAM통합을 위한 포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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