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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2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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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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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직업인 아닌 학생신분 연장선상에

주 80시간·계속 근무 24시간 제한

근무 교대 후 최소한 10시간 휴식

수련의 아르바이트 단속·계도 대상

 

수련의 애가(哀歌) - 과로로 죽다

뉴욕의 L양 사망사건이래 수련의의 혹사와 박봉 때문에 의료사고를 유발한다는 동정론이 일게 되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24시간 밤샘 근무한 수련의의 운전기술은 술취한 운전자, 즉 혈중 알코올농도가 법정허용수치를 초과한 0.10인 운전자와 같다고 했다. 또한 수련의의 41%는 피로가 그들 의료사고의 원인이고, 이러한 사고의 1/3은 환자가 죽는 치명적 사고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수면이 충분한 수련의가 수면부족의 동료보다 집중력, 판단력과 일의 실행력이 월등히 우수하다는 통계가 나와있기도 하다.

다른 분야의 예를 들어, 항공여객기조종사의 경우 1주에 30시간, 그리고 1일 8시간이상의 조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수련의도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전문의료인이며, 군인과 같은 용병이 아니다.

30세 전후인 수련의는 가족 거느린 자가 많고, 대부분은 학비부채상환과 생활비조달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니 박봉 또한 수면부족의 간접원인이 된다. 이러한 일은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2001년 5월2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에 난 '수련의 哀歌'를 소개해본다.

오사카 간사이 의대의 M 수련의(당시 26세)는 병원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쓰러져 있었다. 가족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으며, 그는 1주일 전부터 "너무 병원 일에 지쳐 피곤해 죽겠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유족들 조사에 의하면 M은 법적 노동시간 1주 40시간을 훨씬 넘는, 주 114시간이나 일했으며 그 월급은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월 6만엔(약 500달러)이었다고 한다.

특히 간사이 대학병원은 박봉으로 수련의를 혹사한다는 악평이 나있으며, 수련의들은 수입을 위해 피곤한 일과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M사건을 조사한 오사카 노동감독청은 과로로 죽게 한 간사이 의대와 사건당시 학장에게 책임을 물어, 노동기준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입건조치 했다.
수련의혹사와 박봉이 빚어낸 극단적인 예다.

ACGME도 노조 요구 수용

전국수련의 10만 명의 교육과 7,800개 수련의프로그램의 감독기관인 ACGME의 처음 가이드라인은 하등 강제성이 없으므로 수련의근무시간에 관한 한, 대부분병원은 이를 무시해 왔다.
1989년 주법으로 근무시간제한을 규제한 뉴욕주의 경우도 이를 위반 병원에 대해서 벌금만 부과하는 미온책을 쓰고 있다.

1989년부터 10년이 지난 1998년 뉴욕주 12개 병원의 조사에 의하면, 수련의 37%는 여전히 주 85시간이상 일하고 특히 외과수련의의 60%는 주 95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수련의의 38%는 계속근무 24시간 이상 하고 있다.

근무시간제한은 수련의가 맡은 환자진료를 끝마치기 전에 다른 수련의가 교대해서 맡게됨으로, 환자의 지속적인 진료에 차질을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고, 특히 외과나 중환자인 경우 중대한 순간에 손을 바꾸는 일은 효율적인 진료가 아닐뿐더러 도덕적인 딜레마도 있다.

그리고 수련의 근무시간감소에 의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간호원과 검사실 스태프의 수를 줄여야함으로, 반사적으로 수련의의 일 부담량이 많아지고 반면 교육시간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

시카고대학병원 내과의 경우 많은 수련의는 환자추적진료와 교육참여를 위해 36시간 계속근무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24시간근무제한으로 오는 손실에 대해 대학의 교육부장 험프리 박사는 평하기를 "6시간동안의 귀중한 환자진료와 수업(교육)을 포기한다면 이는 엄청난 큰 변화(손실)를 말한다"고 했다.

수련의 교육프로그램에 많이 관여한 바 있는 필라델피아 제퍼슨 의과대학의 케빈 윌리엄즈 교수는 "수련의는 직업인이 아니라 학생(의학교육)의 연장이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큰 변화는 바로 수련의=일꾼의 신분에서 수련의=학생으로 신분변화를 초래하는 '큰 문화적 변화'라고 표현하는 전문인도 있다.

2002년 초에 미국최고의료자문기관인 IOM(Institute of Medicine)는 '의료과오문제'와 '21세기 의료제도구축'이라는 두 보고서를 발표한바 있는데, 그중에서 환자진료의 안전과 효율이 가장 시급한 이슈라고 했다.

