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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06:00 (금)
[참관기] 미국반영구미용문신학회

[참관기] 미국반영구미용문신학회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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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개최되는 대한미용문신의학회 심포지엄을 준비하던 차에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국반영구미용문신학회(America Academy of Micropigmentation, AAM) 엑스포와 학회에 참석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남편의 학회가 겹쳐서 떠나갈 형편이 아니었으나 무리하게 눈 꼭 감고 출국했다.

무리하게 AAM 학회 참석을 강행한 이유는 이 학회는 타 학회와 달리 회장ㆍ부회장이 의사이고, 구성원 대부분이 의료인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신ㆍ반영구화장 등을 미용인이 먼저 시작했고, 외국에서도 미용인들만 하는 모임과 단체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올랜도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다. 미국 각지에서 따뜻한 플로리다로 추위를 피해 오는 노인들이 많았다. 마치 이민가방 같이 커다란 가방에 짐이 그득했다. 아마 몇 달을 이곳에서 지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휴대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당황스로웠다. 다른 지역(LA, 시카고 등)에서는 국내에서 사용하듯이 빵빵 터지던 휴대폰이 올랜도에서는 화면이 꺼지며 시간도 안나오고 불통이었다. 일순간에 약간의 공황상태까지 되는 것이었다. 만나려고 하던 사람과 연락이 안 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불안할 줄이야! 그동안 내가 손바닥만한 기계에 너무 의지했구나 싶었다.

디니박 선생님께서 호텔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타지 말고 버스를 이용하라는 말씀이 떠올라 일단 호텔로 행했다. 호텔에서는 월드폰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동전을 바꿔 간신히 M.S.C. 박원장 등과 연락이 닿았다. 일행을 만난 후에야 그동안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기쁨과 반가움은 두 배 이상이었다. 하와이서 오신 한국 분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먹으며 즐거운 금요일 밤을 지냈다.

다음날 세미나는 진지하게 진행됐다. 한 유방암 환자의 mastectomy 후에 Aleola & Nipple micropigmentation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 도중에 한 회원이 당당하게 앞에 나와 자기는 10년 전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았고, 1년전 이 시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대단히 해피하다며 활짝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숙연해졌다.

오후에는 Hands on course가 시작됐다. 다시 그 회원이 상의를 벗으며 "여러분, 사진 찍으실 분은 찍으세요"라며 당당하게 나섰다. 숙연해지는 감정을 넘어 존경심까지 들었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는 회원들에게 "잘 찍어 달라. 사진 나오면 e-mail을 보내 달라"며 활짝 웃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웃음이었다. 그 어떤 힘과 마음이 그를 이토록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요즈음 세태에 드물게 보는 큰 감동 그 자체였다. 수술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고(mastectomy)micropigmentation으로 Aleola & Nipple이 만들어지고,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더 자연스러워져 피부의 일부라고 느껴졌다. 1년이 지난 후라 색소는 사용하지 않고 drt needle 기법으로 기계작동만 하는데 자기가 또 모델이 되어 눕는 것이었다. 이 기법을 다시 한 번 해줌으로써 1년 전에 시술했던 색이 좀더 진해지는 기법이다. 이 시술을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소리에도 밝은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지막 날 리셉션에서 서로 소개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데 한 30대 중반의 여성이 다가와 자기는 한국에서 7살, 9살된 아이들을 입양해 기른다며 당신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반가워 찾아왔노라고 했다. 한 동안 아무런 답변을 못하고, 부끄러운 마음만 들어 우리 일행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겸연쩍은 듯이 간신히 인사를 받았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왔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우울한 소식만 듣다가 드물게 찾아온 크나큰 감동의 물결 속에 밤새 뒤척거려야 했다. 미국인들을 혼합된 민족이라 샐러드 같다는 말까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굵고 흔들리지 않는 그 어떤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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