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4:49 (화)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3

수련의는 의사냐 학생이냐-3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0: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독점금지법 소송

매년 3월 미국의 의과대학졸업생들은 소위 Match Day를 조심스럽게 기다린다. 이날 컴퓨터에서 앞으로 몇 년간 수련의 생활을 할 교육병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50년 역사를 가진 NRMP(National Resident Matching Program)은 병원에 제출된 졸업생의 평가성적순으로 채용이 결정되며, 15,000명 이상의 지원학생과 병원들은 이 매치프로그램결과를 사전합의에 의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표 1 참조〉.

NRMP에는 직장고용에 있어서의 임금, 근무시간, 근무기간 등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다. 그럼으로 여러 병원은 사전에 서로 봉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서, 수련의에게 전문분야별로 시장가격이하의 저렴한 임금을 수련기간(3∼8년)동안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있다고 졸업생과 수련의들은 주장한다. 또한 NRMP는 의사초년생이 처음 갖는 직장장소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정해주며, 채용시 봉급 기타 근무조건에 대한 의사표시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2002년) 5월7일 미국수련의대표들은 수도 워싱턴에서 이 프로그램(NRMP)이 독점금지법(antitrust law)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단체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고는 NRMP와 AAMC(the 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 미국의과대학연합회)를 비롯한 7대 의료기관과 전국 1천개 이상의 병원이다.

그리고 소송내용은 병원과 의학교육기관은 NRMP을 악용해서 서로 배후 담합하여 수련의를 저렴한 보수로 혹사하고있다는 것이다.

독점금지법의 목적은 자유경쟁을 유지함으로써 기업활동을 성행케 하는데 있다. 유력한 기업이나 몇 기업(각 병원과 의학교육기관)등이 모의하여, 새로 참여하는 기업활동을 방해해서 기업을 사적으로 독점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다. 기업독점은 여러 기업(병원 등)이 담합, 모의해서 가격, 수량, 설비를 서로 제한해서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소송이 성공하는 날에는 미국의료계는 일대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전통적인 수련의 교육에 일대변혁을 가져올 전망이다.
NRMP는 소송에 대한 반박문을 통해 수련의 매칭에 있어서 불법적인 담합이나 부정행위가 없음을 천명했다.

이 소송에 대한 전문인의 찬반 견해를 여기에 소개하며 찬성론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뉴욕의 이름난 독점금지법 전문가 C씨의 평: "만일 이 소송이 철강이나 자동차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제기했다면, 피고측은 중죄에 몰려 형사처벌을 받게될 것이다".

반더빌트 법대 B교수의 평: "매치프로그램은 경합해야 하는 원칙을 제거하고 있다. 비단 봉급만이 아니라 기회에 대한 경쟁성도 찾아볼 수 없다".
14개 법률회사가 원고측 변호를 맡고 있으며, 그중 시카고의 마레크 변호사는 수련의제도가 의학교육연장이라는 의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직장에서 교육시킨다고 해서 특별한 직장이 아니다. 아무 직장이나 기술을 익히는 교육요소가 있지만, 모든 직장은 시장경제원칙에 따라야 한다".
원고측 고문을 맡고있는 예일대법대의 프리스트 교수의 평: "대학졸업 후 4년이나 더 교육받은 수련의 보수가 변호사의 1/4이란 것은 말도 아니다".

졸업 후 첫해 수련의 평균 연봉은 3만7,380 달러며, 동북부에서는 3만9,060 달러 그리고 남부는 3만5,552 달러이다. 주 100시간 일한다면 시간당 8달러 정도며, 간호원이나 의사보조원보다 훨씬 적다. 소송에서 일률적인 봉급은 잘못이라 지적하고 있다. 즉 고용주(병원)는 특수프로그램과 전문별, 지역별, 수련의근무연한, 수련의공적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수련의 연봉은 전국적으로 별 차이가 없으나, 수련후의 봉급은 특히 전문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

반대론은 다음과 같다.

