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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0:40 (금)
캠퍼스에 아쉬움만 남기고...이종욱
캠퍼스에 아쉬움만 남기고...이종욱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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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과 '올 것은 꼭 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아직 건강이나 능력 등을 감안하면 벌써 캠퍼스를 떠나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직의 신진대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지나온 길을 살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8월말 서울의대에서 정년퇴임한 이종욱 서울대 명예교수(비뇨기과학·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의학교육평가원 원장)는 '정년퇴임' 보다는 '정년맞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웃음속에 아쉬움을 묻었다.

"우리나라 비뇨기과학 분야를 선도해 온 서울의대 비뇨기과학교실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음껏 일한 것은 지금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있는 연구의 결과가 수준높은 진료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교육으로 배출한 전문의가 우리나라 의료계 각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큰 보람이구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한 후 미국 마운트사이나이병원에서 전공의과정을 거쳐 마운트사이나이의대 강단에서 섰던 이 교수는 1981년 비뇨기과학교실 부교수로 모교에 부임해 23년여를 비뇨기과 분야는 물론 의학교육 등 의료계 다양한 영역에 족적을 남겼다.

"그동안 비뇨기과학교실과 서울의대, 서울대병원이 질적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룬 만큼 이제는 세계적인 아이템을 만들어 국제 의료사회에서도 창조적으로 봉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 일에 대한 접근법이 다양해진 만큼 교실과 의대, 병원의 의료계 지도자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그동안 비뇨기과 영역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특히 내비뇨기과·남성의학·종양학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진 가운데 앞으로도 평균수명의 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비뇨기과 영역은 급속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이 교수는 비뇨기과학을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학문'이라며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선후배 동료 교수들의 지원과 협조로 서울의대의 학장직을 맡아 국립 의과대학으로서 국가전략적 인간생명과학 분야의 선진화를 주도하며, 첨단의학 연구와 연구자 양성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또 다른 보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학부 및 대학원 발전계획을 비롯 교수제도 개선 및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관계 정립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 온 이 교수는 2000년 의권쟁취 투쟁의 어려운 시기에 서울의대 학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4년에 걸쳐 2번의 임기를 수행하며, 특히 의료계가 유례없이 어려운 시기에 의과대학의 바람직한 역할과 위상을 정립하는데 치중하기도 했다.

"2000년 의권쟁취 투쟁은, 의료의 질과 평준화 중 후자를 택한 가운데 '싸고 좋은 의료'를 강행한 데서 시작된 하나의 증상입니다. 의료나 건강에 관련된 사안은 의사를 중심으로 지원분야 인력이 팀을 이루어 추진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죠. '평준화'라는 미명아래 엉망이 돼버린 현실은 의료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권쟁취 투쟁당시 학장을 역임한 이 교수는 의료계 현안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의사가 가장 좋은 방법(교과서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장 재임 당시 대내적으로는, 인간유전체 의학·인공장기 개발·줄기세포 연구·특수질환 모델 개발·신약개발·장기이식 등 첨단 의과학분야 연구는 물론 기초의학 중점육성과 함께 선진적 의학교육 방법 연구 개발 등을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의대가 수행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전체 교수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장으로 재임하며 인간유전체연구소를 설립하고, 특수생명자원연구동을 개관했으며 특수생명자원센터 운영을 시작한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연구장학생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연구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년을 맞은 후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중에서 하고 싶은 일부터 할 것 같습니다. 적정한 시기에 환자진료도 다시 시작하겠지만, 현재 맡고 있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과 의학교육평가원 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의사의 수가 많아지면서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이 교수는 사례를 발굴하고, 윤리적 딜레머 등을 고려한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예과·본과·전공의과정 및 졸업후 교육 등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성있는 연구를 담당할 의학교육평가원에 대해서도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미래를 위한 비전과 체계적인 실천방안을 토대로 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그렇겠지만, 앞으로 의료계를 이끌어갈 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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