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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안정화가 전부는 아니다

재정안정화가 전부는 아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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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11일 내년도 수가와 보험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의 공공성과 보장성 강화가 목표인 시민단체들은 보험료 상승을 우려해 수가 인상에는 등을 돌릴 것이다.

시민단체의 요구를 순수한 공익의 목소리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들이 의료에 보내는 시선은 중립적·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의료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하겠다는 엄연한 소비자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수가는 의료라는 서비스의 가격에 해당한다. 만일 수가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해진다면 의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수가는 시장이 아닌 국가의 정책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 실패 혹은 정치적 이유 등 어떤 이유에서건 인위적으로 수가를 정할 땐 공급자인 의료인과 소비자인 국민의 중간에서 공익적 관점으로 '보이는 손'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몇년간 연달아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가인상을 정했다.

경제정책에서 가격통제 방식은 최후의 수단이다. 시장 왜곡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수가는 시장의 힘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보다 낮다는 점에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고가격제'와 닮았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처럼 정부가 실제보다 낮게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이 경우 공급자는 낮은 가격 수준에서 공급하고 싶은 만큼만 공급하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진다. 그리고 공급을 초과한 수요는 암시장과 같은 시장 외부에서 균형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게 된다.

의료 수요 중에는 분명 '3분 진료'가 아니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충분한 서비스를 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이들은 해외원정 진료를 통해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해외로 송금되는 의료비를 집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경부가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해외원정 진료비가 1조원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효용 내지 만족의 극대화에 있다. 보험재정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약조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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