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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500으로 번 돈 어디에 썼을까
비타500으로 번 돈 어디에 썼을까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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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이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올해 매출 1600억원이 예상된다는 '비타500'이 현재까지 5억병 팔렸단다.

여기에 최근 겹경사가 있었다. 창립 40주년을 맞았고 창업주가 자서전을 발간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회사측은 코엑스에서 성대한 자축행사를 마련했다. '광동제약 40년사 및 최수부 회장 자서전 발간 기념식'이 그것이었다.

광동제약은 창업이래 한방과학화를 표방하고 '거북표 우황청심환', '쌍화탕'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유수 제약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엔 비타500의 대성공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1973년 탄생한 거북표 우황청심환과 지금의 비타500 사이엔 무엇이 있었을까?

현재 이 회사의 전문의약품 대표품목은 코포랑·아디펙스로, 각각 연매출 42억원과 30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광동의 미래를 이끌어갈 R&D 분야에서, 현재 가시화된 개발 계획은 아직 없다.

이날 행사에는 1천명 가까운 인사들이 모였다. 10명씩 앉는 라운드테이블이 100개가 넘었고, 자리를 못잡아 서있는 사람도 많았다. 행사장 한켠에 모여 앉은 기자들은 이 화려한 행사에 못해도 1억원은 들었을 것이라며 수근거렸다.

비타500으로 광동제약이 얼마를 벌었는지 모른다. 5백원에 팔리고 있는 이 음료수의 마진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1억원의 돈을 벌기 위해서 광동이 몇병의 비타500을 팔아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날 기념식은 사실 '광동 40년'보단 창업주의 '자서전' 발간에 더 무게가 실린 행사였다. 자서전 발간 행사이든 뭐든 최소한 고생한 직원의 사기를 높여주는 효과라도 있었다면 1억원이 아깝지 않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만의 잔치'를 통해 직원들이 얼만큼의 애사심을 느끼고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았을지에는 의문이 간다.

기념식 사회를 맡은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이사는 '제약외길을 걸은…', '뚝심의 제약경영…'이란 찬사를 연거푸 쏟아냈다. 그 말이 헛되이 들리지 않으려면, 고생한 직원들을 조금 더 생각한다면, 그나마 음료로라도 벌어들인 이익을 좀 더 의미있는 곳에 써주길 바란다. 좀 더 좋은 약의 연구에 투자해주길 바란다.

행사가 끝나고 수만원해보이는 기념품 천여개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우황청심환 하나 사먹고 싶어졌다. 거북표 말고 솔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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