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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세상을 바꿨을까

비아그라가 세상을 바꿨을까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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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국내에 들어온지 5년이 됐다한다. 제조사인 화이자는 이 제품에 '세상을 바꾼'이라는 기념비적인 칭호를 달아주며 5주년을 축하했다.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다녀온 기자에게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번째, '세상을 바꿨다'라는 말에 관한 것이다. '혁명'을 의미하려는 것 같은데, '혁명'을 거론할 땐 그 말의 거대함 만큼이나 대상의 중요도도 같은 레벨로 따라와야 한다. 비아그라는 '삶의 질'과 관계된 의약품이다. 소위 의약품에서의 혁명이란 칭호은 삶 그 자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인간을 구해준 약들에게 붙여줘도 모자랄지 모른다.

발기부전치료제 경쟁이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혁명'의 칭호를 부여하는 것은 또다른 '뻥튀기' 마케팅 전략일 뿐이다. 비아그라는 분명 화이자를 바꿨다. 한국화이자의 모든 부서가 비아그라와 연관 안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혁명이었는지에는 물음표를 붙여 놓고 싶다.

둘째로 이번 행사 뿐아니라 지난 수년간 언론이 보여온 비아그라·씨알리스·레비트라의 신경전에 대한 중계방송식 보도 태도이다.

자극적 제목의 설문조사, 타사 비방·사소한 판촉 이벤트까지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글자 그대로 전달하는데 충실해왔다. 때로는 일부 언론들이 마치 이들의 홍보도구로 전락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발기부전 대사를 선정, 제약사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게재하는 시점에서는 더이상 할 말을 잃는다.

비아그라의 등장이 사회적, 보건의료적으로 끼친 영향을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환자들이 느꼈을 '희망'에 대해서도 개발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또한 정력제로서의 희귀 동식물 멸종을 막는데 기여했다는 공로에서부터 발기부전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케 해 공론화시켰다는 것까지 비아그라의 업적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문제는 이미 발기부전치료제가 '약'을 넘어선 지나친 상업적 제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해왔다라는 것이다. 이들이 보이는 난투극 양상은 '눈가리고 어떤 콜라가 맛있는지 맞춰보는' 가장 상업적 경쟁의 모양새를 이미 상당 부분 닮아버렸다.

비아그라의 성공적 5주년을 축하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세상을 바꾸려면 의약품이기를 택하라. 비아그라가 단순한 히트상품임을 자인하는 전략을 고수할 때 혁명은 이미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포장지로 전락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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