IOM의 이슈와 노동조합화한 수련의협회의 투쟁태세에 뒤늦게 호응한 ACGME는 최근 갑자기 수련의 요구대로 강제성을 띤 규제를 작성하고 2003년 7월부터 강행한다고 지난 6월 11일 발표했다.
여태까지 수련의조합이 불신해왔던 ACGME의 혁신규제(2002년 6월 11일자)에 대해서, 1만2,000명 회원을 지닌 노동조합단체인 수련의협회는 큰 박수를 보냈다.

즉 새로운 규제는 수련의 근무를 주 80시간 그리고 계속근무는 24시간으로 제한하며, 근무교대에는 최소 10시간 휴식을 요하게 하고, 수련의 아르바이트를 단속한다.

그리고 규제를 위반한 병원은 인터넷과 현지검증으로 적발하며, 벌칙으로 병원의 교육(전문의)인가를 취소하고 전문의 응시자격을 얻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병원은 정부 지원자금도 잃게된다.

정부는 메디케어를 통해 수련의프로그램에 대해서 매년 8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으로 교육병원이 ACGME 인준을 못 받게되면 정부 그랜트도 상실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새 규제만으로 수련의근무제한을 강행하는데 하등 하자가 없게 되었다.

이 발표가 있기 한달 전(2002년 5월)에 이미 ACGME는 수련의 혹사로 악명 높은 New Haven병원(예일대학에 부속된 병원)에 대해, 시정하지 않을 경우 외과수련의 교육인준을 취소하겠다는 경고문을 보낸 바 있다.

과거 수련의근무제한을 반대해 왔던 AAMC(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 미국의과대학 연합회)도 방침을 바꾸어 ACGME의 새 규제에 찬성성명을 발표했으며, 한편 다가올 병원비용증가를 우려했다. AAMC는 미국 125 의대와 VA(재향군인)병원을 포함한 400개 교육병원을 대표하고 있다.

때늦게나마 AMA 교육위원회(Council on Medical Education)에서도 ACGME것과 비슷한 규제를 만들어 다음 연차총회에서 인준 받을 준비를 갖추고 있다.
과거 수련의와 등졌던 AMA, AAMC, ACGME도 결국 수련의노동조합의 투쟁에 굴복한 셈이다.

이와 같은 의료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존 코자인과 하원의원 존 콘야즈는 수련의근무제한을 보장하려고 규제강화보다 더 견고한 '법제화'를 위해 연방의회에 법안을 상정한 바 있다.

HR 3236이라 불리는 '환자 및 의사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법안'(PPSPA-the Patient and Physician Safety and Protection Act)이 2001년 11월6일부로 제안됐으며 그 요점은 다음과 같다.
▲전문의과정 이수에 주 80시간 근무제한 ▲당직은 24시간으로 제한 ▲매년 수련의 대상으로 조사함 ▲위반한 병원을 공개함

병원의 애수(哀愁) - 재정타격

수련의 근무제한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료계는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며, 수련의혹사로 명맥을 유지해온 병원들은 재정파탄에 봉착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위에서 경고 받은 New Haven병원당국은 외과수련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의사보조원(PA. Physicians Assistant) 12명을 새로 채용해야만 했다.

그곳 병원장 말에 의하면 새 규제 때문에 모든 병원은 재정상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인즉 전국병원은 이미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련의가 싸구려 병원일꾼의 자원이었으며, 그들이 모든 서류정리와 심지어 환자수송까지 담당해 왔다.

일반의사의 봉급이 연 16만 달러이상인데 비해, 수련의는 3만 내지 4만 달러에 불과하다. 1주에 100시간 일하는 외과수련의 연봉이 3만5천 달러면, 시간당 6.73달러이니 이는 최저노동자수입만도 못하다.

그러던 수련의는 이제사 100년 침묵을 깨트리고, 최고 교육받은 직업인으로서 마땅한 대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2003년 7월부터 ACGME의 새 규제가 강력 시행된다.

수련의 1인의 연봉 4만 달러에 비해 여기에 대치할, 열등한 자격자 의사보조원(PA)에게는 적어도 2배(8만 달러)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추가자금출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989년부터 주 규제로 불완전하나마 수련의근무시간제한을 실천하고있는 뉴욕주는 매년 2억2천만 달러가 추가소요 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교육의 대가로 수련의를 보배로운 일꾼으로 고용해왔으나, 새로운 수련의는 병원당국으로 볼 때 부려먹기 힘든 학생신분으로 돌변했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 역시 잘못이다.
수련의는 학생이 아니고 당당한 고급직업인으로서 마땅한 제 몫의 보수를 요구하며, 학교와 병원을 상대로 독점금지법소송(antitrust suits)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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