하버드대학 경제학의 알빈 로스 교수의 평: "NRMP는 각자 능력에 따라 가장 좋은 수련의자리를 얻게된다. 이것이 바로 경쟁이다"
어떤 NRMP옹호자의 말:"시장경제용어로 NRMP를 해석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수련의는 의사교육과 환자진료라는 사회목적에 기여하고 있다".

소송결과는 법관의 손에 달렸으며, 요는 법관들이 수련의의 사회적 목적과 시장경제원칙 중 어느 쪽을 중요시하느냐에 달렸다.

소송에서 원고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소송은 20만 명 수련의(최근 수료한 수련의를 합쳐)를 대변하고 있다.그리고 수련의 연봉이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10만 달러라 치면, 그 차액(현 연봉 4만 달러)은 6만 달러가 된다.

따라서 주먹구구로 20만 명에 대한 1년간 보상금액만 해도 120억 달러(10만 달러×20만 명)가 산출되며, antitrust 소송의 경우 배상금은 3배를 지불해야 하니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다. 그렇게되는 날에는 전국병원은 재정파탄을 당할 것이니,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이번 소송의 피고가 수련의의 배경이라 할 학교와 병원과 중요한 의료기관들이라는 것도 특기점이다. 이들 기관은 과거 수련의근무제한에 대해 반대 또는 무관심했었는데, 앞장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수련의요구(근무시간제한)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사회여론을 수렴한 결과일 것이며, 또한 수련의의 극한투쟁이라고 할 '독점금지법소송'에 대한 '배수의 진'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련의문제로 미국의료계에 변화가 조만간 일어날 것은 틀림없다. "수련의는 싸구려 일꾼이 아닐뿐더러 학생의 연장도 아니며, 전문직업인이다"라고 수련의자체가 자기지위향상과 신분확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 1〉2001년도 NRMP(미국수련의 매치프로그램)내용

(이 매치프로그램을 통해서 대부분의 의대졸업생이 수련의프로그램에 연결된다)
수련의프로그램 3,955
  수련의 자리 22,875
  지원자수 31,956
  (주:위의 3만1,956명중 1만5,726명은 미국의대 졸업생 지원자이고 나머지 1만6,230명은 독자적인 지원자다.)

 〈표 2〉 뉴욕주의 건강법전(Health Code) 벨규제

 (1989년 제정된 수련의근무제한규제임. Bell Regulations라 부름. 본문 제 1장 참조)
  ▲수련의의 급성 입원환자 진료는 24시간 경험 많은 스태프의사의 감독을 받을 것
  ▲수련의에 대해 일하는 조건을 개선하고, 충분한 보조지원을 할 것
  ▲응급실 근무 수련의와 스태프의사의 근무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할 것
  ▲수련의의 응급실외 계속근무는 24시간을 초과하지 말 것
  ▲수련의 근무시간은 1주 80시간을 초과하지 않게 할 것
  ▲최소한 1주 24시간의 계속휴식시간을 가질 것
 
 〈표 3〉 수련의 근무제한에 대한 ACGME의 규제

 (2002년 6월 11일 새로 교정 발표한 것 중 수련의 근무시간-Duty Hours-에 관한 것임. 본문 제 2장 참조)
 ▲수련의는 4주에 걸쳐 주 80시간 이상 근무해서는 안되며, 일시적인 예외로 교육상 꼭 필요한 경우는 근무시간을 10% 까지 연기할 수 있다
 ▲수련의는 최소한 1주 1일간(24시간) 비(非)근무일을 가진다
 ▲수련의는 매 3일에 1회 이상의 당직을 못한다
 ▲계속 당직근무는 24시간으로 제한하되, 환자계속진료에 필요하거나, 환자이송, 인계교육의 필요시, 그리고 교육적으 로 가치 있는 일이 남았을 때는 6시간까지 근무를 연장한다. 이럴 경우 새 환자를 받지 않는다
 ▲수련의는 다음근무까지 최소 10시간 휴식해야 한다
 ▲수련의가 집에서 병원에 호출됐을 경우, 병원에서 보낸 시간을 주간근무시간에 가산해야 한다
  참고로 전문분야별 근무시간 가이드라인〈표 4〉과 다른 나라 의사의 근무시간규제〈표 5〉를 실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