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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중국원정 이식 '부작용 심각'

[집중취재]중국원정 이식 '부작용 심각'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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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시술…'생명잇기' 위험한 도박

이식을 위한 공여장기 부족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공여장기가 남아도는(?) 중국에 원정을 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낯선 이국에 까지 가서 장기를 이식받는 사람들의 절박함 못지않게 그 부작용이 더 절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고 귀국한 우리나라 국민의 32%에서 합병증이 발생하고, 14.4%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는, 단순한 통계에 앞서 '이식을 받아야 할 간'을 이식받거나 'C형간염'에 감염돼 돌아오는 경우를 접하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대한이식학회가, 중국에서 이식수술을 받고 귀국한 후 국내 24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 2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8명이 사망했으며, 76명(32%)에서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중국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의 수도 1999년 신장·간 각각 1명 등 2명에서, 2002년 24명(신장 21·간 2·신췌동시이식 1)에 이어 2003년 73명(신장 36·간 36·신췌동시 1)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8월까지만 124명(신장 68·간 55·신췌 1)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식수술 후 사망하거나, 중국에서 입원중이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경우 등이 누락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는 이식대기자에 비해 공여장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식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원정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받은 이식수술로 인해 질병이 악화되거나 없던 병을 얻어온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중국내 장기공여자는 95%이상 뇌사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식받고 온 환자의 3분의 1 가량은 장기공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문제는 장기를 제공하는 중국의 뇌사자 대부분이 사형수라는 점이다. 사형수로부터의 장기적출은 중국내에서도 불법이며, 국제적으로도 인권문제 때문에 금기시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장기적출을 위한 사형 집행을 금지하고 있는 등 사형수로부터의 장기적출은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식수술을 위한 날짜를 정하고 그 날짜에 맞춰 사형을 집행한다면, 사형수로부터 장기기증 동의를 받았더라도 가축을 도살하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외에 공여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에 따른 문제도 심각하다. 공여자의 병력이나 장기의 상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내담석으로 손상돼 오히려 이식받아야 할 간을 이식한 경우나, 중국에 많은 C형간염에 감염돼 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이식수술 불가로 판정된 환자들까지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이식을 시행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례도 있다. 악성 담도종양 4기인 환자나, 폐로 전이된 말기암 환자에게 까지 이식을 시행한 경우가 조사됐다. 이 환자들은 결국 돈만 쓰고 사망하는 불행을 겪었다. 환자를 '돈'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행이다.

한편 공여자에 대한 정보가 없기때문에 사망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3명에 1명꼴로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합병증은 C형간염·말라리아·바이러스·결핵·원충 등 감염이 19%로 가장 많으며, 특히 국내에서 보고된 바 없는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에 이른 경우도 발생했다.

그리고 이식수술 후 귀국한 환자는 외래 등을 통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장기 공여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국내에서의 진료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의학 기술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합병증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장이식 과정에서 요-방광 문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환자가 5%, 간이식시 뇌사자에서의 전간이식임에도 불구하고 담즙유출·담도협착 등 담도계의 합병증이 15%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같은 통계는 그나마 수술후 회복돼 국내에서 진료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술 전 조치로 많은 부분에서 감염 예방이 가능한 가운데 신장이식으로 인한 합병증은 3% 미만, 거부반응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중국에 가서 이식수술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식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비용은 갈수록 증가해 신장의 경우는 국내에서의 이식수술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간이식의 경우도 국내 평균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합병증 등 문제가 발생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억3000만원까지 비용을 쓴 사례도 조사됐다.

더욱이 합병증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형수로부터의 장기이식은 중국에서도 불법인 만큼 수술환자도 처벌받게 돼 있어, 이의 제기 자체가 어려워 환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대한이식학회 김상준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은 "도박과도 같은 중국에서의 이식수술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후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조사결과와 같은 심각한 문제점은 알려지지 않은 채 일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가 알려지면서, 장기이식 대기 환자들이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받으려는 노력에 앞서 중국에서 이식을 받으면 된다는 판단을 할 수 있고, 국내에서 장기를 기증하려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에 원정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국내의 공여장기 부족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공동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식학회 하종원 총무이사(서울의대 교수)는 "장기 기증 및 장기이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교육함으로써, 뇌사자 발생시 장기 기증 등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2000년 장기이식법이 시행되면서 뇌사자 장기이식 건수가 감소하고 있어 장기이식과 관련된 절차의 간소화와 함께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홍보, 부족한 공여 장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명덕기자 mdcho@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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