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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피 마른' 적십자

국감에 '피 마른' 적십자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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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에 대한 11일 국정감사 초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무난했다. 의원들의 따가운 공세에 이윤구 총재는 "최선을 다해 시정해 나가겠다"는 다소곳한 대답을 거듭했고, 불과 10여일 전 부임한 조한익 혈액사업본부장이 의사의 전문지식을 무기로 어려운 질문을 비교적 잘 소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B형·C형 간염과 에이즈 감염 등의 혈액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지라 '큰 건수'를 기대했던 기자들은 잠시 당황했다.

사건은 오후에 터졌다. 국회의원의 지적에 대해 적십자 측이 반박자료를 내면서 각각 2번씩 모두 4개의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이 적십자사가 혈액안전시스템(BIMS) 구축 후에도 에이즈 의심 혈액을 출고했다는 지적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문 의원은 이미 배포된 보도자료와는 별도의 자료를 발언 직전 기자실에 돌렸다. 문 의원은 "적십자가 정밀검사 결과 음성인 것으로 나타나 출고를 했다고 밝혔지만 세번이나 양성 반응을 보인 에이즈 의심 혈액을 출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적십자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당해 헌혈자는 혈액관리법에 의해 에이즈 확진 검사법인 웨스턴 블롯 검사 결과 음성이어서 헌혈 유보군에서 제외됐다"며 극구 부인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 보좌관이 기자실로 들어와 "법 규정상 이 경우 헌혈 유보군에서 제외하려면 웨스턴 블롯 검사를 해야 하나, 적십자사는 EIA 등의 검사만 거치고 유보군에서 풀었다"며 "문제의 혈액은 에이즈 감염 혈액은 아니었으나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점은 확실하다"고 재반박했다. 결과적으로 문 의원 측 설명이 맞았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문 의원 측이 적십자 관계자를 불러 기자들 앞에서 또 한번 해명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적십자 측의 해명자료가 사실을 은폐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넘어가려 했던 것에 발끈해 있었다. 한 기자는 "적십자가 그렇지 않아도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문제를 자꾸 덮으려고만 하니까 의혹이 커진다"고 따졌다. 적십자 측의 제대로 된 2차 해명자료는 오후 7시가 돼서야 나왔다.

적십자사는 외부의 질의와 의문에 대해 투명하게 대답하는 것만이 그동안 쌓인 불신을 떨칠 수 있는 첩경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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