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걸음마 단계에 있던 국내 면화산업은 붕괴됐고 경제는 일본에 종속됐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대목은 특정 지역만을 개항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이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미쳤다는 점이다.
개항을 현대적인 용어로 바꿔 표현하면 '시장 개방'이다. 현재 WTO/DDA 협상에서는 농산물과 교육·법률·의료를 비롯한 서비스 산업 등 기설정의제(built-in agenda)가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등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더디다.
WTO 협정의 부속의정서인 서비스협정(1B)이 내국민대우원칙에 대한 포괄적인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서비스 시장을 선뜻 개방하겠다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자연인·법인의 이동은 상품의 수출입과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일전에 미국과의 양자투자협정(BIT)을 성사시키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한다고 발표해 영화인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경제특구 내 설립되는 외국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해 한의협·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크린쿼터 감축·철페는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주고받기(quid pro quo)라는 명분이라도 있다지만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치과의사협회가 최근 외국 의료인에 대한 면허 인정은 상호성(reciprocity)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은 백번 옳은 얘기다.
정부가 끝까지 저항했던 쌀도 끝내 개방되는 추세다. 의료시장 개방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으로 개방하느냐다. 게다가 일방적인 시장 내주기는 곱씹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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