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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는 생활습관성 질환인가-상-

알츠하이머는 생활습관성 질환인가-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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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환경적 요인 개선 의사들의 몫


MRI·PET 통해 조기발견 가능
잠재환자 대상 예방치료 서광
신약·생활습관 개선 필수요소

얼마 전 레이건 대통령의 사망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이 새삼 세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미국연방병원내과에서 오래 일한 바 있는 필자는 은퇴 전 2년간은 좀 쉬운 일을 맡아, 알츠하이머환자병동책임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일과라고는 그들의 내과적 질환관리이며, 일반적인 환자 케어는 대개 간호사의 소관이었다. 그때 이들 환자 약 50명을 관찰하고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서, 인생말로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명예스런 병이 바로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실감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암은 요즘 치유를 기대할 수 있거나 아니면 조만간 죽음으로 끝나지만, 알츠하이머환자는 죽지도 않고 창피한 여생을 오래오래 산다는 점에서, 암보다 훨씬 비극적이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의 만년처럼 환자를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시켜 간호함으로써 노망한 거동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일이 드물지만, 가족들이 케어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에서는 본인보다 가족이 장기간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불행도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엔 알츠하이머환자가 450만 명이나 되고, 지금 상태로 나간다면 2050년대 고령소자(高齡少子)사회에 들어가서는 3배로 급증하리라 예측된다. 따라서 전문연구기관과 해당학계에서는 늦기 전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규명과 예방치료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병인은 유전적요소와 노화라는 환경요소가 있고,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환자의 약 15%에서 가족력이 있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는 유전과 더불어 환경요소도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점차 확인되어 가고 있으며, 따라서 알츠하이머 예방치료를 위한 길은 유전요소를 규명해서 제거하는 일과, 환경요소를 적극 개선하는 일 두 가지로 집약된다.

알다시피 알츠하이머의 확진은 뇌의 부검에서 아밀로이드반점(amyloid plaque)과 미세신경섬유의 혼잡(neurofibrillary tangles) 소견발견으로 결정된다.

알츠하이머 환자 생존시의 진단은 과거엔 치매행위에 대한 임상적인 감별진단에만 의지해왔으나, 최근 MRI 검사에 나타나는 뇌 소견 즉 아밀로이드 축적측정에 의해 알츠하이머진단에 희망적인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젊은이에게도 이러한 소견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알츠하이머병은 젊어서 시작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노년기에 발병하는 질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미국의 메이요-클리닉과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처음으로 생시의 알츠하이머진단법과 예방법개발을 다음 2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는 특기할 만 하다.

첫째, MRI나 PET 스캔으로 불완전하나마 조기발견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하여 새로 개발될 신약을 조기발견된 '잠재환자'(MRI 나 PET의 검사소견만 있고 치매가 전혀 없는 자를 편리상 본문에서 '잠재환자'라 약칭함)에 투여하면서, 발병되기 전부터 뇌의 아밀로이드물질축적억제를 모니터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어 장차 질병연구와 치료에 희망적이다.

그래서 NIH 연구책임자의 말처럼, 과거의 알츠하이머연구대상은 극소수의 말기 알츠하이머환자에 국한됐으나, 지금은 조기발견기술로 인해 발병이전의 '잠재환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어 장차 알츠하이머 예방치료에 서광이 보인다.

현재 NIH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여러 제약회사에서 알츠하이머 예방 또는 발병지연을 위한 약품 30여종이 시험 중이다.

이러한 신약을 신기술(MRI 또는 PET)에 의해 발견된 '잠재환자'에게 투여하여 아밀로이드축적을 억제함으로써 각자 주어진 수명까지 발병치 않도록 하는 일이 기대된다.

실례지만 레이건 대통령의 예를 들어, 가장 지적이고 활동적이며 낙천가인 그에겐 환경요소관여가 전혀 없었으리라 보며, 그의 병은 전적으로 유전요소 탓이라 추정된다.

만일 그가 젊었을 때 또는 발병 이전에 MRI 진단법이 있어 '잠재환자'로 진단되었다면, 그리고 신약이 있어 뇌의 아밀로이드축적의 진행을 막았다면, 10년간 알츠하이머로 인한 와병 없이 93세에 자연사 했으리라 믿는다.

둘째, 알츠하이머병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대사물질이 뇌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이 있으며, 여기에 항산화제가 이 작용을 중화시키는 기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규적으로 비타민 E와 C등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도가 낮아진다는데 대한 연구가 현재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전 필자는 병원의 진행된 알츠하이머환자에게 무조건 비타민 E와 소위 치료약 A정제 C정제를 투여했으며, 이것이 비인도적인 치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한 치료가 환자치유가 아니라, 불명예스런 치매인생을 연장시키는 보조역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단 발병한 알츠하이머환자에 대해 무익한 치료만 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치유되는 약을 기대하기 힘든 현시점에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위의 두 방면(첫째와 둘째)으로부터 예방치료약이 개발되리라고 학계는 믿고 있다.

또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이 캠페인을 하고 있는 줄기세포연구에 의한 알츠하이머정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사망한 얼마 후 미국상하원에서 부시대통령에게 그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제한'을 의학치료목적을 위해 철회할 것을 건의한 사실은 특기할 일이다.

이상과 같은 신약과 치료개발은 학자와 연구가들이 성공시켜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의 환경적 요소를 개선해야 할 의사들의 역할은, 학자들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역설한다. 조기에 발견한 '잠재환자'만이 아니라, 일반인에 대한 예방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신약개발 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알츠하이머정복에 있어서 신약과 생활습관의 개선은 동전의 앞뒤처럼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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