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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병협 교섭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되나?

대전협 병협 교섭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되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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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가 지난 10월 합의한 '교섭위 설립안'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파기될 운명에 놓였다.

대전협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병협이 합의안 이행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합의 파기를 경고했다. 대전협은 병협에 한달 전 대전협의 요구안을 보내고 논의를 위한 회의개최를 요청했으나 병협이 요구안에 대한 입장표명은 물론, 회의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합의의 정신을 위배한 것일뿐 아니라 합의안에 명시한 "어느 쪽이든 회의개최를 요구했을 경우 일주일안에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전협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대전협의 줄기찬 요구에도 병협이 아예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합의라는 개념에는 늘 파기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합의라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공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화창구는 활발히 그 기능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현재 대전협과 병협은 상호존중은 고사하고 대화창구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협의 경우 대전협과 합의안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10월의 자세에 비하면 최근에는 대단히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대전협이 펄펄뛰고 있는 것에 비해 이렇다할 입장표명도 없고, 대전협이 제시한 요구안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회의일정 개최요구에 대해서도 교섭위 위원장이 공석이라 열수 없다는 지극히 원칙적인 얘기 뿐이다.

이번 대전협과 병협의 합의는 전공의노조 설립의 문제도 문제지만 시니어와 주니어가 신뢰로 맺은 약속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합의안이 파기될때 파기되더라도 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의료계에 보여줘야 하고 이를 위해 병협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주니어들에게 시니어에 대한 깊은 불신만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전공의들은 최근 병협의 태도에 대해 "그럴줄 알았다"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뢰는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기는 쉽고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는 더욱 힘들다.

작은 이익을 위해 평생 밑천이될 신뢰를 잃는 누를 대전협과 병협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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